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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20회: ‘반피엔딩’을 예감하게 한 수연의 한마디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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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와 가해자, 악인과 선인, 그리고 우리편과 상대편. 이렇게 명확히 구분되던 드라마 속 캐릭터가 언제부턴가 변하기 시작했다.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 대신 입체적이고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이 드라마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악인도 알고 보면 처음부터 나빴던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고, 선인도 마냥 착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현실의 유혹에 흔들리고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로 그려지면서 드라마 속 이야기는 풍성함을 더하고 있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드라마 속 이야기도 바뀌고 있다. 작가의 상상력만으로 꾸며졌던 이야기 구조는 어느새 현실에 발을 붙이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결말 역시 ‘권선징악’이나 ‘해피엔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장면들로 채워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이곳이 ‘지옥’인데, 드라마라고 해서 무조건 ‘천국’을 그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물질만능주의의 폐해, 성범죄 피해자, 그리고 경찰의 무능함과 같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꼬집으며 멜로드라마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보고싶다>의 결말은 이제 단순한 ‘해피’냐 ‘새드’냐와 같은 이분법적인 구분을 넘어선다. 시청자가 바라는 결말은 강형준이 죗값을 받고 정우와 수연이 행복하게 사는 것일 테지만, 안타깝게도 16일 방영된 20회는 이런 시청자의 기대를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반피엔딩’을 예감하게 한 수연의 한마디

 

이날 방영된 <보고싶다>는 예정된 결말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다. 강형준의 모든 죄는 낱낱이 밝혀졌고, 그는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심지어 경찰의 추격 도중 다리에 총상을 입고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그는 끝내 권총을 구해서 수연을 납치, 14년 그날이 있었던 곳으로 정우를 유인하기 이르렀다.

 

강형준의 목적은 분명하다. 어릴 적 꼬마에서 한걸음도 성장하기 못한 그는 수연을 두고 또 한번 정우가 그곳에서 도망치게 만들려는 속셈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때 그랬던 것처럼 수연은 자신에게 올 거라는 믿음이다. 그게 안 된다면 그의 총은 정우의 가슴을 노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형준의 속셈과 달리 정우는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이날 정우의 독백에서 그려진 것처럼, 정우는 14년 전 그날 그 일이 있었던 창고로 돌아오는 꿈을 수천 번도 더 꿨다. 이유는 단하나, 바로 수연을 구하기 위해서다. 설령, 그것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대가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스물아홉 정우의 선택은 분명하다. 홀로 창고에서 도망친 열다섯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수연이 얼마나 고통 받았고, 자신 또한 얼마나 많은 날을 자책하며 살았는지 경험했기에, 지금의 정우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수연을 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 드라마의 결말은 이제 정우의 목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볼 수 있는데, 드라마는 예고편에서 누군가 병원에서 긴급수술을 받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한층 더 높였다. 정황상 정우가 강형준의 총에 맞을 확률이 가장 높지만, 작가와 제작진이 준비한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만큼 함부로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결말을 앞두고 그나마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수연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이제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치유해줄 수 있는 어엿한 스물아홉의 여자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수연은 이날 아버지가 저지른 모든 잘못을 알게 된 정우의 아픔과 상처에 공감했고, 따뜻하게 그를 품어줄 줄 아는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딸의 아픔을 자신의 잘못인냥 자책하던 엄마에게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며 오히려 엄마를 위로하고 감싸는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세상과 벽을 쌓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살던 수연은 그렇게 조금씩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 받고 조금씩 세상에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엄마를 위로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내뱉은 한마디는 이 드라마의 결말이 결코 단순한 해피 혹은 비극으로 끝나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엄마, 그런데 말이야.. 정우는 오히려 고맙대. 살아 있어줘서... 살아있는 것만으로 기다릴 수 있으니까….”

 

 

 

드라마는 예고편에서 누군가 수술을 받고 있는 장면에 더해 수연의 이 대사를 덧입혔다. 바로 수술을 받는 주인공이 정우라는 점과 비록 그가 죽지는 않지만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상황에 처할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아마도 정우는 수연을 구하기 위해 강형준의 총에 맞고,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의해 구조돼 수술을 받지만 깨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수연은 비록 정우가 의식이 없지만 그래도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며, 정우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자신이 정우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이런 식의 해피도 아니고 비극도 아닌, 이른바 ‘반피엔딩’의 결말은 시청자들로부터 비난받을 소지가 다분하지만, 지금껏 <보고싶다>가 걸어온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 과정을 돌이켜보면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닐 거라는 생각이다.

 

물론, 수연이 돌아옴으로써 정우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은 것처럼, 수연의 기다림 역시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가오는 겨울, 첫눈 오는 날 결혼하기로 한 약속을 잊지 않고 정우가 나중에라도 의식을 차린다면 더없이 완벽한 결말이 되겠지만, 그건 순전히 지금껏 <보고싶다>를 이끌어온 문희정 작가와 제작진의 몫으로 남겨두고, 오늘 방영될 마지막 회 방송을 통해 확인해야겠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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