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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PD의 <삼시세끼>가 기대되는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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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PD의 <삼시세끼>가 기대되는 이유

 

돌이켜보면, 나영석 PD가 이끌었던 KBS <1박2일>은 종합예능의 성격이 강했다. 1박2일이라는 시간에 집중한다면 단순한 여행예능으로 바라볼 수도 있고, 팀을 나눠 각종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놓고 보자면 흥미진진한 ‘추격전’이 따로 없었다. 또, 복불복 차원으로 진행된 각종 게임은 여타의 게임예능을 능가하는 재미를 선사해줬다. 그뿐만이 아니다. 초라한 재료를 바탕으로 어떻게든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 고군분투하던 멤버들의 모습에서는 한편의 요리예능을 보는 느낌마저 들었다.

 

발군의 기획력을 바탕으로 <1박2일>을 ‘국민예능’ 반열에 올려놓은 나영석 PD는 tvN으로 둥지를 옮긴 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걸 하나씩 선보이고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꽃보다’시리즈는 나영석 PD 하면 떠오르는 ‘여행예능’을 최적화시킨 프로그램이다. 노배우, 여배우, 중년의 뮤지션, 그리고 청춘 등 시리즈마다 출연진은 달랐지만, 프로그램을 지휘한 나영석 PD의 지향점은 명확했다. 여행을 떠나 일상을 되돌아보고,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내는 것. 빠른 호흡이 대세인 요즘 예능 세태에서 나PD가 추구하는 ‘슬로우 예능’은 자칫 밋밋하고 지루해보일 수 있지만, 때론 독한 웃음보다 감동의 여운이 훨씬 더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나 PD는 ‘꽃보다’ 시리즈를 통해 증명해냈다.

 

 

 

 

오는 17일 첫 방송 되는 tvN <삼시세끼>는 나영석 PD표 두 번째 ‘슬로우 예능’이라 할만하다. 특정 환경에 연기자들을 풀어 놓고 그들의 일상을 담아낸다는 측면에서는 요즘 예능의 대세라 할 수 있는 ‘관찰예능’으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을 따져보면 <삼시세끼>의 지향점은 조금 다르다.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를 추구한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 프로그램은 커다란 갈등구조나 긴장감 대신 소소한 즐거움을 추구한다. 이서진, 옥택연 두 사람이 한적한 농촌에 머무르며 밥을 해먹는 과정은 출연자들을 극한의 환경에 몰아넣는 요즘 예능에 비해 심심할 수 있는 구조이지만, 밭에서 풀을 따 요리를 하거나 맷돌로 커피를 갈아 마시는 등의 변칙적인 행동을 유발함으로써 색다른 기대감을 안겨준다.

 

 

 

 

현대사회에 이르러 우리는 너무 쉽게 먹는다.  또 많이 먹는다. 돈만 내면 얼마든지 화려한 음식을 맛볼 수 있고, 또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쉽게, 그리고 많이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만큼 한 끼 식사의 중요성은 점점 더 희석되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전자밥통 대신 가마솥으로 밥을 하고,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닌 맷돌로 커피를 갈아 마시는 행위 등은 자칫 불편함을 앞세운 ‘생고생 예능’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지금껏 잊고 살았던 ‘슬로우 라이프’와 한 끼 식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매개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이미 <1박2일>과 ‘꽃보다’ 시리즈를 통해 나영석 PD는 ‘그가 만드는 요리예능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기대감을 심어주지 않았던가. 나영석 PD와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이서진의 투덜거림은 밋밋한 <삼시세끼>에 제대로 된 윤활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은 누구나 먹어야 한다. 혹자는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산다고까지 말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먹는 것은 우리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안락한 도시의 삶과 문명의 이기를 뒤로 한 채, 자연의 한 복판에서 먹는 것을 해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곳에서 하루세끼를 챙겨 먹는 것은 속 하루를 몽땅 투자해야 할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일 것이다.

 

 

 

삶이 곧 생존이 되어버린 이 시대, 나영석PD가 들고 나온 <삼시세끼>는 어쩌면 생각보다 더 큰 재미와 울림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먹고 살기 힘든 이 사회에서 과연 우리에게 ‘밥’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삼시세끼>가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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