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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농어촌은 걸그룹의 놀이터가 아니다

농어촌은 걸그룹의 놀이터가 아니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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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예능프로그램이 농어촌을 소비하는 방식은 일정한 문법을 보인다. 도시적 이미지의 연예인을 농어촌으로 데리고 가 그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신기한 농어촌’ 이 ‘챕터 원’이라면, ‘챕터 투’는 여자 연예인들에게 몸빼바지를 입히거나 남자 연예인들에게 장화와 밀짚모자를 신겨 일종의 ‘이미지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들 중 누군가는 제법 잘 어울려 웃음을 자아내고, 또 누군가는 완전 어색한 모습을 보여 또 다른 웃음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자아이돌이 농촌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냈던 청춘불패는 이 공식을 매우 훌륭하게 따랐던 교과서적인 농촌소비 예능프로그램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닭을 잡으며 울부짖거나 몸빼바지를 입고 땀흘리는 모습은 금요일밤 별다른 약속없이 집에서 TV를 보는 삼촌팬들의 판타지와 향수를 동시에 자극하며, 그 시청률과는 별도로 존재감있는 예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비록 농촌의 이미지를
70, 80년대 ‘시골모습’으로 밖에 그려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고, 우리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었다는 점은 분명 소기의 성과였다. 그러나 그것은 곧 청춘불패의 한계이기도 했다.

 

걸그룹 강세와 시청률을 위한 아이돌 출연이 당연시되던 예능프로그램 제작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청춘불패는 여성아이돌 멤버들은 주축으로 한 극단적인 프로그램이었다. 각 걸그룹을 대표하는 에이스들이 대거 출연하였으며, 방송은 이들이 야외버라이어티 속에서 어떻게 케릭터를 잡아가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농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선의를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농촌은 그저 이들이 가끔 놀러와 지내는 ‘놀이터’에 불과했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시즌 2가 제작되었다. 벌써 한달이 지나가고 있다. 걸그룹의 놀이터는 이제 ‘농촌’에서 ‘어촌’으로 바뀌었다. 농촌을 살렸으니 이제 어촌을 살리겠다는 뜻인가? 아니면, 고무장화를 신고 갯벌에서 뒹그는 걸그룹의 모습에서 또 다른 ‘이미지의 균열’을 기대한 것일까. 적어도 아직까지는 왜 어촌이었는지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 <청춘불패 시즌2>1회에서부터 걸그룹 멤버들에게 몸빼바지를 입히고, 닭을 잡게 했다. 산낙지를 물어 뜯게 했으며, 밤에는 동네어르신들을 모시고 갖가지 장기자랑을 펼쳤다. ! 이 얼마나 교과서적인 예능이란 말인가?

 


그리고 2회에서부터는 본격적으로 G8의 케릭터 만들기에 나섰다. 야외버라이어티에서 프로그램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은 바로 케릭터의 힘이다. 현재는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카라의 강지영 정도가 눈에 띄며, 시즌1에 이어 연속 출연한 소녀시대 써니의 ‘개념 케릭터’ 정도가 제작진이 이룬 성과라도 볼 수 있겠다.

 


아마도 앞으로
<청춘불패2> 제작진은 당분간은 G8의 케릭터 만들기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 어촌마을을 배경으로 한 각종 미션과 놀이가 이어질 것이다. 물론 그다지 재미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청춘불패를 단순한 시청률로만 평가할 수 없는 부분
, 분명 있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제작되는 프로그램 대부분이 그러하듯, 이들은 해외 방송 판권과 DVD 판매량 등 국내 방송 외적인 부분에서 거두어들일 수 있는 상업적 성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K-POP‘'한류’라는 그럴듯한 명분도 있잖은가.

 


하지만
, 그런 이유라면 굳이 어촌일 필요는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 <청춘불패2>가 보여준 것은 무대에서는 한없이 화려했던 걸그룹 멤버들이 갯벌에서 진흙을 얼굴에 뭍히고 장화를 신고, 어울리지 않게 생선을 막 잡는 그런 1차원적인 ‘이미지 균열’ 뿐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 우리의 농어촌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리고 그 어려움 속에서도 농어민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버리지 못하고, 지켜나가는 그 무언가가 있다. 잠깐의 장기자랑으로 어르신들을 웃게 만드는 것도 좋지만, 도시로 떠난 아들 딸 들을 대신해서 G8이 대신해 줄 수 있는 무언가는 정녕 없는 것일까?

 





고차원의 이미지 균열까지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 하지만 <체험, 삶의 현장> 아이돌 버전으로는 더 이상 토요일 밤 별다른 약속없는 삼촌팬들의 ‘본방사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제작진도
, 그리고 출연자도 조금 더 어촌으로 한발 더 들어가 우리 어촌이 안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민들의 희망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러기 힘들다면 무대를 옮겨야한다
. 왜냐면 농어촌은 걸그룹의 놀이터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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