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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현실이 아니라서 오히려 다행이었던 장면!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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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 월화드라마 <골든타임>은 시즌2 제작에 대한 시청자의 요구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을 정도로 드라마의 완결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장르드라마의 고질적인 병폐가운데 하나로 지적돼온 멜로의 무게를 최대한 줄이면서 메디컬드라마의 색깔을 최대한 뽐내는 모양새다. 그 결과 <골든타임>은 매회 긴장감과 감동을 선사하며 월화드라마 최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성민, 이선균, 황정음을 비롯하여 각 배우들이 펼치고 있는 <골든타임> 속 캐릭터는 어느 캐릭터 하나 버리기 아까울 정도로 모두 개성넘치며 매력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드라마가 벌써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시즌1으로 끝내기에는 못내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게다가 최근 세중병원 이사장이 중증외상센터를 만드는데 있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중증외상센터가 만들어진 이후로 시즌2를 제작하면 좋겠다는 시청자 청원도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드라마 제작 환경과 출연 배우들의 섭외 문제 등 여러가지 난제가 있어 시즌2가 정말로 이뤄질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어쨌든 <골든타임> 역시 2012년 '웰메이드 드라마'로 기억될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매회 서로 다른 에피소드를 선보이며 장르드라마의 전형을 따르고 있는 <골든타임>은 14일 방영된 11회분에서 또 한번의 강력한 인상을 남겼는데, 오히려 현실이 아닌 드라마 속 이야기여서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안타까운 장면을 연출했다.

 

바로 유괴범과 형사가 위급한 상태로 동시에 세중병원 응급실에 실려와 의사로서 어떤 환자를 먼저 살릴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고민에 빠진 것이다. 이날 의사들은 촌각을 다투는 이 두 환자의 위급 상황을 놓고 누구를 살릴 것이냐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는데, 이민우(이선균)는  "형사와 유괴범을 같은 선상에 놓는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며 형사를 먼저 수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괴범이 죽게 될 경우 납치된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결국 아이마저 죽게 만드는 것 아닌자 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강재인(황정음)은 "유괴범만이 납치한 아이 있는 곳을 알 수 있다. 총을 두 발이나 맞았기 때문에 수술이 급하다"라며 "유괴범은 두 사람 목숨이 달렸다"고 주장해 유괴범을 먼저 살려야 한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유괴범을 쫓는 과정에서 추락 부상을 당한 형사의 상태 역시 위중한 것은 매한가지. 수술실이 모자라서 동시에 수술을 집도할 수 없다는 현실에 화가 났지만, 그래도 둘다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전반적인 의견은 총상을 입은 유괴범의 상태가 더 위중하다는 쪽으로 모아졌지만 형사 역시 오래 방치하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을만큼 수술이 시급했다.

 

 

 

선택은 최인혁(이성민) 교수의 몫으로 남겨졌다. 결국 최인혁 교수는 유괴범을 먼저 수술실에 올릴 것을 명령했다. 이같은 인혁의 결정에 이민우는 "어떻게 유괴범과 경찰을 같은 저울에 놓느냐"며 반발했다. 이에 최인혁은 "저 환자는 유괴범이 아니라 유승철이다. 우린 신도 아니고 법관도 아니다. 전쟁터에서 적군이든 아군이든 같이 치료해야 될 의사가 할 소리인가. 둘 다 살리기 위해서 선택한 길이다"라고 말하며 끝까지 냉정을 유지했다.

 

사실 의사에게 있어 유괴범이든 형사든 똑같이 살려야 할 환자다. 하물며 무엇보다 환자의 생명을 중요시 여기는 최인혁 교수에게는 오죽할까. 하지만 최인혁 교수는 도덕적인 잣대 보다는 누가 더 위중한지, 그리고 둘 다 살릴 수 방법 안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

 

 

 

 

 

유괴범의 수술이 끝나는 동안 형사를 잘 돌보고 이어 형사의 수술에 들어가는 계획이었으나, 끝내 형사는 위급한 상황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렀다. 유괴범은 수술을 받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다행히 유괴범이 납치한 아이는 무사했고, 되찾을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 <골든타임>이 전한 메시지는 늘 한결 같았다. 바로 생명의 소중함이다. 병원 응급실 의료 체계의 미비함을 꼬집거나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부족한 지원, 그리고 병원 과장들의 '밥그릇 지키기'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환자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주제의식은 '환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의사로서 수술을 한다'는 신념을 가진 최인혁 교수를 통해 구체화 되고, 이민우와 강재인이라는 인턴의사에게 되물림된다.

 

 

 

 

하지만 이들도 사람이다. 하루에도 몇번씩 생과 사가 왔다갔다하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지만, 이날 에피소드처럼 유괴범과 형사의 생명 중 하나만 살릴 수 있다는 처지에 놓이면 누구도 선뜻 답을 내리기 어렵다.

 

생명에 경중이 있을리 없고, 설혹 그런게 있더라도 그건 의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생사의 갈림은 누구도 소관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결국 모든 생명은 똑같은 무게와 가치를 가진다는 원론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 자신이 살리고자 했던 형사가 죽고 유괴범이 살아난 과정을 지켜보며 두 인턴, 이민우와 강재인은 저마다 또 한차례의 내적 성장통을 겪는다. 이번 사건은 앞으로 의사로서 성장해 나갈 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이자 또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성장통을 함께 겪으며 이들은 동지애를 넘어서는 특별한 감정까지 공유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만약 필자가 의사였다면, 그런 상황에서 내 선택은 어땠을까? 만약 여러분이 의사였는데, 유괴범과 형사 중 둘 중 하나만 살릴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 여러분은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생명에는 경중이 없다는 원론을 지켜가며 객관적으로 누가 더 위중한지 판단할 수 있을까? 도저히 자신이 없다.

 

그래서 이날 에피소드는 어쩌면 현실이 아니아서, 드라마의 극적 구성을 위한 허구여서 다행이었던 장면으로 남기고 싶다. 의사를 그런 상황에 내모는 자체가 너무 잔인한 일이라는 생각이며, 형사를 살리고 유괴범을 죽였다면 오히려 너무 뻔해서 재미없는 에피소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현실이 아니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런 잔인한 상황을 겪어내고 또 이겨낸 이민우와 강재인. 그리고 이들에게 냉정한 조언을 내려줄 수 있는 최인혁 교수까지. 이들이 만들어갈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된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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