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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남과 북의 랠리는 언제쯤 끝이날까?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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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 가운데에는 우리의 의지나 선택과는 무관한게 많다. 예를 들면 내가 태어난 나라와 지역, 부모의 경제적 지위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래서 인생은 때로 선택이 아닌 운명에 비유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남북분단이라는 현실이 여기에 추가될 수 있겠다.

 


결국 지역차별과 경제적지위의 세습, 그리고 남북분단이라는 현실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라기 보다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에 더 가까운 문제인데, 이중 사람들은 유독 남북분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역차별과 경제적지위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극복가능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지방은 식민지다” 혹은 “우리는 모두 노동자”라는 말보다는 “쟤 빨갱이야”라는 말에 우리사회의 흥분지수는 요동친다.

 


그래서 늘 궁금했다. 왜 우리는 남북분단이라는 현실을 우리 인생의 다른 ‘주어진 것’들처럼 극복 가능한 문제로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것일까 하고. 그 궁금증은 결국 영화 <코리아>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1991년 지바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남북 탁구 국가대표 선수들은 그들의 선택이 아닌 주어진 현실, ‘남북단일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극복했을까. 2시간의 러닝타임동안에도 그리고 지금도 이 질문은 여전히 머릿속에 ‘물음표’로 남아있지만, 몇가지의 ‘느낌표’는 발견한 거 같다. 영화로 들어가보자.

 


적이잖아? 그런데...이제와 믿으라고?”

 


 

남북단일구성팀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만년 대표팀 코치였던 이코치(박철민)가 남한 대표팀 감독으로 승격된 후 그 기쁨을 누릴새도 없이 다시 단일팀 코치로 내려가야 했을 만큼 아무런 예고없이, 갑작스러웠다.

 


적이잖아! 60년동안 적이다, 빨갱이다, 절대 믿지 말라 세뇌시킨게 누군데! 그런데, 이제와서 믿으라고?!”

 


<더킹투하츠> 이재하(이승기) 대사처럼 선수들에게 남북단일팀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다. 적이라고 세뇌시킬때는 언제고, 이제와 정치적인 이유로 힘을 합쳐 싸우라니. 마음만 먹는다고 용서되고, 화해하고, 힘을 합칠 수 있다면 그렇게 기나긴 시간동안 분단을 해오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남북 선수들에게 혼란은 당연한 것이었으며, 서로를 팀이 아닌 경쟁자로 의식하는 것은 동물적인 ‘생존본능’이 아니었을까 싶다. 대회가 끝나고 나면 다시 적이 되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적은 언제라도 이겨둬야하는게 그동안 배워온 것이니까.

 

 

 

 

 

 


실제로 영화와 관련하여 현정화 감독은 당시 남북단일팀이 꾸려지고 합숙 훈련을 할 때에도 선수들은 서로가 더 잘해야 겠다는 경쟁의식밖에 없었을 정도로 분위기가 차가웠다고 한다.

 


영화는 그렇게 남북 선수들이 처음 만나 신경전을 벌이고 서로 갈등하는 모습에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그 갈등 구조가 조금 더 세밀하게 그려졌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화해와 극복으로 나아가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영화 내에서 그려진 갈등 정도가 딱 적당했다는 생각도 든다.

 


남북 화해의 실마리는 로맨스와 웃음?

 


 

영화를 보기 전에는 현정화와 리분희의 자존심 대결, 혹은 남과 북의 에이스가 벌이는 신경전이 꽤나 심각하게 그려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영화는 현정화와 리분희에게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오히려 남과 북 선수들의 갈등과 화해, 그리거 피할 수 없는 이별로 이어지는 큰 흐름속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최연정(최윤영)과 최경섭(이종석)이다. 영화 내 유일의 로맨스를 담당한 이들은 적극적인 남한 여성과 수줍음 많은 북한 남성이라는 설정을 통해 2시간 내내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들의 로맨스는 그 과정상에서 유머를 자아내는데는 성공하지만, 애틋함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왜냐면 우리는 아직 남과북의 러브라인에 공감할만한 ‘기억’을 갖고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더킹투하츠>에서 선보이고 있는 이재하와 김항아의 이념을 초월한 사랑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기억 속에 남과 북이 만들어낸 애틋함은 이산가족의 상봉정도다. 수십년만에 만난 가족이 전해주는 감동에는 교감해도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남과 북의 연인 혹은 사랑은 피부로 와닿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감독은 최연정과 최경섭을 현정화와 리분희와는 또다른 의미에서 영화의 전면에 배치, 극의 흐름을 이끌어 나간다. 거기에는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남과북의 로맨스가 현실이 될 때, 아마도 정치적 이유가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남북교류 혹은 화해가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감독의 질문이 숨어 있는 듯 싶다.

