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장항준 감독'에 해당되는 글 2건

  1. 드라마의 제왕,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내부고발 8

드라마의 제왕,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내부고발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반응형

 

 

 

 

 

그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동종업계를 비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 다리 건너면 대부분 아는 사람이고, ‘좋은게 좋은거’라는 동업자 정신 때문에 섣불리 쓴 소리를 내뱉기가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게다가 동종업계에서 지켜야할 ‘상도덕’이란게 있는 만큼 왠만한 일은 그냥 알고도 눈감아주는 게 예의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일례로, 서로간의 비판이 난무하는 언론만 보더라도 어떤 사안에 대한 해석이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입장을 달리할 뿐이지, 직접 특정 언론사를 거론하며 그 언론사의 치부를 건드리는 일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지난 2006년 ‘삼성기사 삭제사건’으로 시작된 시사저널 파업사태와 ‘시사인’이 창간에 이르기까지,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보여준 언론탄압에 대한 ‘침묵의 카르텔’은 동종업계 비판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드라마 제작 현실을 낱낱히 까발리고 있는 <드라마의 제왕>은 비록 허구적 구성이라는 드라마의 특징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 비판의 수위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는데요. 생방송 제작현장, 시청률 지상주의, 과도한 PPL, 쪽대본, 돈 로비 등 그동안 언론을 통해 봐온 문제들이 브라운관에 ‘스토리’로 재현되는 장면은 자못 신선하기까지 합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동종업계에 대한 비판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온에어>가 방송 제작 현장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그 시스템이나 구조보다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진행한 것 역시 노희경 작가와 김은숙 작가의 감수성과는 별개로 굳이 비판의 날을 세워 제 살을 깍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드라마의 제왕>을 집필하는 장항준 감독, 아니 장항준 작가는 드라마’만’쓰는 작가가 아니라, 드라마’도’ 쓰는 작가이기에 이 같은 ‘극적 까발림’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어디가서도 볼 수 없는 동종업계 종사자의 ‘자기비판’이자 ‘내부고발’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설마 저렇게 까지하겠어?’하는 의심을 가지면서도, 눈은 귀는 TV를 향해있는, 이 이상한 ‘중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드라마의 제왕>이 전해주는 처절한 드라마 제작 현장 이야기가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사실인데요. 까도 까도 계속해서 깔게 나오는 드라마 제작 현장은 흡사 양파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19일 방영된 <드라마의 제왕> 5회에서도 장항준 작가는 특유의 블랙코미디를 선보이며, 시청자에게 드라마의 현실을 낱낱히 파헤쳐줬는데요. 이날 앤서니 킴은 새로 국장에 임명된 남운형(권해요)에 의해 ‘경성의 아침’ 편성이 불발되자, 자신만의 스타일로 난국을 타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타개책은 바로 남 국장에 밀려 승진하지 못한 부국장을 꼬득여 남국장에 반기를 들게 만드는 것과, 남 국장보다 위에 있는 방송국 사장을 직접 만나 드라마 편성을 약속받는 이른바 ‘뒤통수 치기’ 전략이었습니다.


드라마국장이 확정한 편성안을 사장의 뜻에 따라 바꾸는 것이 가능하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설정이었지만, 모 방송국 사장이 특정인에게 국악공연을 몰아줘 물의를 일으키는 게 현실인 만큼 그 과장성이 이해못할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드라마 편성을 확정 지은 앤서니 킴과 ‘경성의 아침’을 집필하기로 한 이고은 작가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드라마를 돈으로 생각하는 앤서니 킴과 드라마를 순수한 예술작품으로 바라보는 이고은이 처음으로 가치관의 충돌을 일으켰습니다.


앤서니 킴은 이고은 작가가 기획한대로 드라마를 만들면 돈이 되지 않는다며, PPL을 넣을 수 있는 장면과 시청률을 위한 멜로라인을 부각시킬 것을 지시하였는데요. 심지어 작품 수정을 위한 검수 작가를 고용하기도 해 이고은으로부터 “사람도 아니다”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앤서니 킴과 이고은 작가 사이가 틀어진 것은 제국엔터테인먼트 오진완 대표에게 있어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오 대표는 앤서니를 무너트리고 ‘경성의 아침’ 제작을 불발시키기 위해 이 작가를 뺏어올 계획을 세웠는데요. 앤서니 킴에게 실망한 이고은 작가를 회유하여 계약을 파기하기로 종용하였습니다.


위약금으로 물어야 할 계약금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을 선뜻 내주겠다는 오 대표의 모습에서는 마치 유명 연예인을 두고 벌이는 소속사간의 진흙탕 싸움이 떠올랐는데요. 서로 더 많은 계약금을 제시하고, 이익 논리에 따라 계약을 파기하거나 유리한대로 계약을 해석하는 우리 연예계의 그늘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드라마의 제왕>은 돈이 되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앤써니 킴과 그런 앤서니 킴을 방해하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할 오진완 대표의 대립을 통해 추악한 현실을 더 많이 드러낼 텐데요. 둘 사이에서 이고은 작가는 자신만의 ‘드라마관’을 확립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아직까지 이고은 작가에게는 드라마에 대한 순수함만 있을뿐, 자신이 쓴 드라마가 어떤 환경에서 제작되고 그 결과 또 어떤 다른 세계가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현실인식은 부족해 보였으니 말입니다.


이날 이고은 작가는 돈에 미친 앤서니 킴을 보며 “당신 제정신이 아니야. 당신에겐 드라마가 돈으로 보이겠지만, 드라마란 그런게 아니야!”하고 소리쳤지만, ‘그런게 아닌게’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바로 앞으로 이고은 작가가 찾아야 할 드라마의 의미입니다.


반면 앤써니 킴은 단호히 말했습니다.그런거야 드라마는! 한해 총 매출 6800, 경제 간접 유발 효과 6조원, 고용창출 2만명, 시청률이 대박나면 유지되고 그렇지 않으면 인생 막장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곳!”이 바로 드라마라고.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요? (앤써니 킴이 이야기한 건 단지 일부일뿐 그게 드라마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보는 드라마는 어떨까요? 드라마를 보며 즐겁게 웃고 또 때로는 뭉클한 감동을 받으니 드라마는 좋은 것일까요? 하지만 그 드라마를 쓰기 위해 쪽방에서 글을 쓰다 한 작가가 죽어 나갔고, 그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제작현장에서 한 보조출연자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드라마는 나쁜 것일까요?


우리는 과연 드라마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는 것일까요? 끊임없이 드라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 현실을 낱낱히 보여주는 <드라마의 제왕>. 바로 제가 이 드라마를 지켜보는 이유입니다. <드라마의 제왕>이 막을 내릴 때 쯤, 시청자인 우리도 드라마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알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의 제왕>이 보여줄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내부고발’을 응원합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공감하셨다면 구독과 추천을 눌러주세요^^ 글쓴이에게 커다란 힘이 됩니다.^^

아래 손가락 버튼을 꾸욱~^^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