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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몰래카메라가 불편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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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몰래카메라가 불편했던 이유

 

개인적으로 예능프로그램 속 몰래카메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프로그램 입장에서는 재미와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손쉬운 장치임에 분명하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일종에 시험을 치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결과가 좋게나오면 상관없겠지만, 혹시라도 그 사람의 정제되지 않은 감정이나 행동이 그대로 노출될 경우 그 파장을 가늠할 수 없다. 그래서 몰래카메라는 위험한 도박임과 동시에 엄격한 의미에서 사생활 침해이기도 하다.

 

지난 9일 방영된 JTBC <비정상회담> 속 몰래카메라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제작진이 원하는 그림이 연출됨으로써 이날 몰래카메라는 멤버들의 훈훈한 우정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아름답게 포장됐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결코 감동에 취할 수만은 없을 거 같다.




 

우선, 첫 번째 몰래카메라를 살펴보자. 다니엘(독일)은 제작진이 짜준 스토리를 따라 유세윤과 기욤, 그리고 장위안에게 “사실은 자신이 독일인이 아니다”라고 거짓말했다. 독일인 대표로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만큼, 만약 그가 독일인이 아니라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 실제 상황이었다면, 하차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던 것이다.

 

바람잡이로 나선 성시경이 다니엘의 국적을 의심하자 세 사람은 다니엘과의 의리(?)를 지키며 모른척했다. 기욤은 적극적으로 나서 다니엘을 변호하기까지 했다. 끝까지 멤버를 믿고 감싸주려 하는 이들의 모습은 훈훈함을 자아냈지만, 한편으론 씁쓸함이 밀려왔다.

 

만약, 이게 실제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때도 한 멤버의 거짓말을 믿고 끝까지 비밀을 지켜준 다른 멤버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우정’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혹시, <비정상회담>에서 하차한 에네스 카야의 일도 멤버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소문을 양성하는 것은 분명 지양되어야 하겠지만, 이날 몰래카메라서처럼 본인이 터놓은 사실까지 감춰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우정으로 포장되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결국, 시청자를 속이는데 있어 공범의 역할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몰래카메라 역시 마찬가지다. 줄리안이 주인공으로 나선 몰래카메라에서는 장위안, 알베르토, 그리고 전현무가 타깃이 됐다. 줄리안은 이들에게 급한 일이 생겼다면 각각 100만원씩 빌려달라고 요청했고, 세 사람은 아무 이유도 묻지 않고 100만원을 계좌 이체했다.

 

본격적인 몰래카메라는 그 다음부터 시작됐다. 대기실에 들어선 줄리안은 장위안와 알베르토에게 추가로 100만을 요구했고, 이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다행히 알베르토와 장위안은 줄린안의 연기에 완전히 속아 넘어가 돈을 빌려줬고,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모든지 도와줄게”라며 따뜻한 말을 건네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전현무의 의리도 빛났다. 장위안과 알베르토를 속인 줄리안은 이어 전현무의 대기실을 찾아가 200만원을 더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무언가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한 전현무는 줄리안에게 자초지정을 들은 뒤, 흔쾌히 200만을 빌려줬다. 이어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상의하라는 조언으로 힘이 되어주기까지 했다. 평소 전현무가 방송에서 보여줬던 ‘밉상’이미지와는 정 반대로 듬직한 형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두 번째 몰래카메라 역시 멤버들의 의리와 훈훈한 우정으로 마무리됐지만, 만약 이들 중 한명이라도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친구나 멤버의 어려움을 모른척 하는 냉혈인으로 묘사되지 않았을까? 금전적 거래의 경우 개인의 가치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돈으로서 우정과 의리를 시험하는 모습은 단순한 재미만을 위한 몰래카메라의 작위적 설정처럼 느껴졌다.




 

물론, 몰래카메라는 스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거나 의외의 매력을 찾아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억지 상황 설정, 사생활 침해, 관음증과 같은 비판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재창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날 <비정상회담> 속 몰래카메라는 극적인 연출을 위한 무리수에 가까웠다. 결과가 좋았으니 망정이지, 자칫하면 논란과 함께 커다란 비판을 동반했을 수도 있다.




 

게다가 몰래카메라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모됐을 다른 멤버들의 감정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끝에 가서 “짜~! 지금까지 몰래카메라였습니다”라고 밝히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긴 힘들 거 같다. 오죽하면 몰래카메라임이 밝혀진 뒤 장위안이 눈물을 보였을까. 타인에 대한 걱정과 위로라는 개인의 감정을 그저 재미의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이날 몰래카메라는 감동보다 불편함이 먼저 밀려왔다. 앞으로는 자극적 설정을 앞세운 몰래카메라를 지양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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