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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다>, 유재석 사과가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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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방송만큼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도 따로 없는 거 같다. 한번 제작과 편성이 결정되면 최소 6개월 혹은 1년 가까이 방영되던 예전과 달리 요즘엔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조기 종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능프로그램의 경우에는 파일럿 형식으로 제작해 시청자의 반응을 살핀 뒤 정규 편성을 결정할 만큼, 그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단지 제작과 편성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들 내부에서도 경쟁은 불가피하다. 이른바 ‘톱스타’로 분류되는 1~2%의 연예인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연예인이 피라미드의 하부구조를 형성하며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방송연기자노조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조합원들 중 70.5%의 방송출연소득이 1020만원 이하였다고 한다. 연소득이 1억원을 넘는 연기자는 321명으로 7.1%에 불과했다. 가수나 예능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잘나가는 1~2%의 상위 계층을 제외하면, 대부분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비정규직’ 인생을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것은 그래서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방송국에 정식으로 고용된 PD나 몇몇 연출진을 제외하면, 작가와 연기자들은 프로그램 폐지가 곧 생계수단을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몇몇 톱스타야 자신의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마냥 기분 좋겠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직장을 잃은 다수의 연예인이 존재하고, 자신이 좋아하던 프로그램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돼버린 시청자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2>가 방영되던 시간대에 편성이 결정된 <나는 남자다>의 메인 MC 유재석이 대단하게 느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재석은 지난 3일 진행된 <나는 남자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편성은 우리가 결정하는 건 아니지만 많은 분들에게 실례를 범하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고 한편으론 죄송하다”며 공식 사과를 전했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출범하는 기분 좋은 자리에서, 유재석은 자신들로 인해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게 된 다른 사람들을 먼저 생각했던 것이다. 괜히 ‘배려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것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실, 유재석의 말대로 편성은 방송사에서 결정하는 것이므로, 그에게는 <사랑과 전쟁2>가 종영하는 것에 있어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 굳이 사과를 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치열한 방송생태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오랜 방송 경험을 통해 누군가가 ‘축포’를 터트릴 때,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사과가 가능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유재석은 <사랑과 전쟁2>를 즐겨보던 시청자에 대한 배려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시청률도 좋았고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프로그램이었고, 나도 재밌게 봤던 프로그램이라 그 후속으로 갑작스레 들어오게 되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상하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다시 한 번 공식적인 사과의 뜻을 표했다.

 

 

 

 

시청률의 논리에 따라 존폐가 결정되는 지금의 방송시스템 상황에서 시청자에 대한 배려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비록 시청률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던 SBS <심장이 뛴다>가 급작스레 폐지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자리를 대신한 <매직아이> 역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기존 <심장의 뛴다> 애청자들은 <매직아이>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만약, <매직아이> 연출진과 메인 MC 들이 기존 <심장이 뛴다> 팬들에게 한마디의 사과만 남겼더라도,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르는 일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패한다. 웃는 사람이 있으면 우는 사람도 생기는 법이다. 경쟁이라는 제도는 분명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어쨌든 그간 오랜 시간 동안 문명을 발전시켜 온 인류가 그나마 가장 낫다고 판다내서 유지하고 있는 사회체제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경쟁을 펼치더라도 패자에게 악수를 건네고, 나의 성공으로 상처받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건네는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유재석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고 나니 새삼 그가 정말로 대단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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