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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는 어쩌다 감동이 사라졌을까?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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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는 어쩌다 감동이 사라졌을까?

 

흥건히 젖은 텐트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고, 진흙과 사투를 벌이며 땅바닥을 기었다. 26시간 동안 이어진 야외전술 훈련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고, 어느새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칠 줄 모르는 비는 식사시간에도 예외가 없었고, 결국 멤버들은 빗물이 섞인 밥과 국을 먹어야 했다.

 

12일 방영된 MBC <진짜 사나이>는 육군 결전부대에 입소한 멤버들의 야외전술 훈련 두 번째 이야기가 그려졌다. 훈련의 강도는 유격과 혹한기 훈련 등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았고, 악전고투하는 멤버들의 처량함과 힘겨워하는 모습도 역대 급에 가까웠다. 멤버들이 고생이 심할수록 재미와 감동이 살아나던 이 프로그램의 특성에 비춰볼 때, 이날 방송은 두고두고 회자될만한 여러 가지 ‘그림’을 갖췄다.

 

 

 

 

하지만 이날 <진짜 사나이>는 시청률은 11.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 동시간대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주에 비해 떨어진 수치는 아니지만, 20%를 넘보던 ‘여군특집’에 비한다면 이 프로그램을 향한 시청자의 관심이 크게 줄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진짜 사나이>의 경쟁작은 <1박2일>이나 <런닝맨>이 아닌 ‘여군특집’이란 농담도 괜한 말은 아닌 듯 보인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제작진이 아무리 훈련의 강도를 높이고, 멤버들이 처량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거기서 생겨나는 감동이 예전만 못하다는 데 있다. 이날 방송 역시 자갈밭에서 포복을 하며 다리를 움켜쥐거나, 빗물 섞인 밥과 국을 흡입하며 “서럽다”고 한탄하는 등 여러 가지 감동 코드가 등장했지만, 그 여운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했다. 아마도 지난 2년간 이런 식의 비슷한 장면이 숱하게 반복되면서,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오는 감동의 크기 역시 조금씩 희석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사실, <진짜 사나이>의 한계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이 단지 군대를 미화하거나 희화화해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1년 단위로 훈련 일정이 반복되는 군 대 조직 특성 상, 2년차에 접어들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그림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결국 반전의 묘미나 감동의 여운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작진은 그간 새로운 병사를 계속해서 투입해 왔고, 남자가 아닌 여자를 내세워 색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 바 있다. 다음 주 방영될 ‘신병특집’ 역시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똑같은 훈련을 받더라도, 이미 군 생활에 적응한 기존 멤버보다는 새로운 멤버의 리액션이 훨씬 재미있고 현실감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때 구멍병사로 큰 인기를 모았던 샘 해밍턴이 어느새 여유있는 목소리로 “병장 샘 해밍턴”이라고 관등성명을 대는 현실이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고, 군대라는 ‘낯선 환경’은 어느덧 ‘익숙한 환경’이 돼버렸다. 그것은 <진짜 사나이> 멤버들뿐만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그렇다.

 

김수로를 비롯한 일부 멤버가 오는 12월 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건 그래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군대도 2년이 안 돼 전역하는 마당에 이들이 경험하고 보여줄 것은 사실상 그리 많지 않다. 아무리 멤버들이 땀을 흘리며 “지금껏 이런 훈련은 처음”이라고 항변한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시청자 역시 많지는 않다.

 

 

 

물론, <진짜 사나이>의 감동이 예전만 못하다고 해서, 이 프로그램이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군특집’, ‘신병특집’ 등 여러 가지 변주를 통해 뽑아낼 수 있는 재미는 아직 유효하기 때문이다. 단, 이번 결전부대 편처럼 단순하게 멤버들의 육체적 고통이나 불편함만을 강조하여 감동을 만들어 내려 한다면, 그 땐 진짜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라진 감동을 되찾는 일. 여러 가지 논란을 극복하고, <진짜 사나이>가 장수하기 위해 꼭 풀어야할 과제임에 분명하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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