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그 겨울 5회: 비극 속에서 빛난 시각장애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영과 오수의 달콤했던 1박2일의 시간은 오수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결국 비극이 되어버렸다. 영이를 향한 오수의 마음이 점점 더 깊어졌기 때문일까? 이날 오수는 자신 때문에 죽은 희주의 기일마저 잊어버린 채 영이와 함께 바다로 1박2일의 여행을 떠났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희주의 기일이었음을 알게 된 오수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고, 급기야 영이를 버려둔 채 희주의 묘소로 향했다. 갑자기 변해버린 오수로 인해 영이가 마음의 상처를 받은 건 당연한 결과였다.

 

밝혀진 오수의 과거…비극은 재현될 것인가?

 

21일 방영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5회에서는 오수의 아픈 과거가 밝혀졌다. 다름 아닌 오수의 첫사랑 희주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밝혀 진 것이다. 19살의 어렸던 오수는 희주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크게 화를 내며 달아났고, 희주는 그런 오수를 오토바이를 타고 뒤쫓다 사고가 났다. 아이와 함께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자신이 희주에게 모진 소리만 하지 않았더라도, 임신한 희주를 따뜻하게 안아줬더라면 희주가 죽는 일은 없었을 텐데…. 그렇게 오수는 죄책감을 가지고 의미 없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비극이다.

 

 

 

사실, 희주의 기일을 잊었다는 건 오수에게 있어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그건 돈을 위해 오영의 마음을 훔쳐야하는 목적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몹쓸 짓이었다. 그래서 그는 불현 듯 오영에게 화를 냈고, 갑자기 차갑게 변했다. 영은 그런 수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미 오수를 ‘진짜 오빠’로 믿고 있는 그녀는 오수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사과를 하든지 이유를 말해주든지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영이에게 수는 희주의 기일이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앞이 보이지 않는 영은 수의 말만 믿은 채 그를 위로하려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수의 계략이었다.

 

오수는 지금 흔들리고 있다. 영에게 접근한 것은 그저 돈이 필요해서였는데, 어느새 그녀에게 마음을 뺏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영이의 마음을 빼앗어야 하는데 정작 마음을 빼앗긴건 오수다.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을 죽이고, 유산을 가로채야 한다.

 

 

 

이날 오수는 희주 때문에 아파하는 자신을 위로하는 영이에게 알약을 건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 때 그 알약을 먹으면 모든 걸 잊게 된다”는 거짓말과 함께 말이다. 그 알약은 사실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으로 내모는 독약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잃어 본 오수. 그는 정말 독약을 오영에게 건넬까? 물론,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그는 잘 알고 있다. 비극은 결코 재연돼서는 안된다. 흔들린 건 사실이지만, 오수는 오영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다. 그녀를 바라보는 게 즐겁다. 죽고 싶은 여자 오영과 달리 오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남자다. 그는 오영을 끝까지 지켜낼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거는 한이 있더라도... 하지만 오영은 뇌종양이 재발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오수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비극 속에서 빛난 시각장애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

 

나중에 밝혀진 오수의 과거는 비극이었지만 적어도 이날 방송의 초반부는 오영과 오수의 행복한 시간으로 가득했다. 이들은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그 여운을 달래기 위해 바닷가로 향했다. 오토바이도 타고 술도 마셨다. 오수는 오영에게 첫 사랑 희주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오영은 오수에게 시각장애로 생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어떤 오누이보다 정겹고 또 다정한 모습이었다.

 

 

 

이때 오영이 오수에게 갑자기 만지고 싶다고 말했다. 오빠의 키는 얼마나 되는지, 오빠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손으로 느끼고 싶다고 했다. 남자의 몸을 함부로 만지는 것은 안좋다고 오수가 농담을 건내자 오영이 웃으며 답했다.

 

“우리 시각장애인들은 만져야 느낄 수 있어. 만져야 알 수가 있어. 그러니까 시각장애인이 만지는 것은 모두 무죄야.”

 

시각장애인에 대한 노희경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대화였다.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을 마주했을 때, 그들이 몸을 더듬거나 여기저기 만지는 것을 때론 불쾌하게 생각하거나 경계하며 때론 의문으로 바라보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앞을 못 보는 사람들이 앞을 보기 위해 취하는 행동일 뿐이다. 앞이 보이는 사람들이 눈을 뜨고 세상을 보듯, 그들은 손으로 만지고 더듬으며 세상을 보는 것이다. 다를 건 아무것도 없고, 이해 못할 것도 없다. 새삼, 이 드라마가 무척이나 세심하다고 느꼈다.

 

 

시각장애인을 바라보는 이 드라마의 따뜻한 시선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오수의 몸을 손으로 느끼고 난 뒤, 오영은 오수에게 “미남”이라고 말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시각장애인 기준에서 오수는 잘생긴 남자에 속한다는 것이었다. 무슨 말인지 의아애하는 수에게 영은 친절히 설명해줬다.

 

“앞이 보이지 않는 우리에게 있어 팔이 두껍고 목소리가 두꺼운 남자는 미남이야. 넌 그래서 미남이야. 여자는 팔이 가늘고 목소리가 예쁘면 미녀고. 어때? 이거저거 따지는 너네보다 간단하지?”

 

순간 뒤통수를 맞은 거 같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의 기준은 사실 우리에게 주어진 ‘눈’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앞이 보이기 때문에 더 꾸미고 더 잘 보이려 한다. 눈도 고치고 코도 고치고 심지어 얼굴형태까지 바꾼다. 하지만 눈이 크고 코가 오똑하고 얼굴이 갸름하다고 해서 잘생기고 예쁜 것일까?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고치면 가능한 것일까? 얼굴이 예뻐지고 난 다음에는 몸매? 그렇다면 또 그다음엔? 앞이 보이기 때문에 이거자거 따지면서 점점 더 외모를 고쳐나가는 것 보다는 시각장애인들의 미남미녀 구분법이 훨씬 더 현명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날 방영된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비극적인 오수의 과거도 흥미로웠지만 그보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노희경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더 놀랍게 다가왔다. 더불어 그들에 대해 알게 모르게 가졌던 편견은 없었는지,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세상을 바라본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됐다. 앞으로도 이 드라마가 영이를 통해 시각장애인에 대한 많은 편견을 깨트려 줬으면 좋겠다. 영이는 충분이 예쁘니까,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참, 여러모로 가슴을 적시는 드라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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