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워’는 어떻게 기대를 뛰어넘었나?
영화 이야기
‘시빌워’는 어떻게 기대를 뛰어넘었나?
‘아이러니’로 풀어본 <캡틴아메리카 : 시빌워>
400만이 봤고, 앞으로 600만이 더 볼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 <캡틴아메리카 : 시빌워(이하 시빌워)>는 사실 크게 새로울 게 없는 영화다. <시빌워>를 이끄는 주요 서사, 액션, 캐릭터는 이미 마블의 히어로무비에서 한번쯤은 접했던 설정들로써, 신선함 보다는 익숙함이 먼저 느껴진다. 그럼에도 <시빌워>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후한 분위기다. 역대 외화 흥행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것은 물론, 영화의 짜임새에 대한 관객들의 만족도 역시 무척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왜 <시빌워>는 뻔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일까.
답은, ‘아니러니’에 있다. ‘예상 밖의 결과가 빚은 모순이나 부조화’를 뜻하는 아이러니는 최근 <아가씨>로 돌아온 박찬욱 감독이 잘 활용하는 영화적 기법이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올드보이>를 떠올려보자. 오대수(최민식 분)는 왜 칼이나 총이 아닌 장도리를 들고 복수에 나선 것일까. 아이러니다. 만약 그가 칼이나 총을 들고 복수에 나섰다면 별반 새로울 게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망치라는 도구 하나가 영화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버렸다.
후반부에 삽입 된 음악은 또 어떤가. 아주 더러운 비밀이 밝혀지는 그 순간, 박찬욱 감독은 비발디의 사계를 관객에게 들려준다. 가장 폭력적인 장면에서도 어김없이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온다. 예상 밖의 음악, 부조화, 바로 아이러니다.
<시빌워>로 돌아와 보자. 익히 알려졌다시피, 이 영화의 뼈대는 ‘히어로 등록제’를 둘러싼 캡틴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갈등이다. 그런데 국가를 우선시하는 캡틴은 등록제에 반대를 하고, 오히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을 것은 아이언맨은 히어로 통제법에 찬성을 하는 아이러니가 그려진다.
두 사람은 지금껏 자신들이 추구해온 가치관과 어긋난 선택을 함으로써 묘한 부조화를 일으키고,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시빌워>를 단순한 ‘히어로간의 싸움’이 아닌 ‘힘’을 둘러싼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로 느끼게 만든다. 바로, 아이러니의 힘이다.
<시빌워>의 가장 큰 볼거리인 ‘떼거리 싸움’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빌워>는 <어벤져스> 2.5편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히어로가 등장하여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을 필두로 팔콘, 호크아이, 스칼렛 위치, 앤트맨, 윈터솔져., 워머신, 블랙 위도우, 블랙팬서, 스파이더맨까지 한데 어우러져 싸우는 장면은 그야말로 ‘신들의 전쟁’이다. 이렇게나 많은 히어로가 두 패로 갈라 싸우는 만큼 당연히 CG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초능력을 사용하는 스칼렛 위치를 제외하면 <시빌워> 속 대부분의 히어로들은 몸과 몸이 맞부딪히는 ‘현실적인 액션’을 주로 선보인다. 과거 악당들과 싸울 때 에너지빔을 주무기로 사용하던 아이어맨 조차 <시빌워>에서는 맨주먹을 휘두르며 액션을 소화한다. 아무래도 별다른 초능력이 없는 캡틴과 맞붙어야 하는 까닭이었겠지만, 어쨌든 이 역시 아이러니다. 다수의 히어로를 등장시킨 뒤 초능력 대신 서로 치고 받는 타격 액션 위주로 연출의 방향을 잡은 건 기막힌 ‘묘수’가 아니었나 싶다. 그 덕에 관객들은 기존 히어로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시빌워> 속 아이러니는 영화 종반에 이르러 더욱 빛이 난다. 흔히, 같은 편끼리 싸움이 발생하면, 이들의 화합을 위해 공동의 적을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시빌워>에 앞서 개봉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만 보더라도 이런 공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서로 죽일 듯 싸우던 배트맨과 슈퍼맨은 최강 악당 둠스데이가 나타나자마자 언제 싸웠냐는 듯 힘을 합쳐 대항했다. 심지어 둘은 세상 둘도 없는 콤비처럼 기막힌 호흡을 자랑했다.
