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남자가 사랑할 때’, ‘개콘’보다 더 웃겼던 ‘갑툭튀’ PPL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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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콘서트> 중 ‘시청률의 제왕’이라는 코너가 있다. 이 코너는 시청률에 연연하는 드라마 제작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이 코너 속에서 드라마 제작자로 나오는 박성광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 자극적인 설정을 집어넣고, 우연을 남발하며, 심지어 아이돌까지 투입함으로써 시청자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이 코너의 하이라이트는 시청률이 정점을 찍었을 때 선보이는 PPL(드라마 속에 제품을 배치하는 것)에 있다. 박성광은 “시청률이 정점을 찍었을 때 PPL을 해야한다”며, 이야기 흐름과는 전혀 무관하게 간접광고를 감행한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죽기직전 아들에게 샴푸를 물려준다거나 총을 꺼내야 하는 타이밍에 품 속에서 섬유탈취제를 꺼내들며 해당 제품을 광고하는 식이다. 물론 개그코너이기에 가능한 설정이다.

 

 

 

그런데 개그 프로그램에서나 볼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다름 아닌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가 이야기 전개와는 무관한 PPL을 선보임으로써 민망함을 자아낸 것이다. 29일 방송에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한 등산복 PPL은 ‘시청률의 제왕’처럼 뜬금없었을 뿐 아니라, 내용과는 상관없는 노골적인 광고라는 점에서 실소마저 자아냈다. 마치, “이때야. PPL을 넣어~” 하고 박성광이 외치는 것만 같았다.

 

 

 

 

이날 방영된 <남자가 사랑할 때>는 극이 종반부로 치닫고 있는 만큼 여러 가지 비밀이 밝혀지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죽을 줄로만 알았던 창의(김성오 분)가 목숨을 건진 것은 다행스러웠지만, 태상(송승헌 분)은 꼼짝없이 창희를 다치게 한 주범으로 몰렸다. 게다가 창희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어 태상의 무죄를 증명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형의 사고 소식에 재희(연우진 분)는 급히 귀국을 했고, 태상에 대한 재희의 오해는 깊어져만 갔다. 재희는 과거 창희가 감옥에 다녀온 이유 역시 태상의 협박에 의한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으며, 미도의 뺑소니 사고, 그리고 창희의 부상 역시 모두 태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심지어 재희는 태상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골든트리 회사를 홍콩의 아시아스타 그룹에게 넘길 계략까지 짜냈다.

 

 

 

 

재희와 태상의 사이가 점점 더 멀어지는 과정에서 밝혀진 한 가지 진실은 바로 재희가 창희의 친동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날 태상은 창희가 남긴 편지를 통해 사실은 재희가 홍콩 아시아스타 그룹 장지명 회장의 친아들임을 알았다. 재희와 태상이 친형제가 아닐까 하는 시청자의 우려는 다행히 현실이 되지는 않았다.

 

문제는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을 배신하고 떠나고, 친동생과 다름없을 만큼 가까이 지냈던 창희는 죽을 위기에 놓였으며, 재희는 태상에 대한 오해 때문에 그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는 등 태사이 점점 더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태상이 어머니가 운영하는 국밥집에 들러 아무런 말도 없이 밥을 먹고 나온 사실은 현재 태상이 얼마나 외로워하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렇듯 이날 방영된 <남자가 사랑할 때>는 시종일관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결말을 향해 쉼 없이 달려갔다. 때문에 극 후반부 송승헌을 갑자기 CF 모델로 만들어 버린 등산복 PPL은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극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송승헌이 평온한 얼굴로 아웃도어 매장을 찾아 옷을 고르는 모습에서는 해당 브랜드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화면에 잡혔고, 이어 송승헌이 등산복을 입고 산을 오르는 모습에서는 해당 제품의 특성까지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로 방수 기능을 어필하기 위하여 물방울이 등산복에 맺혀 있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맑은 날씨에 갑자기 빗방울이 묻어 있는 건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 했고, 등산복을 입은 채 산을 오르는 송승헌의 모습은 이 드라마가 산으로 가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불러 일으켰다. 개콘의 ‘시청률의 제왕’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노골적이고 민망한 PPL이었다.

 

 

 

 

물론 PPL 자체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간접광고는 드라마 제작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고, 간접광고가 없다면 드라마 제작 자체가 어려울 지경에 이른 것이 현실이다. 드라마 제작사가 방송사로부터 받는 제작비는 총 제작비의 40~60%가량이며, 나머지는 제작사에서 간접광고를 통해 충당해야 한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작가와 제작진이 약간의 무리수를 감행하면서까지 어디에 어떤 PPL을 넣어야 할지 고민하는 건 그래서 충분히 이해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간접광고를 녹여낼 경우에 한해서다. 이날 방영된 <남자가 사랑할 때>처럼 민망한 수준의 노골적인 PPL은 시청자의 ‘시청권’을 무시한 것으로써, 비난과 외면에 직면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 경우에 가깝다. 제품홍보도 좋지만, 드라마 본래 목적인 이야기 전달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그런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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