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1박2일>, <인간의 조건> 역사특집, 공영방송 KBS 자존심 살렸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KBS는 요즘 공영방송으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보도 영역은 세월호 정국을 거치면서 비판 기능이 위축됐다는 비판에 직면했으며, 드라마와 예능 역시 각종 표절논란에 휩싸이면서 시청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국민들의 수신료로 제작되는 만큼 가장 공정하고 도덕적이어야 할 공영방송이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비단 신뢰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는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TV에게 시청률의 주도권을 넘겨줄 만큼 그 영향력이 눈에 띄게 줄었다. KBS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할 만한 문제이며, 통렬한 자기반성이 요구되는 상황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면, KBS 내부에서도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과 <인간의 조건>이 선보인 역사 특집은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나아갈 방향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공영방송로서의 위상이 땅바닥에 떨어진 시점에서 그나마 두 프로그램이 KBS의 자존심을 지켜낸 것이다.

 

 

 

 

먼저 30일 방영된 <인간의 조건>은 '백년의 유산 찾기' 첫 번째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멤버들은 저마다 팀을 꾸린 뒤 우리나라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한 5일간의 체험을 시작했다. 그중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서대문 형무소를 찾은 김준호와 김준현이었다. 이들은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배우는 과정에서 역사 교육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특히 김준현은 국사라는 과목이 어떻게 선택과목으로 지정될 수 있느냐며 분개했고, 역사는 평생 공부해야 할 과목이라는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역사 교육이란 단순히 지나간 과거를 암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역사는 선조들이 이뤄온 삶과 문화 그리고 인간의 본성과 철학을 이해하는 종합 학문에 가깝다.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한 이유 역시 같은 뜻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을 이끌어 우리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밝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공영방송의 책무가 아닐까. 적어도 이날 <인간이 조건>은 시청료가 결코 아깝지 않은 방송이었다. 

 

 

 

지난주부터 2주간 꾸며진 <1박 2일> '자유여행-군산편' 역시 일제 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되새기게 만들며 재미와 감동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멤버들은 2명씩 팀을 꾸며 군산의 자연, 음식, 역사 탐방에 나섰는데, 그중 가장 빛난 것은 단연코 김민종과 정준영이 함께한 역사 탐방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히로쓰 가옥'을 비롯하여 일제시대에 지어진 건물 곳곳을 둘러본뒤, 일본이 우리나라의 쌀을 수탈해가기 위해 만든 부진교(일명 '뜬 다리')를 찾았다. 평소 역사에 대해 잘 몰랐던 이들 초자도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는 현장에서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고, 마음 한 구석에서 밀려오는 착찹함을 막을 수 없었다.

 

 

 

 

역사는 자신에게 멀기만 한 과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역사가 살아있는 감정이 되고 이들의 마음에 각인되는데는 그저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김민종과 정준영은 탐방 이후 진행된 프리젠테이션에서 "역사를 잃으면 나라를 잃는 것"이라며, 이날 본인들이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다. 또한 몇몇 건물과 현장에서는 그 시대의 암을한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 일부러 찾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아마도 일제 감정기라는 아픈 역사는 우리이게 있어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역사를 찾아 나선 <인간의 조건>과 <1박2일>은 모처럼 공영방송으로의 가치를 잘 살린 특집이 아니었나 싶다. 비록 광복절이 끼어있는 8월에 맞춰 기획한 이벤트성 특집이라는 한계는 있을 지언정, 역사를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접근하면서 그 안에 진지한 메시지를 녹여냈다는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자존심을 되찾고 그 책임과 의무를 되돌아보고자 한다면, KBS 역시 자신들의 역사부터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독재정권 치하에서 그리고 우리사회가 민주화 되는 과정에서 KBS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반추해본다면, 앞으로 KBS가 나아갈 길도 보다 현명하게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듯, 시청자를 저버린 공영방송에게 미래는 결코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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