<시빌워>의 결말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 영화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공동의 적’을 조금씩 구체화시켜 나갔다. 하지만, 웬걸. 감독은 여기서 또 한 번의 아이러니를 선보인다. ‘공동의 적’ 대신, 오히려 캡틴과 아이언맨이 다시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고, 마침내 <시발워>에 ‘마침표’를 찍는다.
관객들이 기대했던 ‘극적인 화해’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는 듯, 영화는 제목 그대로 ‘내전’ 자체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또 매듭짓는다. 이런 예상 밖의 아이러니는 앤트맨과 스파이더맨, 그리고 비전까지, <시빌워> 속 각각의 캐릭터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아이러니가 불러일으키는 긴장감과 전복이야 말로 <시빌워>가 뻔하지 않게 다가온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시빌워> 속에 녹아있는 아이러니를 한번 찾아보길 권유 드린다. 아마 색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마블스튜디어, 디즈니컴퍼니코리아 등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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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
결국기자도 시발워라고 씀 ㅋㅋ ㅋㅋ
....
제목이 타어강 패러디이네...
생명마루한의원 일산점
포스팅을 보니 한번 보고 싶네요~
잘 보고 갑니다^^
너무길다
많은 분들이 아이언맨과 캡틴의 입장이 반대가 아니냐며 의아해 하시네요. '아이러니'라고 하셨지만 시빌워 상에서 아이언맨의 선택과 캡틴의 선택은 사실 당연한 방향이었다는 것을, 이전 영화들을 자세히 보시면 아실것 같습니다.
캡틴은 전체주의 사상에 반해서 나온 인물. 그리고 그의 신념은 곧 행동이 되죠. 당연히 캡틴은 조직이나 어떤 단체의 통제를 거부하는 캐릭터입니다. 어벤져스 또한 자신이 캡틴을 맡긴하지만 개개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잘못된 길이 아니라면 자신이 통제하려 들지않습니다. 'avenger'라는 말 또한 '복수하는 자'를 뜻합니다. 한마디로 '먼저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당하면 공격한다는 것'이죠. 이건 큰 차이입니다.
토니 스타크는 자신의 무기가 테러집단에 암거래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아이언맨을 만들죠. [아이언맨1] 그 후 세계평화를 이루었다며 자만하지만 자신의 기술력을 쫒아오는 세력들을 보곤 불안해하죠. [아이언맨2] 하지만 테러집단과는 비교도 안되는 우주적 존재가 공격해옵니다.[어벤져스1] 그 불안의 최고조로 42개의 아이언맨 슈트을 만들기에 이르죠. [아이언맨3] 하지만 결국 테러조직 익스트리미스를 처치하는건 페퍼포츠 였습니다. (마지막에 익스트리미스로 변한 페퍼포츠가 악당 두목을 죽임) 그 후 42개가 되는 아이언맨 슈트를 박살내고 가슴에 있던 아크리액터도 때어내죠 (슈트에 의존적인 자신을 바꾸겠다는 의미) 더 큰 불안을 느낀 토니는 울트론을 만들기에 이릅니다. [어벤져스2] 울트론은 원래 세계평화를 지키기 위한 인공지능 컴퓨터. 토니가 아이언맨도 약하다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울트론으로 소코비아 사태가 벌어지죠. (결국 자신이 악을 만든 결과가 됨) 아이언맨은 사실 정형적인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자만 - 실수 - 불안'의 연속. 그런 그가 어벤져스를 통제할 집단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자기도 포함해서 말이죠) 또 다시 그런 실수를 반복할 수 없기 때문이며 자신의 불안을 덜고 싶은 맘도 있는 것이죠.
그에 반하면 캡틴 같은 인물은 현실에 있기 힘듭니다. 신념을 믿고 자신의 고통과 불안은 오로지 자기 안에서 해결하려 들죠. 정신력 갑.
어째든 우리가 시빌워에 끌릴 수 밖에 없는 것은 두 캐릭터의 일관성 때문. '아이언맨이 일관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위에서 말한 패턴이 생겼다는 건 일관성있는 캐릭터 구축입니다. (일관되지 않았다는 건 슈vs배에서 슈퍼맨과 배트맨이 보여준 행동이죠... 아 정말 아까운 영화...)
