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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틀텔레비전> 속 인터넷 용어, 소통일까 언어파괴일까?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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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틀텔레비전> 속 인터넷 용어, 소통일까 언어파괴일까?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의 재미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편집과 자막이다. 때로는 과한감이 없지 않지만, 기존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편집과 자막 덕분에 시청자는 보다 더 이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또 공감하게 된다. 인터넷 방송이라는 특성상 대부분의 콘텐츠가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제작진은 오히려 채팅창에 올라오는 ‘날 것’ 그대로의 반응을 자막으로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내곤 한다.

 

가령, [겨터 파크 임시개장], [막드립의 대가], [어허학 학학학], [은근 케미 돋네], [소리 쥬금ㅠ], [전분처럼 끈적한 드립의 향연] 등과 같은 자막들은 기존 방송에서는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용어들이다. 문법을 파괴하는 단어를 비롯하여 비속어와 은어들까지 있는 그대로 자막으로 내보내는 것은 <마리텔>이 인터넷 방송에 그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마리텔>은 단순한 인터넷 방송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언어파괴(?) 자막은 논란을 동반하기도 한다.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는 <마리텔>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52조(방송언어)를 위반하고 있다는 민원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해당 조항은 “방송은 바른말을 사용해 국민의 바른 언어생활에 이바지해야 한다”, “방송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비속어, 은어, 저속한 조어 및 욕설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무리 인터넷 방송이라는 형식을 취한다 하더라도, 편집의 과정을 거쳐 MBC라는 지상파 채널로 방송되는 예능프로그램인 만큼, <마리텔>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 따라서, <마리텔>의 자막을 두고 ‘언어파괴’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건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

 

 

 

 

<마리텔>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심의위원들 역시 “한글 파괴이다.”, “비속어나 욕설을 쓴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방송언어를 심의해 올바른 방송언어에 이바지해야 한다.”, ““(자막)이외에도 상스러운 부분들이 많다.” 등의 의견을 통해 이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물론, 어느 정도 수준의 제재가 이뤄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최악의 경우 프로그램의 포맷변경도 고려해야 할지 모른다. <마리텔>에 있어선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마리텔>은 역시 <마리텔>이었다. 오히려 이번 논란을 또 다른 재미 요소로 승화시키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이후 자막을 순화(?)해서 내보냈는데, 그게 더 큰 웃음으로 다가온 것이다. 가령, 심의 전에 쓰였던 [극혐]이란 자막은 심의 이후 방송에서 [나래 씨의 말투가 극도의 혐오를 불러일으키는군요]로 바뀌었고, [약 빤 방송] 또한 [역시 약을 빻아서 드신 방송이군요]로 순화됐다. 지나친 인터넷 용어 남발로 지적받은 [핵꿀잼]도 [핵폭탄 같은 재미]로 대체됐다.

 

이러한 <마리텔>의 자정노력(?)을 본 시청자들은 오히려 바뀐 자막이 더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번역투 같은 딱딱한 자막이 역으로 새로운 웃음거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시청자 사이에서는 <마리텔>의 인터넷 용어를 단순한 언어파괴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소통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터넷 방송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인터넷 용어 사용은 불가피하며, 더욱이 방송이라는 것이 시청자와 호흡하기 위해서 제작되는 것인데, 시청자가 즐겨 쓰는 언어를 자막으로 사용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것이다.

 

물론, 욕설이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용어들은 금지해야 할 테지만, <마리텔>에서 주로 쓰이는 자막들은 신조어나 약어가 주를 이룬다. 이런 단어를 단지 ‘인터넷 용어’라는 이유만으로 제재 한다면, 오히려 방송 제작자들의 창의성을 해치는 역효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과연, <마이리틀텔레비전> 속 인터넷 용어는 소통일까, 아니면 언어파괴일까? <마리텔>이라는 방송 자체가 워낙 새로운 포맷이나 보니 이런 논란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지나친 제재는 때로 도전의식을 억누르는 만큼, 우선은 제작진의 자정노력을 믿고 조금 더 지켜봤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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