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아픈 청춘, ‘신인상’보다는 인생의 ‘주연상’을 꿈꾸자

책 이야기/문학,소설,수필,시

[book 리뷰]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고….


#1. 얼마 전, 몇 달 만에 연락이 닿은 한 후배의 근황을 전해 들었다. 대학교 3학년까지 마치고 휴학을 했던 후배는 최근 다른 학교로 재입학을 했다고 한다. 그의 소속은 ‘지방 사립대’에서 ‘지방 국립대’로 바뀌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신입생 된 후배의 목소리는 전혀 신입생답지 않았다.


#2. 서울로 직장을 잡고 올라와 알게 된 한 동생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대학을 그만뒀다고 한다. 그 동생의 말을 있는 그대로 옮기자면, “비전 없는 3류 대학을 계속 다니느니, 빨리 돈을 벌어 유학을 가는 게 낫겠다 싶다”는 게 그 이유다. 동생의 계획은 나름 뚜렷했지만, 계획만큼 확신에 찬 목소리는 아니었다.


불안하고 막막하다. 외롭고 흔들린다. 그리고 아프다. 21세기 오늘을 살아가는 대학생, 20대, 청춘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꽤나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지만, 사실 선뜻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다. 왠지 모르게, 책장을 넘기게 되면, 아픈 나의 청춘과 불안한 나의 미래와 마주하게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끼는 후배와 동생들에게 한 마디의 조언조차 해줄 수 없는 ‘나’를 발견하게 되자, 어떤 의무감 비슷한 심정이 들었다. 그러니까 어쩌면, 이 글은 재입학과 자퇴를 한 두 동생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우선, 책의 저자인 김난도 교수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서울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두 번의 행정고시에 낙방한 뒤, 행정학 박사를 취득했지만, 현재는 소비자학과에 재직 중인 김난도 교수. 그 역시 아픈 청춘을 보내고, 불안한 미래 앞에서 방황한 경험이 있기에 그가 들려주는 ‘인생 강의’는 실패와 좌절을 맛본 선배의 그것만큼 울림으로 다가온다.

 

책은 ‘인생시계’라는 비유를 통해 20대(특히 대학생)들로 하여금 너무 조급증을 갖지 말라고 당부한다. 80살 까지 사는 인간의 생을 하루 24시간에 비유했을 때, 지금의 20대는 겨우 아침 7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아침은 이제 막 일어나서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인 만큼,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안달하거나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는 뜻.

 

하지만, 20대가 남은 인생의 많은 시간을 결정하게 되는 사회 속에서, 대학을 옮기고, 유학을 가고, 스펙을 쌓는 우리시대 많은 청춘들의 행위를 ‘단순 위로’로 그칠 수는 없는 법이다. 누군들 ‘공무원 시험’과 ‘스펙 쌓기’에 젊음을 소비하고 싶겠는가.

 

이에 대한 김 교수의 또 다른 비유가 탁월하다.

 

우리나라 영화제에는 있는데,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는 없는 수상부문은?

답, 신인상이다. 신인상은 남보다 빠른 성취에 부여하는 상이다. 부러움을 더 크게 받는다. 많은 청춘들이 인생의 ‘신인상’에만 연연하다. 친구들보다 빨리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친구들보다 먼저 전문직에 나가고, 친구들보다 앞서 부와 안정을 누리고 싶어한다. 다들 신인상에만 안달나 있을 뿐, 먼 훗날 주연상을 받을 수 있는 내공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 기억하라. 그대가 노려야 할 것은 신인상이 아닌, 그대 삶의 주연상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본문 中 >

 

지금 우리시대 청춘에게 필요한 것은 뭐? 바로, 긴 호흡이다. 지금 당장 불안하니까, 할 게 없으니까, 고시 공부를 시작하거나, 혹은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안될 거 같아 재입학을 하거나 목적 없이 휴학을 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없는 선택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바로 눈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다. 조금 더 멀리보자. 숲 안에서는 나무 밖에 보이지 않지만, 조금 더 돌아가서 보면 숲 전체를 볼 수 있는 법이다.

 

사실, 지금의 사회가 워낙 비정상적인 시스템으로 작동되다 보니, 어느 세대 못지않게 지금의 20대와 청춘은 힘겨운 나날을 보이고 있다. 그들을 위로 한다고 나온 책들에서 주문했던 내용은 “지금 당장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거나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할 수 있으니 조그만 더 견뎌보라”는 식의 정형화된 답이었다.

 

하지만, 삶이란 것은 워낙 다양하게 이뤄지고 또 흘러가기 마련이다. 선택이라는 기로에 놓이게 되면 그 주체로서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는 것 또한 당연하다. 답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앞선 내 동생들에게 한 마디의 말을 남기고자 한다. 김난도 교수가 책 말미에 자신의 아들에게 띄운 편지의 내용이기도 하다.

 

“If you don't know where you're going, just go.”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가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말이다. 문이 아무리 많아도, 열지 않으면 벽이다. 되도록 많은 벽을 두들기고, 되도록 많은 문을 열어봐. 청춘이라는 보호막이 너의 실수를 용인해줄 거야.
<아프니까 청춘이다, 본문 中 >

 

두 후배와 다시 통화하게 되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직접 만나 술이라도 한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