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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사또전 8회 : 류덕환과 달랐던 이준기의 사또 각성, 공감할 수 없었던 결정적 차이!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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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랑사또전> 은오(이준기)가 자신의 캐릭터를 찾았다. 지난 7회에서 부상을 당해 하루 종일 쓰러져 있음으로써 ‘민폐 캐릭터’라는 불명예까지 떠안아야 했던 이준기는 6일 방영된 8회에서는 그간 묵혀두고 있었던 사또복을 꺼내 입으며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 흐름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

 

이날 은오는 절벽에서 떨어진 아랑을 찾기 위하여 절벽 아래를 샅샅이 뒤졌으나 이미 되살아난 아랑은 주왈(연우진)이 데리고 떠난 뒤였다. 아랑이 갈만한 곳을 생각하던 은오는 혹시나 하고 골묘로 향했고, 그곳에서 깜짝 놀랄 일을 겪는다. 골묘는 흙으로 덮어 자취를 감췄고, 폐사당 역시 철거돼 보이지 않았다.

 

이는 모두 최대감이 서씨를 위해 처리한 것으로, 혹시나 사람들이 골묘에 관심을 갖거나 일이 시끄러워질 경우를 대비해 모두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혼란스러워하던 은오는 관아로 돌아와 삼방에게 “어찌 그 같은 일을 벌일 수 있느냐”고 이유를 따져 물었고, 이에 삼방(이방, 형방, 예방)은 “최대감이 분부한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사실 최대감은 골묘와 폐사당만 처리한 게 아니라 삼방에게 지시를 해 그곳에서 나온 유골과 유품 모두를 불태워 없애버렸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삼방을 나무라던 은오는 결국 최대감이 관아 사람들까지 수족 부리듯 하며, 골묘 사건을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은오는 “관아의 아치들이 어찌 사또가 시키지도 않는 일을 하느냐”고 분노했지만, 이에 삼방은 “밀양에서는 최대감이 법이다”는 말로 은오 속을 뒤집어 놓는다. 대체 최대감은 왜 골묘에서 나온 유골과 유품을 모두 불태우고 골묘까지 흙으로 덮어 버린 것일까? 그의 의뭉스런 행동이 은오의 추리욕구를 자극한 것일까? 은오는 그 자리에서 최대감을 관아로 출두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상상 이상의 권력을 자랑하는 최대감에 맞서기 위해서는 자신 또한 힘이 필요하다고 깨닫고는 본격적으로 ‘사또’역할을 수행해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관복으로 갈아입기 전 은오는 혼잣말을 통해 그동안 자신이 왜 세상일에 무관심하고 불의를 보면서도 참아왔는지 설명한 뒤,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리고 은오가 사또복을 입는 장면은 꽤나 비중있게 그려지며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있어 이 장면이 큰 분수령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

 

이 장면에서 필자는 자연스레 <신의> 속 공민왕(류덕환)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왜냐하면 <신의> 속 공민왕(류덕환)은 원나라의 호복을 벗어 던지고 황룡포를 입음으로써 자신의 개혁의지를 알렸고, <아랑사또전> 은오(이준기)는 비단 옷 대신 사또 관복을 입으면서 세상의 불의에 맞설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민왕의 환복에서 느껴진 비장함과 긴장감,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은오의 사또복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유는 작가와 제작진의 어리석은 연출에 있었다.

 

 

 

 

드라마는 은오가 사또복을 입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의 기대를 한껏 끌어 주더니 바로 이어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카리스마와 당당함, 그리고 현명한 추리를 통해 백성들을 억울한 사연을 풀어주고, 은오가 밀양을 쥐락펴락 하는 최대감에게 통쾌한 굴욕을 안겨줄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 달리 사또복을 입은 은오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아랑을 찾아간 것이었다.

 

 

 

 

아랑은 은오가 주왈의 정체, 바로 이서림의 정혼자였다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아 은오에게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어젯밤에는 그런 은오게게 “가식덩어리”라며, 자신의 기억이 돌아와도 은오에게는 협력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때문에 은오와 아랑 사이는 현재 ‘냉각기’라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당분간 은오와 아랑이 만나는 장면은 굳이 넣지 않더라도 이야기 전개에는 무리가 없다. 그런데 작가는 굳이 사또복을 입고 이제 막 자신의 캐릭터를 찾은오를 다시 아랑과 엮으려 한 것이다.

 

 

 

 

물론 사또복을 입은 은오가 아랑을 찾아갈 수 있다. 두 남녀주인공의 만들어낼 케미를 기대하기 위해서라도 둘을 자꾸 부딪히게 하는 게 나쁜선택일 리 없다. 그런데 문제는 아랑을 찾아간 은오가 갑자기 소심 캐릭터로 변모, 멀리서 아랑과 주왈의 이야기를 엿듣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질투심까지 표현한다.

 

이제 막 사또로서 각성을 하고, 제대로 된 본인 캐릭터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작가와 제작진은 그런 은오 캐릭터를 한방에 무너뜨렸다. 최근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아랑사또전>이 살 길은 은오의 사또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내는 것임을 상기해 볼 때, 이 장면을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게다가 예고편을 보면, 최대감은 은오가 얼자 출신임을 지적하며 사또를 우습게 본다. 이 말에 은오가 상당한 충격을 받는 것으로 보이는데, 부디 은오가 사또로서의 각성을 포기하지 말고 당당하게 세상의 불의에 맞섰으면 좋겠다.

 

그리고 작가와 제작진은 공민왕과 은오의 환복에서 느껴지는 이 차이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추후 연출에 있어서 조금 더 꼼꼼하게 신경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 한 번 거듭 강조하지만, 은오의 사또 캐릭터가 살아야 <아랑사또전>이 산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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