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인터뷰이보다 인터뷰어가 더 빛나는 책-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책 이야기/인문,사회,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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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리뷰]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확실히 그는 말 잘 하는 방송인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참여하여 연설한 내용만 보더라도, 그는 듣는 사람 보다 적어도 한수 앞 두수 앞을 미리 내다보고 이야기하는 듯 보입니다. 예측을 뛰어넘기 때문에 감동이 뒤따릅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말빨’도 아닙니다. 언중유골(言中有骨). 한마디 한마디에 뼈가 있습니다. ‘고수’입니다. 그러니, 명사회자로 이름을 날리고, <토크콘서트>라는 것도 개최를 하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말 잘하는 사람이 인터뷰어가 되어 누군가를 인터뷰 한다면, 인터뷰이로부터 정말로 많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마도 경향신문에서 <김제동의 똑똑똑>을 연재한 이유도 같은 연유일거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김재동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우리시대 ‘소통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까닭도 있겠지만 말이죠.


 

평생 모든 사람을 좋아하고, 한 사람만을 사랑하면서 살아다가다 눈을 감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1년여 동안 경향신문에 <김제동의 똑똑똑>을 진행하면서 저는 세상에 제가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는 걸 배웠습니다. 사람마다 무늬와 색깔이 다르고, 깊이와 넓이가 다르지만 이 땅에 함께 숨 쉬고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분들과 만나는 게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작가의 말 中>


 




작년 한해 경향신문의 <김제동의 똑똑똑>을 통해 연재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권의 책으로 나왔습니다. 바로,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인데요. 이외수 작가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신영복 선생님과의 대화까지, 책에는 총 24명의 인터뷰이가 등장합니다.

 


이외수 소설가, 정연주 전 KBS 사장, 김용택 시인, 고미자 제주 해녀, 엄홍길 산악인, 박원순 변호사, 정재승 과학자,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감독, 고현정 배우, 강우석 영화감독,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김C 가수,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양준혁 야구선수, 설경구 배우, 조정래 소설가, 황정민 배우, 정호승 시인, 소녀시대 수영, 최일구 MBC앵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용식 나우콤 대표, 나영석PD,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등.

 


이들은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 예술 분야를 대표하는 분들로서, 책속에는 이들의 널리 알려진 이야기부터 시작해 김제동과 마주하여 털어놓을 수 있는 넋두리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있습니다. 아마도 인터뷰어인 김제동 본인 스스로가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인터뷰이 역시 편안하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인터뷰가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었고, 또 실제로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유인촌 전 장관이 문화체육관광부 수장으로 있었을 시기에 김제동의 연이은 프로그램 하차가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인터뷰 속에 그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잠깐 스쳐지나가는 정도의 언급은 있습니다) 둘 모두 어떠한 긴장감 비슷한 걸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한마디 한마디에서 재미가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김제동은 인터뷰 말미의 글을 통해 “유 전 장관이 장시간 밝힌 원론적 주장에는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고 고백하는데요. 인터뷰 내내 얼마나 답답함을 느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때로는 진지해 질 수 있는 질문과 사안에도 특유의 유머를 곁들여 재치있게 풀어내는 것은 순전히 김제동 개인의 능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민감한 이슈도 정치논리가 아닌 국민들의 시각에서 이해하고 또 바라볼 수 있게 해준 것도 그의 덕이 아닐까 싶네요.

 


끝으로 책은 김제동의 에세이집 이라고 분류되지만, 사실상 교양서적이나 인문학 서적을 읽은 듯한 착각이 듭니다. 또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단하신 분들을 이해했다기 보다는 김제동 이라는 한 인간을 조금 더 많이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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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늘 타인을 거울삼아 자신을 돌아봅니다. 다른 이와 비교 했을 때,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때로는 제3자의 눈으로 본 내가 정확한 법이죠. 그래서일까요. 책을 덮고 난 후 기억에 남는 건, 김제동이 만난 사람들이 아니라 김제동 그 자체였습니다.

 


문득, 그를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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