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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진짜 사나이’, 이기자 부대가 중요한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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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MBC <일밤-진짜 사나이>가 방영되고 나면 꼭 흘러나오는 반응이 하나 있다. 바로 “진짜 사나이가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인데, 특히 공병부대인 청룡대대에서 진행된 4박 5일간의 일정은 소소한 군생활의 에피소드 보다는 화려한 볼거리에 집중하면서 방송의 진정성 논란에 불을 지피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가령, 헬기가 동원되는 훈련이나 진짜 사나이 멤버들 중심으로 펼쳐진 체육대회, 그리고 설민호 분대장의 프러포즈를 위해 중대 병력이 동원되는 모습 등은 아무리 좋게 이해하려고 해도 방송의 ‘그림’을 위한 제작진의 과도한 개입과 설정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진짜 사나이>가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시청률에 있어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예능과 군대의 경계를 허물었다는데 있다. 예능인지 실제 군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는 멤버들의 모습, 그리고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군생활의 에피소드가 적재적소에 녹아들면서 <진짜 사나이>는 다른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 구분되는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여기서 핵심은 하나다. 군대를 예능으로 가져오지 않고, 예능이 군대 속으로 들어갔다는 점. 그것은 마치 <무한도전> 멤버들이 연예인이라는 스타의식을 내려놓고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도전하거나 자신과의 한계를 위해 사투를 벌이는 느낌과 비슷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인기가 있든 없든,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는 누구나 똑같은 훈련을 받고 땀을 흘리려야만 한다는 현실은 어떤 포장을 하지 않아도 이미 그 자체로 감동과 재미를 선사해주는 요인이었다.

 

 

 

 

사실, 군대라는 곳이 그런 곳이다. 다양한 사람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잘 관찰해 보면 예능보다 더 재미있는 일들도 수두룩하다. 또 주어진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적응해 나가느냐에 따라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형성되기도 한다. 멤버들은 그저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고, 또 자신만의 스타일로 동화되었을 뿐인데, 저마다 뚜렷한 자신만의 별명과 캐릭터를 만들어내듯 말이다.

 

하지만 카메라가 돌고 있는 부대와 카메라가 꺼진 부대는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예능이 군대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군대는 이미 예전의 군대가 아닌 게 되어버리고 만다. 제작진은 방송이 거듭될수록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길 것이고, 해당 부대에서는 방송을 통해 부대를 홍보하고 이미지를 개선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 초반과 달리 훈련 스케일이 점점 더 커져가고, 부대 내에서 프러포즈가 진행되는 등의 철저한 ‘예능화’가 이뤄지는 건 그래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동시에 프로그램이 경계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진짜 사나이> 멤버들의 해외 파견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언제 위험한 상황이 닥칠지 모르는 분쟁 지역을 굳이 카메라를 들고, 그리고 멤버들을 데리고 갈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고생하는 해외 파견 장병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모습을 생생히 전달해준다는 명분은 좋지만, 정치적인 충돌과 종교적인 분쟁 등으로 내전이 빈번한 곳에 간다는 것은 분명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진짜 사나이>의 해외 파병에 대해 ‘과유불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건 그 때문이다.

 

물론 <진짜사나이> 역시 100% ‘리얼’ 만을 담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다큐가 될 것이고, 지금처럼 재미와 감동을 균형 있게 담아내지 못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제작진의 개입을 얼마나 최소화할 것이냐의 문제이며, 적어도 방송의 ‘그림’을 위해 군대 내의 일상을 왜곡시켜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멤버들이 새롭게 찾은 이기자 부대 수색대대 편은 <진짜 사나이>의 초심을 되새길 수 있는 중요한 방송이 되지 않을까 싶다. 4일 방영된 무수면훈련에서도 보여지듯, 이기자부대의 교육과 훈련은 그간 멤버들이 겪은 다른 부대에서의 훈련 강도를 훨씬 상회하기 때문이다.

 

폭우 속에서도 훈련은 이어지고, 잠을 재우지 않고 교육은 계속된다. 지금 받는 훈련이 방송을 위한 훈련이고, 지금 나누는 대화가 예능을 위한 대화라는 생각을 할 틈도 없다. 멤버들은 다시 군대라는 조직이 전해 주는 긴장감에 온 신경이 팽팽해지는 느낌을 받았고, 시청자 역시 <진짜 사나이> 초반 느꼈던 멤버들의 땀과 눈물 속에서 느껴지는 진한 감동의 여운을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기 시작했다.

 

 

 

 

어깨가 좋지 않은 김수로를 퇴소조치 내린 것만 보더라도, 이기자 부대에서의 훈련은 방송을 위한 훈련이 아님을 보여줬다. 고되고 힘든 훈련을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지금 <진짜 사나이>에 필요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군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되새기는 것이다. 쉬고 싶을 때 쉬고, 놀고 싶을 때 놀며, 자고 싶을 때 자는 게 군대는 아니다. 훈련 모습만으로도 멤버들을 ‘멘붕’에 빠트린 이기자 부대에서의 훈련 일정이 <진짜 사나이> 멤버들과 제작진에게 초심을 일깨워주는 그런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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