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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네 식구들, 짜증 유발 캐릭터 완성시킨 빵 터진 장면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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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드’에 버금가는 ‘처월드’를 보여주겠다며 호기롭게 출발한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이 방송 4회 만에 자체 최고시청률 24.6%(닐슨코리아 전국시청률 기준)를 기록하는 등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문영남 작가 특유의 극단적인 캐릭터와 갈등 유발이 극 초반 시청자의 눈과 귀를 완벽하게 붙잡으며 KBS 주말드라마 불패신화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왕가네 식구들>의 경우 젊은 층을 겨냥한 주중 미니시리즈와 달리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주말드라마이니 만큼 스토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네 딸과 아들 하나를 둔 왕봉(장용 분)의 가족을 중심으로 처가살이 및 부모의 편애 등을 다루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 그리고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형적인 홈드라마인 것이다.

 

식상한 이야기구조를 상쇄시키는 것은 역시나 캐릭터의 힘이다. 모든 캐릭터가 개성강하고 톡톡 튀며 균현을 이루는 가운데, 특히 김해숙과 오현경이 연기하는 이앙금과 왕수박 캐릭터는 시청자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극 초반 ‘욕받이’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내고 있다.

 

 

 

 

첫딸 수박과 둘째 딸 호박을 대 놓고 차별하는 것도 모자라, 맏사위 민중(조성하 분)의 사업이 망하자 그를 멸시하는 이앙금은 기회주의적인 속성과 도 넘은 자식차별을 실감나게 표현해냄으로써 ‘욕하면서 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악행을 일삼는 악역이 아니라 말 한마디 한 마디로 상처를 주고, 은근히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는 분명 과한 측면이 있지만, 충분히 현실 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공분과 공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그 엄마에 그 딸이랄까. 첫째 딸 왕수박 역시 이앙금 못지않게 ‘짜증 유발 캐릭터’로 극 초반 시청자의 원성을 가장 많이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로 존재감을 굳히고 있다. 수박은 남편 민중의 사업이 망한 상황에서도 엄마의 환갑잔치를 호텔에서 하지 못하게 된 것을 더 아쉬워하고, 어떻게든 살아보려 발버둥 치며 택배 일에 나선 민중을 위로하기 보다는 부끄러워 하는 전형적인 철없는 아내 역할이다.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수박의 모습에서는 답답함이 먼저 느껴지고, 시아버지를 모시기 싫어서 남편의 부도 사실을 시댁에 폭로하는 그녀의 이기적인 행동에서는 정말 짜증이 한바가지 밀려온다.

 

 

 

 

굳이 막장이냐 아니냐를 논하지 않아도, 이앙금과 왕수박의 행동과 대사는 누가 보아도 갈등을 유발시키고, 시청자의 공분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작가의 철저히 ‘계획된’ 설정임이 분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밋밋한 스토리 속에서 두 사람의 캐릭터가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으며, 그것도 약속이나 한 듯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결과적으로 드라마 흥행의 일등공신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밌는 것은 이렇게 짜증을 유발시키는 과도한 설정이 계속되는 과정에서도 유머러스한 캐릭터 설명이 극에 흥미를 불어넣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8일 방영된 4회분에서 집안의 모든 물건에 압류 딱지가 붙는 상황에서도 수박이 명품백을 사수하기 위해 오열하는 장면이 그렇다.

 

 

 

이날 민중의 집에는 법원 관계자들이 들이닥쳐 모든 가구에 빨간 압류딱지를 붙였고,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을 압수해갔다. 수박의 명품백도 예외는 아니었다. 형형색색 수박의 백들이 관계자들 손에 끌려 나가는 상황에서 수박은 백 하나를 가로채 “얘 하나만 봐 달라. 얘 없으면 못산다”며 오열했다. 백을 아이로 표현한 것도 기가 찰 노릇인데, 그 다음 말이 더 가관이다.

 

“얘는 안되요. 이거 신상이에요.”

 

수박이 끝까지 백 하나를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그 백이 신상이기 때문이었다. 남편 회사 부도로 인해서 집과 차 모두 넘어간 와중에 신상 백을 붙잡고 오열하는 수박이의 모습은 그 어떤 설명이 필요 없는 완벽한 캐릭터 묘사였다. “이건 신상이에요”라고 울부짖는 수박이의 모습은 그 자체로 ‘빵 터지는’ 웃긴 장면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수박이가 세상 물정 모르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보여 준 상징적인 연출이었다.

 

 

 

 

때로는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이런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가 그 캐릭터를 더 잘 보여주는 법이다. 비록 문영남 작가는 ‘막장작가’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그녀의 <왕가네 식구들> 역시 또 다시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반열에 올랐지만, 이런 유머를 통해 캐릭터를 완성시켜나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시청자의 공감을 사는 그런 가족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방송 말미 호박을 찾아간 이앙금의 속내가 드러나면서 또 한 번의 갈등이 예고되긴 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왕가네 가족이 수박, 호박, 광박, 해박 네 딸을 거쳐 막내아들 대박을 얻었듯이, 이 드라마가 끝내 ‘대박’을 칠 수 있을지 사뭇 관심이 모아진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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