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할 때 됐다”

“슈퍼스타K가 아니라 외모스타K다”

“악마의 편집, 사연 팔이, 이젠 지겹다”

시즌5로 돌아온 M-net <슈퍼스타K-5(이하 슈스케5)>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사실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그동안 서인국, 허각, 존박, 울랄라세션, 버스커버스커, 김예림, 로이킴 등 다양한 스타를 배출했음에도 불구, 시즌을 거듭할수록 이 프로그램의 고질적인 문제가 계속 노출, 또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가령, 시청자 문자투표가 큰 힘을 발휘하는 생방송 경연은 참가자들의 실력보다 인기투표로 변질되기 일쑤였고, 제작진은 이른바 ‘악마의 편집’을 내세워 매주 시청자를 짜증에 몰아넣었다. 화제가 될 만한 사연을 가진 참가자에게 비중을 더 둠으로써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때로는 제작진의 의도적인 편집 때문에 대중의 손가락질을 받아야했던 참가자가 생겨나기도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맏형’격이라 할 수 있는 <슈스케5>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한 오점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9일 첫 방영된 <슈퍼스타K-5>는 서울지역 3차 예선을 시리즈 최조로 공개오디션으로 진행하는가 하면, 외모나 인기가 아닌 음악성에 집중하며 심사를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달라진 행보를 보여줬다. 제작진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시즌 5의 기획의도를 프로그램 곳곳에서 강조하며, 도전자들의 꿈과 열정을 부각시키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덕분에 이날 방송은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던 감동적인 시간으로 채워졌다.

5년 동안 매해 ‘슈퍼스타K'에 지원했던 참가자가 마침내 이날 방송에서 3차 예선을 통과하여 슈퍼위크에 진출한 장면은 시청자에게 도전정신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줬으며, 국내 프로 세션들이 모여 만든 밴드 ’미스터 파파‘의 무대는 가수 뒤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연주하는 세션들의 현실을 조명하며 뭉클함을 만들어 냈다.

미스터파파의 무대를 본 심사위원 윤종신은 “음악적 동료로서 감동했다. 다섯 분의 혼을 본 느낌이다”라며 합격을 선사했고, 다섯 번의 도전에 나선 정비공 박시환씨에게 이승철은 “무엇보다 간절함이 보였다”며 슈퍼위크 참가 자격을 안겼다. 비록 뛰어난 외모나 스타성은 갖추지 못했지만 음악을 대하는 진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기에 얻을 수 있었던 합격의 기쁨이었다.

물론, 프로그램의 긴장감과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하기 위한 ‘슈퍼스타K’ 만의 낚시성 편집은 여전히 존재했다. 차인표와 신애라의 아들인 차정민 군의 모습을 모자이크로 처리하여 수차례 보여준 뒤 끝내 다음 주 방송으로 넘겨버린 점, 그리고 다음 주 예고편에 한스밴드 의 막내 사연을 맛보기로 보여준 점 등은 의도적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자극적인 연출이었다.

이날 방송이 시즌5의 흥행을 좌우할만한 ‘첫걸음’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제작진의 이런 ‘욕심’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오히려,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할만한 강력한 사연의 주인공이나 소름끼칠 만큼의 고음을 선사하며 단박에 우승후보자로 떠오를만한 참가자를 보여주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다음 방송을 위해 꼭꼭 숨겨두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시즌4에서 쏟아진 비난을 의식한 것인지, 눈에 띄는 외모의 참가자가 없었던 것도 의아함으로 남는다. (사실 이런 참가자를 첫 방송에 보여줘야 다음날 언론에서 기사를 쏟아내고,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오히려, 이날 방송의 진짜 주인공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어떤 대단한 사연을 사진 참가자도 아니었고, 연예인급의 뛰어난 외모와 스펙을 자랑하는 ‘엄친아’, ‘엄친딸’도 아닌, 한 명의 평범한 아버지에 불과했던 것이다. 지난 28년간 음악이라는 꿈을 가슴에 묻고, 가족을 위해 회사에 몸 바쳤던 지극히 일상적인 우리들의 아버지….

통기타를 메고 무대에 오른 김대성 스테파노(59) 씨는 “아내가 노래하면 굶는다고 해서 1년만 하자는 생각으로 일했던 게 건강보험공단에서 28년 근무를 하게 됐다”며 “정년을 2년 앞두고 음악을 하고 싶어 조금 일찍 퇴직했다”고 참가의사를 밝혔다. 이어 김대성 스테파노 씨는 故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별다른 기교와 화려함 없이 덤덤히 소화해냈다.

마치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설명하듯, 그리고 먼저 떠나보낸 하늘나라의 아내에게 안부를 묻는 듯 노래한 이 참가자의 무대에 관객은 눈물을 흘렸고, 심사위원들로부터 감동적이라는 평가를 이끌어 냈다. “인생을 들려주셨는데, 어떻게 선생님의 인생에 불합격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이하늘의 심사평은 김대성 스테파노 씨의 무대를 한 마디로 정리해줬다.

그의 노래는 곧 그의 인생이었고, 생계를 위해 포기해야한 했던 지난날의 꿈이었다. 그리고 그 꿈에 ‘마침표’가 아닌 ‘ing'를 붙이기 위해 김대성 스테파노 씨는 이번 <슈스케5>에 참가한 것이었다. 충분히 합격할 만한 무대였고, 박수를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도전이었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의외의 주인공 덕분이랄까.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슈스케5>의 첫 항해는 일단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앞으로도 이날 방송처럼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살리고, 참가자들의 꿈과 열정에 주목하는 그런 ‘슈퍼스타K'가 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