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아빠 어디가 리뷰'에 해당되는 글 13건

  1. ‘아빠!어디가?’ 아빠 바꾸기 미션, 성급한 비난 자제해야 9

‘아빠!어디가?’ 아빠 바꾸기 미션, 성급한 비난 자제해야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반응형

 

모든 스토리에는 기-승-전-결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비단 드라마나 영화에 국한된 이야기만 만은 아니다. 예능도 예외일 수는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리얼리티 프로그램, 그리고 최근 대세로 떠오른 관찰 예능까지. 한회 한회를 짤 뜯어보면 그 속에는 웃음과 감동을 위한 하나의 ‘서사’가 완벽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혹자는 그것을 ‘예능의 스토리텔링’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굳이 거창한 해석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시청자는 이제 ‘대체 이 프로그램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가령, 27일 방영된 MBC <아빠!어디가?>가 사전에 ‘아빠 바꾸기’ 특집을 마련했다고 했을 때, 시청자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던 것과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을 꾸준히 지켜본 시청자라면 누구나 ‘아빠 바꾸기’ 미션의 진행 과정을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었다. 아빠가 아닌 삼촌들과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보여 질 아이들의 당황스러움, 자신의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겪게 될 아빠들의 고생담, 그리고 끝내는 모두 가 어색함을 떨치고 조금 더 가까워지게 될 마무리까지. ‘아빠 바꾸기’ 특집의 기승전결은 대게 이렇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잠깐의 ‘맛보기’를 통해 방영된 이날 ‘아빠 바꾸기’ 특집은 이런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아빠가 아닌 다른 삼촌과 저녁을 먹고 잠을 자야한다는 소식에 아이들은 저마다 걱정에 휩싸였고 평소보다 더 애처로운 목소리와 눈빛으로 아빠를 찾았다. 그것은 막내인 준수나 지아 혹은 맏형인 민국이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여전히 아이들에게 있어 부모와 떨어진다는 것은 두렵고 무서운 일이다.

 

사실상 이번 특집의 핵심은 어떤 아빠와 어떤 아이가 짝을 이룰 것인가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었다. 단순히 하룻밤 아빠 바꾸기를 통해 웃음을 뽑아내는 거에 그치지 않고, 평소 어색했던 삼촌과 아이가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 더 가까워진다면, 조금 더 의미있는 특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 역시 이번 특집을 통해 아빠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조금이나마 독립심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였다.

 

 

 

비록 건강상의 문제로 윤민수-윤후 부자가 빠진 것이 아쉽긴 했지만, 이날 제작진의 선택은 거의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평소 성동일 삼촌을 무서워했던 민국이와 성동일을 짝 짓고, 앙숙관계였던 이종혁과 지아를 파트너로 정한 것은 거의 ‘신의 한 수’에 가까웠다. 그만큼 이들의 조합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준수와 김성주, 준이와 송종국의 조합 역시 궁금하기는 매한가지. 파트너가 정해짐으로써 시작된 본격적인 ‘아빠 바꾸기’ 미션. 이날 아이들과 아빠들에겐 ‘신세계’가 펼쳐졌다.

 

 

 

 

하지만 최고의 특집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아빠 바꾸기’ 특집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오점을 남겼다. 바로 ‘기-승-전-결’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온 일부 시청자들의 악의적인 비난이다. 이날 <아빠!어디가?>는 파트너가 정해지고 난 뒤, 아빠들이 자신과 짝을 이룬 아이들을 찾아가는 것까지만 방영됐다. 이야기의 구조로 따져보면, ‘기’에 이어 ‘승’의 초반 까지만 방영된 셈이다. 이야기는 아직 ‘전’과 ‘결’이 남아있고, ‘아빠 바꾸기’ 특집 전체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그런데 일부 시청자들은 지아와 준수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이들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아직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막내들에게 있어 아빠와 떨어져 지내는 것은 그 자체로 긴장되고 무섭고 두려운 일일 수 있음에도 불구, 두 아이가 삼촌들에게 버릇없이 군다는 점이다.

 

 

 

 

물론, 이날 방영된 방송만을 놓고 보면 지아와 준수와 짝을 이룬 이종혁과 김성주의 고생길(?)이 훤해 보이기는 했다. 지아는 자신을 찾아온 이종혁에게 밥도 아빠랑 먹고 잠도 아빠랑 잘거라며 이종혁을 거듭 거부(?)했고, 준수는 홀로 잠이 들어 김성주가 밥을 먹자고 깨워도 도통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준수 역시 지아처럼 “아빠”만을 찾았다. 이종혁과 김성주가 ‘멘붕’에 빠진 것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는 ‘아빠 바꾸기’ 특집의 특성상 아이들의 이런 반응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아와 준수에 대한 악의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아이들이 버릇이 없다는 게 주요 이유다.

 

하지만 예고편을 보면 알 수 있듯, 처음엔 삼촌들을 거부하던 아이들도 정성껏 이야기를 들어주고 맛있는 밥을 차려주는 삼촌들의 정성에 마음을 열고 어느새 장난을 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방송 분량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편집의 욕심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기승전결 가운데 ‘기’와 ‘승’만 놓고 보니, 자칫 아이들이 문제처럼 보인 것일 뿐, ‘승’과 ‘결’까지 지켜보면, 분명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처음엔 삼촌들을 거부하던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서는 모습. 바로 제작진이 담아내고자 했던 ‘아빠 바꾸기’ 미션 속 또 다른 ‘이야기’인 것이다.

 

그러니 아직 일곱 살 철부지에 불과한 아이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그 나이에 ‘나’는 어땠는지, 그리고 ‘내 아이’는 어떤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일요일 저녁 수많은 국민들을 웃음 짓게 해주는 이 아이들이 비난받을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으니 말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언론사에 있습니다.>

공감하셨다면 구독과 추천을 눌러주세요^^ 글쓴이에게 커다란 힘이 됩니다.^^

아래 손가락 버튼을 꾸욱~^^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