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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영역에 들어선 <야왕>, 비리 정치인을 정조준하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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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쪽 대본’, ‘엉성한 연출’, ‘과도한 PPL' 등 ‘막장종합 3종 세트’를 선보이는 SBS <야왕>은 사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의 반열(?)에 오르면서 시청률은 어느 정도 기록하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어설픈 면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야기의 핵심 축이 되어야 할 하류(권상우 분)는 민폐 캐릭터로 전락한 지 오래며, 백합그룹 관계자들은 주다해(수애 분)라는 인물 하나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과연 정재계를 쥐락펴락하는 재벌그룹이 맞는지 의아함을 자아낸다. 성공이라는 욕망에 사로잡힌 주다해는 마치 ‘슈퍼우먼’이라도 되는 듯 온갖 위기를 극복하고 있지만, 왜 그녀가 그렇게 성공에 집착하는지에 대한 설득력도 부족하다. 그저 '주다해는 나쁜X'이라는 게 그 이유의 전부다.

 

 

 

 

제작진이 조금만 더 공을 들였더라면 <야왕>은 사회 시스템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시청자들로부터 큰 공감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굳이 예를 들자면, 주다해 엄마로부터 주다해까지 이어지는 가난의 대물림, 그리고 돈이 없어 배우지 못했던 주다해를 통해서는 사회 계층 간 이동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을 조명할 수 있었다. 또한 주다해가 백합그룹에 들어선 이후에는 우리나라 재벌이나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도 한번 쯤 다뤄볼 수 있었을 텐데, <야왕>은 백합그룹 식구들을 그저 주다해의 악녀본성을 돋보이게 하는 들러리로 전락시켜버렸다. 백합그룹이 카페사업에 뛰어드는 모습을 통해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화두를 던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만약 주다해가 악녀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극히 주다해 개인의 문제로 치환시키는 게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모순과 높은 현실의 벽이라는 측면과 촘촘히 연결시켰다면 아마 이 드라마는 시청률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주다해와 하류의 ‘장군’ ‘멍군’ 식 일차원적인 복수 대결이 아닌 훨씬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내세울 수 있었음에도 <야왕>은 그렇게 번번이 현실을 비켜갔다. 이는 만화가 원작이라는 이유 혹은 시청률이 잘 나오기 때문에 문제없다라는 해명으로는 피해갈 수 없는 분명한 한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다해가 석태일(정호빈 분) 시장을 앞세워 대권에 도전하는 과정에서는 이 드라마가 조금씩 현실영역에 발을 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현실감 넘치는 정치드라마에는 못 미치지만, 돈으로 상대 후보를 매수한다거나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노골적이고 가식적인 언론플레이를 펼치는 것은 이 드라마가 ‘막장논란’ 속에서 건져 올린 소기의 성과가 분명하다.

 

특히, 29일 방영분에서 석태일 시장과 석수정(고준희 분)이 나눈 대화는 우리 사회의 비리 정치인을 정조준하며, 일종의 통쾌함을 안겨줬다. 아버지를 정직한 사람으로 알고 살아온 석수정은 이날 석태일 시장이 뇌물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자 석태일 후보는 “뇌물이 아니라 선물”이라며, “아무런 대가성이 없다”고 잡아뗐다. 창피하다는 석수정의 외침에 석태일 시장은 “부패가 아니고 능력이다”며 오히려 석수정을 나무랐다.  “혼자 고고한 척 하지마라. 나는 진작 진흙 밭에서 살아왔다. 밝은 세상만 있는 거 아니다. 어둠이 있으니까 밝은 세상이 있는 거다. 어둠이 바로 정치다”라고 무섭게 쏘아붙인 것이다.

 

 

 

아마 새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는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위장전입, 논문 표절, 병역비리와 같은 문제들이 후보자들마다 돌림노래처럼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 이날 <야왕>이 정답을 내놓았다. 그들 중 일부는 석태일 후보처럼 ‘부패=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다 그런거니까….’ 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서 말이다.

 

지난 1회에서 밝혀졌듯이 주다해는 100억을 들여 다른 후보를 매수하고, 결국 석태일 후보를 대통령에 앉힌다. 그리고 그녀는 영부인의 자리에 오른다.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될 드라마 속 대권 경쟁. 비리 정치인을 정조준하며 현실 영역에 발을 들인 <야왕>이 조금 더 많은 논쟁거리를 남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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