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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17회: 힐링은 사라지고 복수만 남은 아쉬운 전개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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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를 설레게 한 ‘3단뽀뽀’에 이어 ‘이불 키스’가 진행됐을 때만 하더라도 박유천-윤은혜의 본격적인 멜로가 탄력을 받는 듯 보였다. 구구단을 외우며 수줍게 욕망(?)을 억누르는 정우의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었고, 그런 정우를 다독(?)이는 수연의 모습 역시 사랑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작가는 이들에게 더 이상의 행복을 선사해줄 마음이 없는 듯 보였다. 오히려 잠깐의 달콤한 뒤에는 일생일대의 위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난 것도 모자라 수연마저 정우에게 빼앗긴 형준은 폭주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수연에게 ‘벌’을 내렸다. 그 벌은 다름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누명’이었다. 살인자의 딸 이수연이 강형준의 광기로 인해 살인자가 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형준은 수연에게 살인 누명을 씌운 것도 모자라 이제는 정우의 목숨마저 노리려 한다. 그의 멈출 줄 모르는 광기 앞에 수연과 정우 두 사람의 운명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돼버렸다.

 

 

 

 

 

수연과 정우는 언제쯤 ‘힐링’받을 수 있을까?

 

<보고싶다>는 이제 종영까지 3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 때문인지 요즘 이 드라마의 결말을 두고 말이 많다.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비극으로 마무리 될 것인지, 온갖 예측과 설이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 작가와 제작진은 정우와 수연의 운명을 암시하는 여러 대사들을 통해 결말 예측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문희정 작가 그렇게 안봤는데 못된 취미를 가졌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 드라마는 결코 비극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 구조를 가진다는 사실이다. 물론 여기서 비극의 기준이란 수연과 정우다. (형준은 제외다.) 두 사람을 놓고 봤을 때 <보고싶다>가 비극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두 사람의 어린시절에 있다.

 

 

 

 

잘 알다시피 수연과 정우는 중학교 때 만나 서로를 좋아하게 됐다. 살인자의 딸로 오해받으며 살아가는 수연에게 정우는 첫 번째 친구였으며, 마찬가지로 돈 밖에 관심없는 아버지와 새엄마 밑에서 외롭게 자란 정우에게 수연 역시 특별한 존재로 다가왔다. 둘은 친구이자 연인이었으며 동시에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치유해줄 수 있는 소울메이트였다.

 

하지만 수연이 성폭행을 당하면서 둘은 헤어지게 되고, 드라마는 이제 어린 시절의 아픔을 가진 두 남녀가 어떻게 치유 받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내기에 이른다. 그 치유의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서로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사랑이었다.

 

스물아홉의 이수연은 끔찍했던 사건이 있었던 그해, 그러니까 열다섯의 이수연에서 그대로 시간이 멈춰져있었으며, 그것은 수연을 버리고 도망쳤던 정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의 시계는 서로를 만나고서야 흘러가기 시작했고, 그 구심점은 바로 수연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또 그리워하고 사랑했던 정우의 순정이었다.

 

 

 

 

최근 밝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수연이지만, 여전히 수연은 때때로 불안한 표정을 짓고 당시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했다. 나쁜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지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에게는 정우와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 그리고 정우와 나누는 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실의 성범죄를 드라마 속으로 가져온 순간 <보고싶다>의 이수연은 윤은혜가 연기하는 이수연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 이수연은 이 땅에서 성범죄로 고통 받으며, 오늘도 불안함과 무서움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피해자를 대변하는 캐릭터다. 그러므로 이수연의 운명은 비극이 될 수 없다. 아니 비극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녀는 틀림없이 더 많이 치유받고, 더 많이 사랑 받으며 지금보다 훨씬 더 웃게 되어야 한다. 이게 바로 이 드라마가 결코 비극이 될 수 없는 이야기 구조의 핵심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드라마는 정우와 수연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데 시간을 할애하기 보다는 강형준의 무자비한 복수와 광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어제 방영된 17회에서 강형준이 이수연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고, 경찰이 이수연을 체포하기 위해 출동하는 모습은 너무도 아쉬운 전개가 아닐 수 없다. 누구보다 이수연을 믿는 정우는 필연적으로 경찰과 총을 맞대야 하고, 이제 둘은 쫓기는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힐링’받기도 모자란 시간에 살인누명을 쓰고,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난 강형준에 맞서 모든 비밀마저 밝혀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두 사람 앞에 떨어진 것이다. 가혹한 운명인 동시에 너무 무리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종영까지 아직 3회가 남은 만큼 누명도 풀리고 사건도 해결되고 두 사람의 멜로도 다시 이야기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와 제작진이 남은 3회 동안 <보고싶다>를 통해 무얼 말하려 하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해 주거나, 혹은 갖가지 단서를 조합해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것도 좋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정우와 수연이 어떻게 사랑을 나누느냐 이다. 그것은 ‘3단뽀뽀’나 ‘이불 키스’처럼 눈을 즐겁게 해주는 장면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시청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그리고 미소 짓게 해주는 두 사람의 진심어린 대화와 교감이 필요하다.

 

복수에 대한 메시지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철한 금자씨> 만으로 충분하다. 부디 남은 3회에서는 <보고싶다>가 두 사람의 멜로에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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