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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현실에도 TV에도 영웅은 없었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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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영웅을 만든다지만, 사실 영웅을 만드는 것은 ‘우연’이다. 23일 방영된 <하이킥, 짧은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 3)>에서 안내상이 ‘국민영웅’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몇 가지의 우연이 겹쳤기 때문이다.



첫번째 우연은 빚쟁이들 때문에 늘 변장을 하고 외출을 해야만 하는 안내상을 위해 강승윤이 스파이더맨 의상을 사왔다는 것이고
, 두번째 우연은 안내상이 스파이더맨 의상을 입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고 편의점 강도를 제압했다는 사실이다. 만역 강도가 꺼낸 가스총이 안내상의 손으로 날아들는 기막힌 우연이 없었더라면, 이날 ‘영웅의 탄생’은 기대할 수 없었다.




다분히 의도적이었던 영웅의 탄생은 이렇게 몇 가지의 우연이라는 설정을 통해 이뤄졌고
, 채무자 안내상은 잠깐이었지만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온 가족을 부여잡으며 “이제 아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외치던 모습에서는 그간 볼 수 없었던 자신감과 당당함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 김병욱 PD 특유의 냉소주의는 이 영웅을 현실에 오래 놓아두지 않았다. 스파이더맨이 사실은 영웅이 아닌 한낱 숨어지내는 채무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가감없이 까발린 것인데,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스파이더맨에게 더 이상의 우연은 찾아오지 않았다.



빚쟁이들 손에 의해 스파이더맨의 가면이 벗기졌고
, 다음 화면에서 카메라는 경찰차와 함께 스파이더맨의 손에는 채워진 수갑을 비추었다. 영웅은 몰락했다.




사실 안내상은 어찌되었건 법적으로 해결을 봐야만 하는 채무자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이번회와 같은 에피소드가 필요하기는 했다
. 언제까지 숨어만 지낼수는 없는 노릇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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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넘긴 하이킥3의 앞으로의 전개를 위해서라도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를 짓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 왜 영웅의 탄생과 몰락이라는 코드였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



아마도 나꼼수의 정봉주 전 의원이라면 “한 걸음 더 나가보자”며 ‘음모론’을 제기할 테지만
, 굳이 한 걸음 더 나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안내상을 싣고 떠나는 경찰차 안에서 울려퍼진 라디오 뉴스의 아나운서 멘트가 그 답을 대신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 그 멘트는 바로 “시내에서 강도 사건이 발생했지만 스파이더맨은 나타나지 않았다”였다.



영웅이 몰락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영웅은 없었던 것이다
.



영웅은 존재하지 않는다
. 단지 대중이 그렇게 믿을 뿐이다. 그러므로 대중이 믿는 ‘영웅’이 대중에게 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아니 애초부터 영웅은 그럴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마치 채무자 안내상이 스스로를 영웅이라 착각했듯 말이다.



불과 몇 년 전 팍팍한 경제 상황 속에서 우리는 한 명의 영웅을 만들었다
. (그 과정속에서도 몇가지의 우연은 존재했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경제영웅’은 없었다. 우연이겠지만, 이날 하이킥이 방영된 22일은 한미FTA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21일 다음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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