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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10회 : 역사 스포일러 보다 불편했던 최악의 옥에 티!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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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청자가 예상했던 대로 <신의> 속 다이어리에는 은수가 다시 현대로 돌아올 수 있는 결정적 힌트가 담겨 있는 듯 보입니다. 은수는 “다이어리에 적혀있는 숫자의 조합이 하늘나라로 갈 수 있는 좌표와 같다”며 기철에게 다이어리를 빼앗으려 했지만, 순순히 건네줄 기철이 아닙니다. 기철은 다이어리를 통해 다시금 은수가 하늘나라 사람임을 확신하게 되었고, 철없이 기철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한 탓에 은수는 기철의 욕심만 키우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차라리 조금 더 살펴보며 연구를 해봐야할 것 같다는 식으로 둘러댔으면 어땠을 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12일 방영된 <신의> 10회는 고려말 최영과 함께 뛰어난 장수로 활약하다가 이른바 위화도 회군 사건으로 고려를 멸망시킨 태조 이성계가 등장, 또 다른 반전을 예고했습니다. 특히 자신이 직접 치료해준 아이가 어린 시절의 이성계라는 사실을 깨달은 은수는 역사를 알고 있는 만큼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훗날 이성계가 바로 최영을 죽음으로 내모는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다이어리 속에 적혀있는 자신의 이름, 그리고 최영을 죽이게 되는 이성계를 본인 손으로 살렸다는 사실, 자꾸 알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고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 역사에 관여하게 됨으로써 은수는 이날 큰 혼란을 겪었는데요. 결국 해서는 안 될 이야기까지 발설하며, 역사 스포일러를 남발합니다. 방송 후 은수를 ‘민폐 케릭터’라고 비판하는 지적이 많았던 이유도 결국은 이날 은수가 해서는 안될 말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날 은수가 발설한 내용은 모두 천음자의 임밀법(멀리서도 상대방의 대화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통해 고스란히 기철에게 전달되었는데요. 이를 눈치 챈 최영이 은수에게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은수는 기어이 제 할 말을 다 하고 맙니다.

 

 

 

 

우선 은수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다이어리를 기철로부터 받아낼 속셈을 가지고 그와 거래를 할 생각이었는데요. 장빈(이필립)에게 상담을 하는 중 은수는 사실 자신은 하늘나라에서 온 것이 아니라 먼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녀는 기철이 알고 싶어 하는 미래 이야기를 대충 전해주고 다이어리를 받을 계획이었지만, 이미 기철은 천음자를 통해 그런 은수의 속마음을 꿰뚫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그녀가 말해줄 미래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으니 기철로서는 쉽게 다이어리를 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은수가 이야기한 것이 맞는지 확인한 후에야 은수의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조건으로 은수를 자기 곁에 둘 가능성이 높지요.

 

그나마 장빈과의 대화는 이해할만 했습니다. 역사, 과학, 총, 무기, 상수도, 하수도와 같은 단어들을 쏟아냈지만 고려시대 사람인 기철이 그것을 알아듣을 수 있을리는 없을테니 말이죠. 문제는 자신이 치료한 이성계의 앞날을 공민왕과 노국공주, 장빈, 최영, 그리고 이를 몰래 훔쳐듣고 있는 천음자에게까지 모두 발설했다는 점입니다.

 

 

 

 

은수는 자신이 이성계를 살렸다는 대목에서 조금씩 역사에 관여하고 있다는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장빈에게 묻게 되죠. "만약 내가 아니었다면 왕비님 돌아가셨을까요?"

이에 장빈은 당시 왕비의 상태가 위중했던 만큼 그랬을 것이라고 수긍했습니다.

 

이어 경창군의 죽음을 떠올린 은수는 “만약 내가 찾아가지 않았다면 경창군 마마 독으로 죽진 않았겠죠. 죽어도 독은 아니었겠죠?”라고 물었으며, 소년 이성계에 대해서는 “만약 그 아이 내가 치료해 주지 않았다면 죽었을까요? 그 아이 진짜 내가 아는 이성계라면... 이게 다 뭐야”라며 혼란스러워 했습니다.

 

 

 

 

급기야 은수는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그 아이가 나중에 이씨 조선....”이라고 말한 뒤 급하게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습니다. 만약 이성계가 고려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게 될 것이라 이야기한다면, 공민왕과 최영이 이성계를 가만둘리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조선을 세워지지 않을 것이고 역사는 그야말로 알 수 없는 혼돈속으로 빠지게 될 것입니다.

 

 

 

 

다행이 은수는 ‘이씨 조선’까지만 이야기했고, 이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별다른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천음자의 능력을 염려한 최영은 은수를 급히 데리고 나와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그게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든, 혹은 무슨 말이든 아무말도 하지 말라는 것이었죠.

 

그러나 북받치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은수는 "내가 속이 터져 죽겠다. 내가 오늘 당신 죽일 사람을 살려냈단 말야. 내가 왜 이런 짓까지 해야 되는데. 여기까지 끌려와서 내가 왜 이래야 되냐구"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기구한 운명에 처한 서러움의 눈물이자, 감당할 수 없는 역사에 대한 책임을 떠안야만 했던 한 여인의 눈물이었습니다.

 

 

 

사실 이날 은수가 복잡한 심경 속에 남발한 ‘역사 스포(스포일러)’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필자가 불편함을 느낀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이성계가 세운 조선을 이야기함에 있어 은수가 ‘이씨 조선’이라고 표현한 부분이었습니다.

 

보통 나라 앞에 성씨를 붙이는 경우는 멸망한 나라를 이야기할 때 쓰는 방법인데, 이 방법이 사실은 일제에 의해 조선이 강제 합병 된 후 일본 학자들이 조선을 부르기 위해 만들어낸 표현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으로 ‘이씨 조선’이라는 말에는 조선을 비하하고 부정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일제 강점기 일본 학자들의 사고가 녹아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최근 독도와 과거사 문제 등으로 한일외교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철저한 고증을 거치지 않고 이런식의 표현법을 사용한 작가와 제작진에게 못내 아쉬움이 남더군요. 이미 우리나라 안에서도 이런 표현법을 일반적으로 쓰고 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으나 그 역시 식민사관으로 인한 결과라면 당연히 고쳐나가야 할 부분인 것입니다.

 

 

 

 

때문에 이날 방송에서 은수가 말한 ‘이씨 조선’은 은수가 짊어져야 할 책임감이나 역사의식과는 별개로 제잔진의 무능력이 만든 최악의 ‘옥에 티’임에 틀림없습니다. 공민왕과 노국공주, 그리고 최영 장군에 이어 이성계까지 등장시켜 역사의 판을 키워버린 제작진은 앞으로도 이런 세심한 부분에 있어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제 막 탄력을 받기 시작한 ‘신의’의 앞날은 불투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끝으로 사극보다는 판타지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고증을 거쳐 시청자를 불편하게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더욱 재미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랍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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