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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에 기간제 교사까지…'로코'의 이유있는 변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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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담아낸 드라마는 많다. 최근 방영중인 SBS <추척자>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다는 이유로 많은 찬사를 받고 있고, SBS <유령> 역시 연예인 자살과 악플러, 사이버 테러 등 현실에서 차용한 소재로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MBC <닥터진>은 또 어떤가. 드라마 속 배경은 조선후기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살펴보면 21세기 지금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새롭게 시작하는 드라마를 유심히 살펴보면 이런 현실반영이라는 대세에 이른바 '로코 드라마', 즉 로맨틱코미디 장르까지 합세하는 분위기다. 지금껏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는 '달달한' 연출 아래 시청자에게 판타지에 대한 대리만족을 안겨주는 스토리가 지배적이었다. 재벌 2세가 등장하거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주인공은 필수며, 한명의 짝사랑으로부터 시작하여 그것을 감추고 엇갈리고 상처입는 과정을 거쳐 뒤늦게 깨닫는 구조도 하나의 공식과 같았다. 화려하고 감동적인 이벤트 또한 빠져서는 안된다.

 

 

하지만 요즘 MBC에서 방영중인 <아이두아이두>와 KBS의 <빅>을 보면 이런 로코의 문법이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아이두아이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낙태'에 입 열다

 

 

'로코의 여왕' 김선아가 주연을 맡은 <아이두아이두>는 폐경을 앞둔 여주인공이 하룻밤 실수로 극적인 임신을 하고, 낙태를 고민하는 스토리로 이어지고 있다. 원나잇스탠드와 혼전임신과 같은 최근 젊은이들의 성문화를 소재로 하면서 낙태라는 사회적 문제까지 담아내고 있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다. 오히려 '로코'의 유쾌한 분위기에 현실이 적절히 녹아들어 공감이 배가 된다.

 

 

특히 지안(김선아분)으로부터 임신소식을 건네들은 은성(박건형분)이 낙태법 폐지 찬반 토론에 참석해 "아기 지우라고도 못하고 낳으라고도 못한다. 우린 선택할 자격이 없다. 뱃속의 아기도 그렇다. 살고 싶어도 살고 싶다고 말 못하고. 당신들 무책임한 실수에 죽어야 하는 아이라면 어떻겠느냐"고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모습에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사회의 낙태에 대한 입장과 시각을 보는 것 같았다.

 

 

 

 

 

 

<아이두아이두>는 20-30대 미혼 여성들의 성과 사랑을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젊은 여성 시청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잘 살펴보면 드라마가 비단 낙태 당사자인 여성들만의 이야기를 그려내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 나듯, 미혼 여성들의 성과 사랑의 문제는 곧 상대 남성들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드라마는 앞으로 지안의 임신 소식을 알게된 태강(이장우분)과 은성(박건형분)의 입장 변화나 태도 등을 통해 현실 속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안에는 분명 책임지지 못할 일을 저질로 놓고 나몰라 하는 현실 남자들의 '찌질함'과 함께 대책도 없이 무조건 저지르고 보는 '무책임'이 현실적이면서도 어둡지 않게 그려질 것이다.

 

 

 

<빅>, 기간제 교사는 재계약이 힘들다고? 

 

 

 

한편, 이민정과 공유가 주연으로 나선 KBS <빅>은 극중 이민정의 직업을 통해 또다른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바로 언제 짤릴지 몰라 조마조마해야 하는 기간제 교사의 고용불안에 관한 이야기다.

 

 

극중 흐름과는 큰 상관이 없지만 지난 3회에서 교감은 학교 조회 시간에 길다란 선생님(이민정 분)을 찾아온 서윤재(공유 분)와 장마리(수지 분) 때문에 의도치 않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자 대놓고 재계약을 운운한다.

 

 

 

 

 

 

 

"길다란 선생님, 기간제 교사는 재계약이 힘들거 같으니 임용고사에 꼭 붙어야겠네?와 같은 대사나  "길티처, 이러다 교감한테 짤리면 어쩌지?"와 같은 대사들은 '로코' 특유의 달달함과는 거리가 먼 지극히 현실적인 대화다.

 

 

기간제 교사 길다란이 학교에서 늘 다른 선생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애쓰고,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역시 드라마속 이민정의 성격이 그렇기 때문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상대적으로 더 소심해지고, 또 눈치를 봐야하는 기간제근로자는 구체적 설정이 있기에 길다란이라는 캐릭터의 특징이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달달함과 판타지를 넘어선 '로코'의 변화가 반갑다

 

 

장르적 특성을 감안하면,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는 무엇보다 '판타지'가 중요한 요소다. <시크릿가든>이나 최근 방영중인 <신사의품격>과 같은 김은숙표 드라마가 재밌는 이유다.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이야기 혹은 상상속에서나 가능했던 이미지를 화면으로 마주하는 순간 시청자는 대리만족을 느끼고,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하지만 판타지만으로만 점철된 이야기는 '더이상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어른들에게 있어 공감을 사는데 한계가 있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담아 내겠다면 매일 좋은 것만 먹으러 다니고, 좋은 것만 구경하러 다니던 '우리 결혼했어요'가 좋은 예다.

 

 

<아이두아이두>와 <빅>의 이야기가 또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기존 '로코'의 매력을 뽐내면서도 그동안의 '로코'와는 다른 문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 이유있는 변신에 박수를 보낸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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