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박형식-혜리는 어떻게 ‘에이스’가 되었나?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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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병사' 박형식, 그리고 ‘앙탈 애교’ 혜리. 수많은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로밖에 기억되지 못했을 두 사람이 최근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MBC <일밤-진짜사나이(이하 진짜 사나이)에 출연해 늘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 세대의 고른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제 ‘제국의 아이들’과 ‘걸스데이’의 에이스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높은 인지도와 호감도를 자랑한다. 

 

 

 


 

사실 <진짜 사나이> 출연전만 하더라도 박형식은 그저 잘생긴 아이돌 멤버로밖에 시선을 끌지 못했다. 그것도 ‘제국의 아이들’이란 그룹을 알고 있는 어린 친구들 정도만 그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상병까지 달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지금의 박형식은 예전과 180% 달라진 위치에 놓여있다.

 
<진짜 사나이>에서 아기병사로 활약하는 동안 그는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두루 섭렵하고, CF와 드라마까지 활동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시청률의 제왕’이라 불리는 KBS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에서 막내아들 ‘달봉이’로 활약 중이다. 그가 맡은 배역은 주인공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상당히 비중이 높다. 아이돌 멤버라면 피해갈 수 없는 ‘연기력 논란’도 박형식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여기엔 그의 캐릭터 소화 능력도 한 몫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무척이나 관대하고 따뜻하기 때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프로그램에 처음 투입됐을 때만 하더라도 미르의 ‘땜빵용’ 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박형식은 불과 1~2회 만에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비록 실수투성이에 불과하지만 군대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의 진심이 브라운관 밖 시청자에게도 전달 된 것이다. 고된 훈련에도 웃고, 선임들에게는 깍듯하게 대하며, 늘 배우는 자세로 겸손함을 잃지 않았던 까닭이다. 군대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박형식은 훨훨 날아올랐고, 이제는 그를 떼어놓고 ‘제국의 아이들’을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그룹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에 합류한 걸스데이 혜리는 방송 단 2회 만에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이끌어 내고 있다. 방송 전만 하더라도 아이돌 멤버는 섭외하지 말라고 아우성치던 대중들 역시 이제는 ‘혜리앓이’에 단단히 빠진 모양새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바로 지난 31일 방영된 그녀의 ‘앙탈 애교’다. 이날 멤버들은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뒤, 그동안 훈련을 지도해 준 조교 및 분대장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헤어지는 인사에서 조차 호통을 분대장 앞에서 혜리는 서운함이 폭발했고, 자기도 모르게 “이이잉” 소리를 내며 얼굴을 찌푸렸다. 왜 그렇게 그동안 못되게 굴었냐는 의미였을 것이다.


군대와 애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이지만 반응은 상당히 폭발적이다. 방송 후 그녀의 행동은 ‘앙탈 애교’로 불리며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호평 일색의 반응이 뒤따랐다. 그녀의 앙탈 애교가 어떤 가식이나 연출에 따른 것이 아닌, 그동안 고되게 훈련하고 절제해야만 했던 환경에서 터져 나온 불가항력적인 반응임을 시청자도 직감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앙탈 애교’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장면이 나오기 전부터 혜리는 멤버들 사이에서 긍정 전도사로 통할 만큼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일등공신이었다. 내세울 건 체력밖에 없어 사사건건 실수를 몰고 다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기죽지 않고 계속해서 군대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애썼다. 왜 엄숙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고, 훈련 중에는 웃으면 안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지킬 건 지키는 모습과 여자 아이돌 답지 않은 솔직하고 털털한 언행으로 반전 매력을 뽐냈다.

 

 

 

박형식과 혜리가 군대라는 낯선 환경을 인생의 기회로 만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멋져 보이거나 예쁘게 비춰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그들이 부족할 것이라는 것은 시청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군대를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이는 극소수일 뿐이다. 하나하나 배워나가고, 또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나아지는 것이다. 박형식과 혜리는 바로 이 단순한 진리를 따랐다. 욕심 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줬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박형식과 혜리는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진심은 통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군대라는 혹독하고 낯선 환경 덕이 컸지만, 군대가 아니었어도 이들은 분명 날아올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흘린 땀의 가치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선전은 어떻게 해서든 화제의 중심에 서려고 애쓰는 아이돌과 연예인들에게 있어 하나의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굳이, 노출을 통해 섹시 이미지를 만들지 않아도, 혹은 자극적인 사연을 통해 화제를 이끌지 않아도, 그들의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다. 비우고 내려놓아야 더 많이 가질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아이돌 생존 비법은 바로 거기에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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