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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유산 박원숙, 막장 시어머니 ‘끝판왕’에 오르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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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홈 드라마’를 표방하는 주말극이나 일일드라마에서 ‘막장 시어머니’의 등장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때가 많다. 왜냐하면 가족극의 경우 대부분의 사건과 갈등이 가족 구성원 위주로 흘러가는데, 고부갈등을 빼 놓고는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시어머니가 막장이면 막장일수록 시청률은 오르고, 드라마는 화제의 중심에 설 때가 많다.

 

물론 이 ‘막장 시어머니’에도 여러 가지 유형이 존재하기는 하다. SBS <이웃집 웬수>에서 반효정이 연기한 시어머니가 자신의 시집살이를 며느리에게 대물림하는 ‘나는 더했어’ 유형이라면, KBS <수상한 삼형제>의 이효춘이 연기한 시어머니는 오로지 장남을 위해 며느리들을 희생시키는 ‘아들이 최고야’ 유형이다. 이 밖에도 며느리의 집안을 무시하는 ‘멸시형’ 시어머니가 있는가 하면, 질투심을 기반으로 해서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는 ‘시비형’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드라마는 이런 시어머니의 막장 행태를 더욱 과장되고 실감나게 그려냄으로써 시청의 분노를 사고, ‘욕 하면서 보는 드라마’로서의 입지를 굳히곤 한다. ‘막장 시어머니’의 결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경제적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에는 며느리의 헌신과 인내를 바탕으로 끝내 시어머니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등 화해의 메시지를 강조하고, 두 사람의 경제적 차이가 큰 경우에는 며느리가 성공을 해서 시어머니에게 복수를 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5일 <메이퀸> 후속으로 방영된 <백년의 유산>은 바로 후자의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서울 변두리의 오래된 노포를 배경으로 삼대째 국수공장을 운영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백년의 유산>은 ‘훈훈한 가족애의 메시지를 담는다’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제작됐지만, 앞서 언급한 ‘막장 시어머니’의 등장으로 인해 ‘정신 병원 강제 입원’, ‘기억 상실’, ‘복수’와 같은 자극적 키워드가 이 드라마 전반을 지배하는 분위기다.

 

물론, 첫 방송이니 만큼 시청자의 눈을 붙잡기 위한 임팩트 있는 연출과 스토리가 필요한 건 당연한 일이지만, <백년의 유산>은 영화 <올가미>를 떠올리게 하는 비정상적인 시어머니 캐릭터 방영자(박원숙)를 통해 스스로 막장논란을 자초,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박원숙이 선보인 방영자라는 캐릭터는 그야말로 막장 시어머니의 ‘끝판왕’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의 엽기행각을 이어갔다. 그녀는 결혼식 날 며느리에게 “내 아들 빼앗아 가니 좋냐”고 묻는 것은 기본, “왜 결혼을 허락하셨냐”고 묻는 며느리에게 "자식 이기는 부모 있니? 새 장난감 사달라고 막무가내로 떼쓰는데 일단 즐길 때까지는 가지고 놀게 해줘야지"라고 덧붙이는 등 며느리를 아들의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는 막장행태를 보여줬다.

 

또한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를 소유한 자신의 집안과 달리 변변치 않은 며느리 민채원(유진 분)의 가정을 염두한 듯 “친정에서 그렇게 밖에 못배웠냐”, “이래서 가정 교육이 중요하다”, “역시 출신은 못 속인다” 등의 독설도 서슴없이 내 뱉었다.

 

심지어 그녀는 아들의 결혼생활이 3년이 다 돼가자 며느리에게 “장난감은 이제 그만 사라지고, 네가 우리 아들의 취향을 잘 아니 한번 골라보라”며 3명의 여자 사진을 보여줬다. 아들의 새로운 신붓감을 며느리에게 고르게 함으로써 채원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이다. 그럼에도 며느리가 아들과 헤어질 생각을 안하자 그녀는 아들의 셔츠에 자신의 립스틱을 묻혀 오해를 사게 만들었고, 급기야 며느리 채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결국 채원이 이혼을 결심, 병원 진단서, 남편과 여배우의 스캔들 기사 스크랩 등을 가지고 위자료를 청구하자, 방영자는 회사 이미지와 아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또 한 번 악랄한 짓을 꾸미기에 이렀다. 바로 며느리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이다. 말이 입원이지 사실상 감금에 다를 바 없는 방영자의 막장 행태에 시청자는 분노했고, 앞으로 채원이 정신병원에 감금돼 사실에 충격을 받고 기억을 잃을 것이란 이야기에는 이 드라마가 진짜로 따뜻한 가족의 의미를 전달하는 ‘홈 드라마’가 맞는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앞으로 진행될 50부작이라는 대장정을 위해서, 그리고 채원이 사업가로 성공해서 ‘막장 시월드’에 복수하는 스토리를 위해서는 그만큼 갈등의 골을 깊이 만들어야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다양한 가족과 인물군상이 자칫 ‘악독한 시어머니-불쌍한 며느리’의 갈등 구조에 묻혀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실제로 이날 방송만 놓고 본다면, 정보석, 전인화, 차인화, 신구, 박준금, 박영규 등 개성 넘치고 연기 잘하는 중년 연기자가 모두 ‘막장 시어머니’ 박원숙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시청자가 <백년의 유산>에 기대하는 부분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막장 시어머니가 아니다. 자극적 소재와 막장 논란으로 시청률을 끌어 올리는 것도 좋지만, 진정한 가족애를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로 안방극장에 온기를 불어넣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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