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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콜센터 직원의 비애, 일상 속 ‘갑질’ 씁쓸해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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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콜센터 직원의 비애, 일상 속 ‘갑질’ 씁쓸해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 가운데 하나가 ‘갑질’이라는데 있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누구도 없을 것이다.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에 많은 이들이 공분하고 분노를 쏟아낸 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사회지도층과 상류층, 그리고 권력자들의 ‘갑질’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지난해 ‘메가히트’급의 폭발력을 보여준 드라마 <미생>역시 ‘을’의 정서를 따뜻하게 품었기 때문이다. 새해가 밝았건만,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갑을 논란’은 현재진행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이며 때로는 폭력적이기까지 한 이러한 ‘갑질’은 단순히 일부 계층의 부도덕함에서만 비롯되는 것일까? 백화점 주차장 아르바이트생을 무릎 꿇게 만들고, 큰 소리 친 모녀처럼 어쩌면 우리들 모두의 문제는 아닌 것일까?

 

지난 5일 방영된 KBS <안녕하세요>에 등장한 남자 콜센터 직원의 비애는 바로 이런 ‘갑질’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 매우 의미있는 사연이었다고 생각한다. ‘라면 상무’, ‘땅콩 부사장’ 등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갑질'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오히려 그런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는 우리들의 평소 태도는 어땠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거 같다.

 

 

 

 

이날 스튜디오를 찾은 홈쇼핑 콜센터 1년차 남자 상담원 윤주봉 씨는 자신이 남자 상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욕을 먹고, 변태 취급을 당한다며 업무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억울하고 화도 나지만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다”며, “이런 욕 전화를 하루에 20~30통 받다보면 직업에 대한 회의감까지 든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심지어 일부 고객의 경우에는 전화를 받자마자 남자 목소리를 확인하고는 “개XX"라는 욕설을 퍼붓기도 하고, 또 일부 여성은 ”내가 이 속옷을 입으면 야할 것 같냐?“라며 성희롱을 건네기도 한다고.

 

이날 방송에서 보여준 자료 화면에서는 “내가 고객이야. 내가 갑이야”라고 소리치는 몰지각한 고객의 음성이 들리기도 했다. 콜센터 직원은 ‘을’이고 상품을 주문하는 자신이 ‘갑’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위압적이고 권위적인 말투로 함부로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윤씨와 함께 자리를 한 동료 여성 직원들의 경우에는 그 피해가 더욱 커 보였다. 한 동료는 “각 지역분들 사투리 쓰시는 분들 많다. 저희가 못 알아듣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너네 거기서 뭐하는 거냐. '윗사람 바꿔라' 이렇게 나온다”며 통화내용이 녹음돼 실시간으로 상부에 보고되는 시스템 때문에 고객에게 맞대응할 수도 없다고 고충을 밝혔다.

 

또 다른 동료는 “전화를 받자마자 '너 못생겼지? 뚱뚱하지? 너 그러니까 거기 앉아 있는거지?'라고 하는가 하면 성희롱까지 한다. '내가 남잔데 빨강 스타킹 신어도 될까요?' '한 번 하자' 등 듣기 힘든 말들을 많이 해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고 고백해 충격을 안겼다.

 

사실, 콜센터 직원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거나 혹은 성희롱성 발언을 한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에서 ‘을’의 위치에 놓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갑’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는 얼굴을 붉히면서, 마찬가지로 내가 ‘갑’의 입장에 처하자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우리는 갑이 되기도 하고 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갑이 되었다고 해서 똑같이 ‘갑질’을 한다면, 우리 사회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될 것은 상류층, 혹은 권력층의 ‘갑질’에 분노하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 내가 저지르는 생활 속 갑질은 없는지 되돌아보는 것일 테다.

 

이날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콜센터 직원의 비애는 단순히 어떤 직업군의 고충을 넘어서,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만연하게 벌어지는 ‘갑질’의 단면이라는 측면에서 너무도 씁쓸하게 다가온다. 결국 우리 모두는 ‘을’일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더 약한 자를 만났을 경우에는 어떻게든 그 위에서 군림하려는 모습은 마땅히 경계하고 또 반성해야 할 일이다.

 

온갖 ‘갑질’이 넘쳐나는 이 부조리한 세상, 이 잘못된 ‘악순환’을 막기 위해선 바로 나 자신부터 ‘갑’이라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하루도 열심히 일하러 직장에 나온 마트 직원, 청소 미화원, 콜센터 직원, 또 대중교통 기사님 등은 단순히 ‘을’이 아닌 우리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친구, 아들, 딸일 수도 있는 생각으로 조금 더 이해의 폭을 넓혀보도록 하자.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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