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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탈모 소녀, 다름에 인색한 우리사회 현주소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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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탈모 소녀, 다름에 인색한 우리사회 현주소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 출연하는 고민 신청자는 대부분 타인과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이한 식습관, 남과 다른 취미, 그리고 유별난 말투와 행동까지.

 

개성과 사생활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들이지만, 문제는 너무나도 비상식적이고 몰지각한 사례가 등장한다는데 있다. 공감할 수 없는 고민은 그저 비난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사실 극단적인 사례 몇몇을 제외해놓고 보면, 그저 남과 다르다는 이유가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될 필요는 전혀 없다. 10명의 사람이 모이면, 10가지 생각이 존재하듯,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애쓴다면, 굳이 유별한 무언가를 갖췄다고 해서 특이하게 바라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도덕과 상식, 그리고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적어도 ‘다르다’는 사실에 조금 더 이해심을 넓힐 필요가 있을 거 같다.

 

 

 

 

29일 방영된 탈모 소녀의 사연만 하더라도 그렇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정경희 씨의 딸 신민경 양은 태어나 지금까지 한 번도 머리카락이 5~6cm 이상 자란 적이 없다고 한다. 조금 자란다 싶으면 그대로 머리카락이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아이 엄마는 답답한 마음에 병원문을 두드려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저 “기다려보자”는 말 뿐이었다고 한다. 정체 불명의 탈모라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결국 엄마는 아이를 데려가 삭발을 시켰다고 한다.

 

문제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길거리에서 이 모녀를 본 사람들은 딸의 머리를 보고 수군거리기 일쑤라고 한다. 그때마다 민경이는 엄마 뒤로 몸을 숨기고, 심지어 친구도 잘 못사기고 낯가림은 점점 심해져만 가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날 방송을 통해 비춰진 민경이의 모습은 너무도 우울해 보였고, 어린아이 특유의 발랄함과 유쾌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딘지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고, 방송 내내 민경이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하기를 꺼려했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길거리에서 민경이를 본 뒤 골룸 같다고 놀렸고, 그 아이의 엄마까지 “그러네”라고 동조하여 이 모녀에게 상처를 안겨줬다고 한다. 때로는 무관심이 더 필요한 법인데, 역시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모습을 한 타인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안녕하세요>에 이런 사연이 등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예전, 푸른 눈 모녀가 출연했을 당시에도 사람들은 그들의 눈동자가 왜 푸른색을 띠는지 알려하기 보다는 그저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괴물”이라고 부르는 등 놀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푸른 눈 모녀는 방송 출연 이후 자신감을 많이 회복하고, 사람들 역시 그들의 사연에 공감하며 응원을 많이 보내준 바 있다.

 

 

 

 

이날 민경이를 데리고 방송에 출연한 정경희 씨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 역시 푸는 눈 모녀의 사연 덕분이다. 정 씨는 이날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 푸른 눈 초은이가 방송 후 많이 밝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민경이도 집에서는 잘 웃고 해맑은데 밖에 나가면 자꾸만 숨고 주눅이 든다. 사람들이 민경이를 그런 시선으로 쳐다보지 않았으면 더 밝게 클 수 있을 것 같아 나왔다”고 방송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솔직히 얼굴에 그늘과 수심이 가득했던 민경이가 자신의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이를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이겨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어른들이 민경이에게 상처 되는 말을 주거나,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민경이가 집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당당하게 지낼 수 있도록 무관심하게 지나쳐 가달라” 정 씨의 당부는 그래서 더 ‘다름’에 인색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눈 색깔이 조금 달라도, 혹은 머리가 자라지 않더라도, 존재 그 자체만으로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회를 과연 건강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민경이 역시 초은이처럼 방송 후 사람들에게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신감을 회복해, 지금보다 더 많이 웃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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