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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예체능’이 보여준 키즈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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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예체능’이 보여준 키즈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

 

TV 프로그램에서 어린 아이들을 보는 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거나 돌보는 게 하나의 스토리가 되기도 하며, 자식과 함께 여행을 떠나 추억을 쌓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스튜디오 안에서 퀴즈를 푸는 것이 오히려 심심하게 느껴질 만큼 아이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키즈예능, 육아예능, 가족예능 등 범주는 달라도 이런 류의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는 대개 엇비슷하다.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과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시청자의 마음을 붙잡겠다는 계획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그리고 삼촌과 이모의 시선으로 TV를 바라보는 대중은 예쁘고 착한 아이들에게 한없이 관대하기 때문에, 제작진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아이들을 프로그램 안으로 불러 모은다. 친구특집, 동생특집, 특별 게스트라는 변주도 어느덧 익숙한 패턴이 되어갈 정도다.

 

 

 

 

그래서 지난 7일 방영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팀이 느닷없이 한 초등학교를 방문하겠다고 할 때만 하더라도, 이런 식의 키즈예능 변형이라고 생각했다. 운동이라는 것이 어른들의 전유물인 아닌 만큼, 예체능 멤버들이 아이들과 함께 땀 흘려 운동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10살 전후의 초등학교 학생들은 한참 귀엽고 활발할 나이인 만큼, 어떤 새로운 캐릭터가 선보여질지 은근히 기대됐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날 방송은 키즈예능이라는 인기에 기댄 단순한 특집이 아니었다. ‘연예인 2세’를 전면에 내세운 그간의 육아예능(혹은 키즈예능)과 달리 이날 예체능 팀은 군산에 위치한 내흥 초등학교를 찾았다. 내흥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6명뿐인 전형적인 농촌학교였다. 한 학년에 한반밖에 없고, 한반에 학생이 한명 뿐인 학교. 당연히 함께 어울려 놀 친구는 없다. 전교생이 다 모여야 6명인 이들은 사람이 많이 필요한 운동이나 게임도 할 수 없다.

 

 

 

 

평소 테니스 치는 걸 좋아한다는 내흥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이날 예체능 팀은 군산에서 테니스 동호회와의 시합을 마친 뒤, 기쁜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러 출발했다. 평소 놀이 문화가 부족했던 아이들을 위해 예체능 팀이 ‘추억 쌓기’에 나선 것이다.

 

이날 예체능 멤버들은 아이들과 함께 프리테니스를 즐겼고, 이어 피구 시합을 통해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줬다. 또 함께 햄버거와 콜라를 야식삼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등 마치 가을 소풍을 즐기는 풍경을 연출했다.

 

TV속에서만 보던 연예인이 자신들을 찾아와 함께 놀아주는 모습에 아이들은 신기해하면서도, 마치 삼촌과 뛰어놀 듯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녹아들었다. 끊임없이 깔깔거리고 재잘거리던 여섯명의 아이들 미소에서는 그간 방영된 다른 수많은 키즈예능과 육아예능이 전해주던 그것과는 또 다른 감동이 밀려왔다.

 

 

 

어쩌면 이들이야 말로 정말로 ‘추억’이 필요한 아이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연예인 2세들이야 굳이 방송이 아니더라도, 엄마·아빠가 조금만 시간을 내면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들도 많이 먹을 수 있을 테지만, 농촌지역과 도서지역의 아이들은 색다른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방송에서 이들을 조명하고, 이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담아낸다면, 그것이야 말로 새로운 키즈예능의 패러다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 필요한 다양성의 가치. 범람하는 키즈예능도 예외는 아니듯 보인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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