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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6회 : 욕 나오게 하는 유오성의 악역 연기, 최고의 캐스팅인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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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악역 캐릭터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예전처럼 ‘절대적인 악’이 아니라 어느정도는 공감과 설득력을 불러일으키는 악인이라는 점이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과 대척점에 서서 무수한 살인을 배후조정한 밀본의 수장 정기준은 그 자체로 악인임에 분명하지만, 나라의 통치 방식에 있어서는 세종과 뜨거운 토론을 벌일 정도로 나름대로 국가관이 확실한 인물이었다.


<추적자>의 강동윤과 <유령>의 조현민은 또 어떤가. 강동윤은 백홍석과 대립함에 있어서는 악의 축에 선 인물이지만 서회장과 대립할때는 시청자의 응원을 받을 정도로 선과 악이 모호해지는 영역에 들어서기도 했다. 엄기준 역시 그 자신이 ‘괴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한 길로, 태생적 악인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였다.


그런 의미에서 볼때, <신의>에 등장하는 ‘절대악’ 캐릭터 기철은 매우 평면적인 캐릭터다. 존재 자체가 ‘악’인 이 캐릭터는 등장과 함께 죽기 직전까지 끊임없이 주인공 일당을 괴롭히는게 그 임무다. 실제로 기철은 원나라 기황후의 오빠로서 현재 고려의 실질적인 신세로 군림하고 있으며 공민왕마저 우습게 알고 예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일삼기 일쑤다.

 

 

 


이는 SBS 월화드라마 <신의>가 기본적으로 선악 대립이 분명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공민왕과 최영 장군 일행이 원에 복속된 고려의 자주성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선’의 입장에서 ‘악’의 방해를 받고, 궁극에는 ‘악’을 물리치면서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주는 것이 스토리의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민왕과 최영 장군과 반대편에 선 악인이 필요하다. 그 악의 힘이 크면 클수록 드라마는 더욱 극적으로 전개됨으로 무엇보다 강력한 악인이 요구된다. <신의>에서는 바로 기철이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구조만 놓고보면 이 기철이라는 캐릭터는 주인공 일당을 괴롭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무척 평면적인 인물로 보여지지만, 6회까지 진행된 드라마를 살펴보면 <신의>의 기철이라는 캐릭터는 무척이나 많은 게 요구되는 듯 보인다. 비중만 보더라도 단순한 악인 그 이상으로 비춰진다. 그리고 현재까지 기철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유오성은 이보다 더 딱맞는 캐스팅은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기철에 100% 부합하고 있다. 유오성이 그야말로 ‘신의 한 수’라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최고의 캐스팅인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기철이라는 캐릭터는 ‘절대악’이라는 캐릭터 답게 독하고 네가지 없는 행동과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야 한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로 하여감 자연스레 반감이 들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유오성은 겉으로 드러나는 표정과 이미지 자체에서 누가봐도 ‘악인’이라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뛰어난 연기를 펼치고 있다. 헤어스타일과 의사, 그리고 수염까지 디테일하게 꾸며낸 기철의 외모는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한바가지 욕이라도 해줘야 속이 시원할 정도로 얄밉게 느껴진다.


약간은 비열한 듯한 표정과 함께 느릿한 말투로 여유있는 행동을 펼치는 것 같지만 그의 행동은 잔혹하기 짝이 없다. 사람의 목숨 따위는 파리 목숨 따위로 생각하며, 자신의 부하들 조차 물쓰듯 함부로 쓰고 버린다.

 

 


<신의> 공식홈페이지를 보면 기철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사람을 조종하고 사람을 자신에게 경배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그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자신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게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다. 은수와 최영 그리고 공민왕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은 이 셋은 도저히 자신에게 마음을 주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의 부하가 되지 않으려 하는게 그 이유다.


가진게 많다보니,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바를 굳이 숨기려 들지 않는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친다는 뜻이다. 지난 5회에서 공민왕을 연기하는 류덕환과 1:1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도 유오성의 존재감은 단연 빛났으며, 공민왕에게 의선(김희선)을 달라고 협박아닌 협박까지 한다. 그야말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캐릭터다.

 

 


 

28일 방영된 6회에서는 또 어떤가. 자신이 은수와 최영을 선왕 경창군에게 보내 놓고는 뻔뻔스럽게 공민왕을 찾아와 최영이 역모를 꾀하려 한다는 거짓말을 늘어 놓는다.


기철은 공민왕을 찾아가 "최영 그 자가 우리 집에 와 의선을 납치해갔다. 최영이 강화도에 있는 경창군을 살피기 위해 의선을 데려갔다"이간질 했으며, 이 장면에서 유오성은 마치 자신의 말이 진심이라느냥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는데, 정말 한바가지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실 최영과 은수는 "정말 의선이라면 선왕 경창군을 치료해라. 못하면 의선이 아닌 요물이니 목을 베겠다"는 기철의 명을 받고 강화도로 향한 것이지만 이를 알리없는 공민왕의 마음이 흔들리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이어 기철은 "최영이 선왕 경창군의 건강만을 살필 작정이었다면 왜 전하께 허락을 구하지 않았겠냐. 선왕과 최영은 보통 사이가 아니었다"며 계속해서 공민왕의 의심을 부추겼다.


물론 누구보다 최영을 믿는 공민왕이기에 이런 기철의 속셈을 눈치챌 수도 있고, 설령 눈치를 채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영에게 역모죄를 씌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방영분에서 알 수 있었던 사실은 기철이라는 캐릭터가 안하무인 식으로 단지 힘만 쓰는 존재가 아니라 치밀한 전략과 계획으로 움직이는 고단수 악역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날 방송 말미 기철은 은수가 쓰던 도구를 훔쳐오라고 지시하여 은수가 정말 하늘나라에서 온 의선이 맞는지 확인과정을 거쳤다. 은수의 수술도구를 확인한 기철은 자신의 스승이 이와 비슷한 도구를 가리키며 화타의 도구라고 칭했던 것을 기억하며, 은수가 정말 화타의 제자라고 믿는다. 그동안 자신을 대하는 태도나 은수의 말투 등을 통해 반신반의 하던 것을 이제는 확신하게 된 것이다.

 

은수의 수술도구를 보며 놀라는 모습과 이제 은수를 꼭 자기 사람으로 만들겠다고 의지를 표하는 표정연기는 단연 일품이었다. 이쯤되니 앞으로 기철이 은수가 화타의 제자가 아닌 미래에서 온 존재라는 것을 알았을때 보여줄 연기가 기대되기 시작한다.

 

 

 

 

단순악역이라 여겼던 기철을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닌 입체적인 개릭터로 만드는 것은 바로 유오성의 이런 연기 덕분이다. 야망과 탐욕을 적절히 내비치면서 최영과 은수를 제거하고 싶은 대상에서 갖고 싶은 대상으로 바라보는 눈빛. 그리고 능글능글한 웃음과 포악한 군주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기철의 모습은 유오성이 아니면 기대하기 힘들 정도다. 유오성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극의 몰입도가 올라가니 자연스레 극 전체가 균형감있게 흘러간다.

 

아마도 <신의>의 인기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기철 역할을 맡은 유오성은 시청자들로부터 더 많은 욕을 먹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게 바로 악역의 숙명이다. 그러고보면 인기있었던 드라마에는 꼭 기억에 남는 악역 하나쯤 있지 않았던가.

 

악역에 품격이 있을리 만무하지만, 유오성의 펼치는 기철이라는 캐릭터는 매회 그야말로 ‘악역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에서도 유오성의 악역이 더욱 밫나길 기대해 본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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