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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신 김혜수, 계약직이라면 공감할 캐릭터!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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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세상의 사람을 남자와 여자, 이렇게 두 분류로 나눈다면 당신은 아직 취업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취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사람은 남자와 여자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린다는 사실을. 전체 근로자 중 30%이상이 비정규직인 나라, 600만 비정규직 사회, 계약직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드라마 속 직장은 대개 사랑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묘사되거나 혹은 상사와 부하직원간의 갈등이 맞부딪히는 공간으로 존재해왔다. 그나마 몇몇 드라마가 사측과 노동자와의 대립을 통해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려냈을 뿐,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고용형태에 따라 임금에 차이가 난다는 사실, 그리고 계약직은 각종 후생복지에 있어서도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한 드라마는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정규직과 계약직 사이에 존재하는 위계관계와 계약직이 회사에서 어떤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지를 코믹하게 그려낸 <직장의 신>이 반가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스김, 코믹과 역설이 그려낸 계약직의 현실

 

일본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원작으로 하는 KBS <직장의 신>이 1일 첫 선을 보였다. 이날 방송은 이름에서부터 정규직 사원임이 느껴지는 장규직(오지호 분)과 ‘계약직의 전설’로 통하는 미스김(김혜수 분), 그리고 3개월 계약직으로 이들과 함께 일하게 된 정주리(정유미 분)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김혜수의 코믹연기가 돋보인 미스김 캐릭터는 ‘자발적’ 계약직이다. 다른 계약직과 달리 그녀가 당당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녀는 커피를 타고 이면지를 분류하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문서정리와 포크레인 운전까지 못하는 게 없는 ‘슈퍼우먼’이다. 일처리도 꼼꼼하고 워낙 완벽하다보니 오히려 그녀를 고용하는 회사 측에서 한수 접고 들어가는 현실.

 

장규직은 이런 미스김이 못마땅하다. 그의 상식으론 계약직은 정규직 앞에서 약자이어야 하며, 상사가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해야 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미스김은 팀장이 이야기하는 도중에 점심시간이라며 나가버리고, 직속 상사가 아닌 다른 부서 상사가 시키는 일은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며 매몰차게 거절한다. 게다가 팀원들을 위해 점심시간에 잠깐 일을 도와주고는 어머어마한 시간외 수당을 청구한다. 그야말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계약직이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오히려 제작진은 미스김의 이런 말도 안되는 행동들을 통해 계약직의 현실을 조명한다. 바로 역설적 화법을 통해 상사의 한마디에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일을 하거나, 본인 업무와 상관없이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해야 하는 계약직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주리, 3개월 계역직의 초라한 현실

 

김혜수의 미스김 캐릭터가 코믹과 역설을 통해 계약직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면, 정유미가 연기하는 정주리 캐릭터는 현실 속 계약직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다. 정주리는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부랴부랴 취업전선에 뛰어 들었지만 지방대 캠퍼스에 그 흔한 어학연수 경험마저 없는 그녀를 부르는 곳은 없었다. 그나마 파견회사를 통해 들어간 곳이 바로 장규직과 미스김이 있는 회사인데, 그녀는 고작 3개월의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됐다.

 

 

 

 

물론 업무평가를 통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고, 2년을 다 채우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지만, 회사 동료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고용시장에서 정주리를 대체할 인력은 너무나도 많고, 굳이 회사가 ‘저스펙’의 그녀를 정규직으로 고용할 리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이 해지될까봐 늘 전전긍긍하며, 불합리한 업무지시와 상황을 모두 감내해야만 하는 정유미의 모습은 씁쓸함을 자아내지만, 또 반대로 계약직임에도 불구하고 칼퇴(정시퇴근)를 당연하게 여기는 미스김의 모습에서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노동자가 그려왔던 꿈같은 직장생활을 보여주고 있는 미스 김. 대체 그녀는 왜 자발적으로 계약직 인생을 살아가는 것일까?

 

“네가 그러니까 계약직밖에 못되는 거지. 애사심, 동료애 같은 게 전혀 없잖아!”

“당신이 그러니까 정규직이죠. 그런 쓸데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장규직과 미스김이 나눈 대화가 일말의 힌트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그녀는 정해진 시간에 오직 내 할 일만 하는, 어떻게 보면 직장내에서 ‘이기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그녀에게 애사심, 동료애 따윈 없다. 오직 내 업무만 완벽하게 처리할 뿐이다. 하지만 못하는 게 없고, 계약직 생활을 이어나가면서도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할 정도의 품격(?)을 자랑한다.

 

이야기는 결국 그녀의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조금씩 보여주며, 미스김이 왜 이름 없이 살아가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거기에 3개월의 단기 계약직 신분인 정주리가 미스김을 통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회사를 주인처럼 떠받드는 장규직이 미스김과 얽히면서 어떤 변화를 보일 것인지를 차곡차곡 진행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스김의 과거만큼이나, 앞으로 <직장의 신>이 그려낼 직장 내 문화와 계약직의 현실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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