 


중국이라는 더 큰 적을 물리치기 위해 “화이팅”?


 

의외로 쉽게, 로맨스와 웃음이 곁들여지면서 남북 선수들은 갈등을 넘어 화합의 길로 넘어간다. 이쯤에서 영화는 이제 탁구에 있어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중국을 남북 공통의 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공을 들인다. 진부한감이 있지만 공통의 적이 생겨야 연합이든 뭐든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또 실제로 영화는 ‘악당’으로서의 중국을 잘 그려낸다. 이겼을 때의 통쾌함도 통쾌함이지만, ‘우리끼리 싸우고 있을때가 아니다’는 감정을 적절히 자극한다.

 

 

 

 

 

 


그렇게 우승을 위해, 중국을 이기기 위해, 여자 탁구 사상 최강의 복식조 현정화 리분희 팀이 꾸려지고, 영화는 ‘우리 민족이 힘을 합치면 강대국과도 맞설수 있다’라는 식의 해묵은 통일의 당위성을 전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영화는 또 한번 롤러코스터를 탄다. 영화에서 내셔널리즘(국가주의)을 빼기 위해 노력했다는 감독의 의도대로다. 영화는 현정화, 리분희에게서 남과 북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탁구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여기에는 두 주연 여배우의 공이 크다.

 


결승 마지막 복식경기에서 하지원과 배두나 보여준 드라이브 랠리와 스매시는 풀샷으로 잡은 화면에서 더욱 빛을 발하며, 스포츠영화로서의 ‘리얼리티’에 힘을 불어 넣는다. 네트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공의 궤적과 탁구대의 끝에서 마찰음과 함께 솟아오르는 스피디함도 ‘합격점’이다.

 

 

 

 

 


영화 말미 중국이라는 더 큰 적을 물리치기 위해 시작된 ‘화이팅’이라는 외침은 결국 그동안 이야기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최고의 라이벌이 서로의 행복한 앞날을 기원하는 응원의 메시지로 바뀌어져 있었다. ‘우리민족끼리’라는 이념적인 구호 넘어 살과 살을 맞대고 경기를 펼쳐온 ‘너와 내’가 있었던 것이다.

 

 

 


 

끝으로 필자가 찾은 '느낌표'하나. 1991년 탁구 세계 선수권 대회도 끝났고, <코리아>의 마지막 경기도 끝났지만, 여전히 조그마한 탁구대 위에서 랠리를 이어가는 남과 북의 탁구는 끝이날줄 모른다. 최근들어 서로에게 강력한 스매시만 날려대는 모습도 보인다.

 

 

차라리 기왕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게임, 중간에 물한잔 마시는 건 어떨까. 어떻게 살아왔는지, 탁구는 왜 배우게 됐는지 얘기 좀 나누면서 말이다. 어차피 우리가 시작한 게임도 아닌데, '타임'좀 외친다고 큰일날까? 

 

 

 

보너스 기사- 인물로 본 <코리아>

 


배두나: 영화 내에서 가장 빛나는 캐릭터. 배두나 캐스팅은 제작진에게 있어 ‘신의 한수’로 평가하고 싶다. 적당히 시크한듯 내뱉는 북한 사투리도 잘 어울린다. 하지원에게 언니 소리를 들으며 그정도의 탁구실력을 뽐낼수 있는 여배우가 또 있을까? 어쨌든 ‘베스트 초이스’다.

 


하지원: 이름은 현정화인데, 현정화는 보이지 않고 하지원만 보인다. 조금 더 헤어스타일을 촌스럽게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1991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속에 녹아들지 못했다. 특히 김항아의 북한사투리가 자꾸 떠올라 몰입에 방해가 된 것은 누굴 탓해야 할는지...

 


 

최윤영, 이종석: 영화 내 유일한 로맨스 커플. 이들 덕에 영화가 심심치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남남북여가 아니라 남여북남이라 더욱 좋았다.

 


 

박철민: 역시 재미있다. 비록 기존 박철민이 담당했던 캐릭터와 차별화된 점이 없지만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잘 소화한듯. 하지만 건축학개론의 ‘납득이’에 비한다면 존재감이 떨어진다. 당분간 ‘납득이’를 넘어서는 코믹 캐릭터를 만나기는 힘들 듯.

 


김응수: 역시 그가 출연하면 흥행한다는 공식이 성립하는 듯. 모든걸 내려놓는 아기 표정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악역이 아닌 그의 따뜻한 눈빛을 볼 수 있었다는 것으로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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