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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암살>은 무엇을 저격했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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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암살>은 무엇을 저격했나?

[영화리뷰] 오락영화 <암살>의 오락답지 않은 메시지

 

영화 <암살>이 700만 고지를 넘어섰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 성적이다. 개봉 3주차를 맞이한 시점에서도 여전히 압도적인 좌석점유율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1000만 영화’ 목록에도 충분히 이름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뜨거운 이 여름, <암살>은 제대로 관객들의 마음을 제대로 ‘저격’했다.

 

<암살>을 통해 최동훈 감독은 또 한 번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해냈다. 역시나, 오락영화의 거장(?)다운 노림수가 통했다. 무겁고 비장할 수밖에 없는 일제시대의 독립군 이야기를 최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캐릭터를 통해 극복해 낸 것이다. 스토리 자체는 무난하지만 배우들의 화려한 액션과 요소요소의 유머 덕에 139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조차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다.

 

 

 

 

흔히 ‘실패한 역사’는 드라마(혹은 영화)로서의 가치가 낮다고 말한다. 관객(혹은 시청자)들이 감정을 이입하거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승-전-패배로 이어지는 스토리에 기대감을 가지고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할 관객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그간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의 흥행 성적은 대부분 저조했으며, 역사극 중 상당수는 승자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최동훈 표 일제시대는 달랐다. 9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당시 시대에 대해 연구와 고민을 거듭한 최동훈 감독은 일제시대를 그저 ‘실패한 역사’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영화 속 대사처럼, 조선주둔군 사령관 하나 암살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그럼에도 몇 안되는 독립군이 신념을 가지고 계속 싸우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끝내 광복을 맞이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이름없는 독립군)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오늘날의 관객들에게 전한다.

 

 

 

 

영화 <명량>에서 조선 수군들은 ‘과연 후손들은 자신들이 이렇게 고생한 것을 알기나 할까?’ 라고 말한다. 그 대사가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는 선조들이 피땀 흘려 지켜왔다는 의미이며, 이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뜻일 게다. <암살> 역시 이와 유사한 장면이 나온다. 영감(오달수 분)의 입을 빌어 최동훈 감독은 몇 번이나 "우리를 잊지 말라“고 전한다. 홀로 남은 안옥윤(전지현 분)을 향해 말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관객들을 향한 메시지임을 알아채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 중 누구는 경성에서 커피를 마시며 연애를 하고 싶어 했던 평범한 젊은이에 불과했다. 또, 그저 돈을 많이 벌어 편안하게 살고 싶었던 소박한 꿈이 전부였으며, 여자들이 다 벗고 하와이에 가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싸웠고, 목숨을 잃었으며, 끝내 광복을 맞이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그들이 특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지금 같은 흥행속도라면 8월 15일 이전에 <암살>의 천만돌파는 무난해 보인다. 하지만, 1000만 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을 것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우리는 지금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가? 과거사 이야기는 그만 하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일본군과 친일파를 향해 당겼던 안옥윤의 방아쇠가 전해주었던 그 쾌감을 안고 극장을 나온 우리가 조준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일제잔재와 친일파 청산을 여전히 숙제로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암살>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려버릴 만큼 시원하지만 그래서 또 가슴 아픈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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