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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데이즈 김도진, 무섭기 보단 불쌍한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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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실종자 여러분이 무사히 구조될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SBS 수목 드라마 <쓰리데이즈> 속 김도진(최원영 분)은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재신그룹의 회장이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그는 정치, 경제,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을 만들고, 자신이 만든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정권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능력까지 있다. 그는 마치 무소불위의 존재처럼 그려진다.

 

한 나라의 대통령조차 그에게 대적하기 위해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만큼 김도진 회장의 힘은 막강하다. 재미있는 건, 비상식적일만큼 전능(?)한 김도진 회장에게서 시청자가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거기엔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 있는 최원영의 몫이 크겠지만,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을 뛰어 넘는 자본의 힘을 이미 현실에서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다르겠지만, 故 前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생전에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만큼 우리사회에서 자본의 영향력은 실로 막대해졌다. 물론, 그에 따른 병폐도 만만찮다. 하루가 멀다하고 매스컴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갑질’을 비롯, 국민의 화병을 돋우는 각종 비상식적인 일들의 이면에는 대부분 자본권력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대통령마저 농락하는 수준은 아니겠지만, 그 어떤 권력도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 역시 뼈아픈 진실임에 틀림없다.

 

그렇다. 우리가 그렇게 추앙하는 자본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만능키’인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끝없이 사람을 타락시키고 무서운 길로 인도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재신그룹 사원들에게 있어 김도진 회장은 젊고 유능한 경영자일 테지만, 시청자 눈에는 대통령을 협박하고 테러를 계획하는 사이코패스처럼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권력 가운데 최고라 할 수 있는 자본권력의 가장 꼭대기에 서 있는 인물.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는 존재.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극악 무도함까지, 김도진 회장은 분명 무서운 인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드라마를 볼수록 그에게선 공포보다 연민의 감정이 먼저 느껴진다. 어쩌면 한없이 불쌍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바로, 그가 믿는 것은 ‘돈’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도진 회장에 맞서는 이동휘 대통령과 한태경(박유천 분) 경호관, 윤보원(박하선 분) 순경 등이 사람을 믿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물론, 그에겐 그의 말 한마디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수하들이 있고, 수족과 다름없는 정재계 인사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김도진 회장이 아니다. 그가 가진 돈의 힘일 뿐이다. 누군가를 믿어본 적도 없고, 믿는 방법도 모르는 사람이 무서울 리는 결코 없다.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구도로 굳어지는 김도진 회장과 이동휘 대통령의 싸움에서 끝내 김도진 회장이 패하게 될 것이란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동휘 대통령 곁에는 그를 믿고 힘을 보태는 동료(아군)가 많지만, 김도진 회장에게는 돈 밖에 없다. 그런데, 돈이 사람을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저 돈을 더 벌기 위해 시작한 장난 같은 음모. 어떤 의미로 김도진 회장은 자본의 노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저 우리들보다 돈이 조금 더 많다 라는 차이는 있겠지만, 왜 돈을 더 벌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은 사라지고 이제는 자신의 악행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계획하고 있을 뿐이다.

 

<밀회> 속에서 혜원(김희애 분)은 선재(유아인 분)에게 말했다. 가장 꼭대기에 있는 것은 돈이 아니라, 돈이면 뭐든 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속삭이는 마귀라고. 김도진 회장은 그 마귀에 사로잡혀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때 ‘팔콘의 개’로 살았던 이동휘 대통령은 이제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정의로운 인물로 그려지고 있지만, 김도진 회장은 여전히 ‘돈의 개’에 머무르고 있다.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조차 판단할 줄 모르며, 사람에 대한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인물. 김도진 회장은 분명 무섭지만, 그래서 더 한없이 불쌍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마치, 세속적 욕망에 사로잡혀 때때로 진정한 가치를 놓치는 현실 속 우리들처럼 말이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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