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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연봉 발언 논란이 주는 진짜 교훈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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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자가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3가지 있다. 바로 키, 군대, 그리고 연봉이다. 지난 2009년 <미녀들의 수다> 에서 논란이 된 ‘루저’ 발언이 ‘키’를 건드렸다면, 연예병사 문제는 ‘군대’를, 그리고 <라디오스타>에서 ‘100만원’ 발언으로 ‘100만 안티’를 양성한 안선영은 마지막 ‘연봉’을 건드린 셈이다. 세사건 모두 비난여론과 후폭풍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는 점에서 묘한 공통점이 느껴진다.

 

사실 웃자고 넘기면 그냥 못 넘길 이유도 없는 발언이었다. 안선영의 해명처럼 <라디오스타>는 다큐가 아닌 예능프로그램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자신보다 100만원이라도 연봉이 더 높지 않으면 남자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은 ‘솔직함’으로 포장하기엔 지나치리만큼 세속적이었으며 자기중심적이었다. 또 세련되지 못했다.

 

 

 

 

1년 365일 가운데 360을 일하며 슈퍼주니어 규현과 비슷한 세금을 낼 정도로 돈을 번다는 그녀의 연봉을 추측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매일 같이 야근에 특근을 반복하며 한달 300~400만원을 손에 쥐는 일반 회사원들의 연봉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그녀는 100만원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고 표현했지만,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 100만원을 벌기 위해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고, 점심을 간단히 도시락으로 때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누구에겐 100만원이라‘도’ 될 수 있겠지만, 또 누군가에겐 100만원이‘나’가 될 수 있는 법이다.

 

안선영에게 필요한 것은 솔직함이 아닌 위선이었다

 

물론 사람마다 이상형은 다를 수 있다. 키 큰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고, 잘생긴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고, 능력이 좋은 남자를 선호할 수도 있다. 남자들이 예쁜 여자와 몸매 좋은 여자를 좋아하거나 지적인 여자, 청순한 여자를 각기 좋아하는 거처럼 말이다. 문제는 표현법이다. 안선영의 해명대로 남자의 집안과 같은 배경보다 스스로 노력해서 성공한 남자를 일컫는 말이었다면, 자신보다 연봉이 더 높은 남자라는 표현대신 자수성가하는 스타일이라든가, 한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이룩한 사람이 좋다는 식으로 얼마든지 돌려 표현할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라디오스타>는 예능프로그램, 즉 사석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아닌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방송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는 마치 자신의 연애 서적에 글을 쓰듯이, 그리고 술자리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듯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솔직함이라는 포장지에 감싸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발언으로 인해 새삼 자신의 처지와 주제를 되돌아볼 수밖에 없었던 남성들은 방송을 보고 즐거움이 아닌 불쾌함을 느꼈다. 그것은 일종의 거부감이다.

 

잘 생각해보면, 남자들이 키와 연봉에 민감한 것은 알게 모르게 그로 인해 받아온 스트레스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비교당하는 것은 물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차별 또한 존재할 것이다. 사실 누군들 키 크고 싶지 않겠으며,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20대 중후반을 넘기고 서른 즈음에 이르면 우리는 문득 깨닫는다. 세상이 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물론, 얼마든지 개인의 노력에 따라 변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애초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한계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갑자기 방송에 나와서 ‘네 위치는 거기야’, ‘네 주제는 겨우 그것밖에 안돼’라고 말한다면, 어느 누가 “오! 저사람 솔직하네”하면서 “하하 호호” 웃어넘길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스타들의 소탈하고 꾸밈없는 모습이 주목 받으면서, 경쟁적으로 솔직함을 내세우는 방송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가감 없이 사생활을 노출하거나 궁금하지도 않은 과거 에피소드들을 폭로하는 경우가 그렇다. 대 놓고 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기본이며, 한번쯤은 경계해야 할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 등을 거리낌 없이 부추긴다. 그리고 그런 태도를 ‘쿨’한 것처럼 생각한다.

 

혹자는 생각과 다르게 말하는 것을 위선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솔직한 민낯 보다는 위선이 더 나을 때가 있다. 유럽의 한 모랄리스트는 위선을 악이 선에게 바치는 경배라 정의했고,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사회가 위선을 욕하면서 염치를 버렸다고 말했다. 돈 이라는 세속적 가치를 우선시 하는 것을 두고 솔직하고 ‘쿨’한 모습으로 인정하는 것 보다는 적어도 겉으로는 물질을 경외하는 자신을 부끄러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안선영의 발언에 아무런 지적을 가하지 않았던 MC들.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제작진. 그리고 돈을 최고의 가치로 포장하는 이야기가 웃음으로 승화되는 세태. 맞다. 우리 사회는 위선을 욕하면서 염치를 버렸다. 그리고 염치를 버린 순간 우리는 한없이 가벼워졌고, 그래서 할 이야기는 이제 돈 이야기밖에 없는 게 되어버렸다.

 

어쩌면 이날 방송에서 안선영에게 필요했던 것은 바로 솔직함이 아닌 위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안선영의 발언에 분노하는 대중 역시 자신의 비난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 비난의 최종 목표는 안선영 개인이 아닌, 바로 위선을 욕하면서 염치를 버린 자기 자신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지 않고선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시간이 흐른 뒤 또 우린 분명 친구와 자신의 연봉을 비교하며 울고 웃을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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