그리고 두 캐릭터 모두 평화를 추구하는 선과 선의 대결인데 다른 노선을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이건 현실에서 있는 일입니다. 모두가 평등한 권리를 가지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시 미국의 모기지 사태를 아시나요? 그리스가 망해서 나라의 공공시설을 팔던 때를 아시나요? 민주주의로 대표되는 대의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이신가요? 이렇듯 우리가 선이라고 믿는 것과 현실에 적용된 시스템의 격차는 엄청납니다. 바로 이 차이의 선택지를 이 두 캐릭터가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 명은 이념과 신념을 믿고 거기에 맞춰서 나가야한다. 다른 한 명은 현실과 타협하여 유연하게 나가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이 논쟁은 아마 우리가 종말하는 날까지 풀지 못할 것 같네요 ㅋㅋㅋ
아 너무 길게 썼네요 ㅈㅅ
그럼 수고하세요ㅋㅋ
VeryIP
멋진 의견입니다. 원글보다 이 의견이 더 타당해보이네요 제가 시빌워를 보면서 느꼈던 간질간질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한것 같습니다
영화광
올드보이를 제대로 보긴 한건지.. 대체 몇장면이나 폭력씬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나온다고.. 나 올드보이 다섯번 본 사람입니다. 장도리랬다가 망치랬다가.. 머 그래요? 오대수가 장도리와 칫솔을 무기로 쓰는건 일상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캡틴과 아이언맨의 캐릭터상 아이러니는 이미 이동진 평론가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다 얘기했던 거고, 아이언맨이 무슨 공항씬에서 맨몸으로 싸웁디까? 슈트 착용전에 잠깐 그런거지.. 시빌워를 눈감고 봤나? 아이러니 라는 용어 좀 쓰고 거기에 맞춰서 원래 영화 내용까지 막 바꿉니까? 이딴걸 리뷰라고 참나..
이카루스83
사실확인을 위한 지적이 아니라 이런식의 공격적인 댓글은 불편하네요.
1. 음악 : 미도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악장이 나옵니다.
2 . 장도리 : 캐릭터의 일관성으로 해석하는 건 자유겠으나, 제가 말하고자 하는건 감독의 의도입니다. 장도리의 아이러니는 이미 올드보이 개봉 당시 많은 평론가들이 분석했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3. 장도리와 망치 : 같은 의미입니다. 글을 쓰다보면 특정 단어가 계속반복됨으로써 글의 맛을 헤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냥 글쓴이의 재량으로 생각해주세요.
4. 아이언맨 : 어벤저스에 비해 에너지빔 사용 등 액션에 CG가 적게 들어갔다는 의미입니다. 슈트도 안입고 주먹만으로 싸웠다고는 한적 없습니다.
끝으로, 다른 평론가가 분석한 내용은 글로 쓰면 안되나요? 이동진 평론가의 글은 읽어보지 않았으나, 누구나 영화를 보면 그정도 분석은 할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게 감독의 의도라고 전 생각합니다.
영화는 해석하기 나름이고,
전 전문평론가가 아닌 개인 블로거입니다. 제가 느낀바를 글로 정리해서 올리는게 이런식의 공격적인 댓글을 받아야 할 이유인가요?
개인적으로
시빌워가 왜 성공적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캡틴은 뭐 그냥 친구만 보는 정신나간 한명이고 아이언맨은 그냥 방패 내놓으라 하는 찌질이 됨ㅋㅋㅋ 결국 캡틴은 비브라니움킹 만나서 더 이득봤고 아이언맨과 로디는 충격적인 진실과 장애를 가졌죠 동료이자 친구라며 그렇게 같은 팀으로 활동하더니 결국엔 옛 친구 버키만 바라보는 캡틴... 개노답 영화였는데 왜케 평이 후한지 모르겠네요
k
방패내놓으라고 하면 찌질이라는 말에 웃고 간다
한똥
사회친구보다 부랄 친구가 더 좋다는거죠ㅋㅋ
한똥
이거 어제 봣는데...갠적으로 진짜 지루함..
액션 장르보면서 보는내내 졸리긴 첨이네요..
천만이 넘을지 의문....
봉명동안방극장
이번 작품에서는 히어로 캐릭터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준것 같아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그 세계관을 확장할수록 더 깊은 내공이 쌓이는듯한 느낌입니다.
좋은 리뷰 잘 읽었고, 리뷰에 트랙백 걸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