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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전원일기 특집이 찬사를 받는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1박2일> 전원일기 특집이 찬사를 받는 이유

 

농촌으로 떠난 <1박2일>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은 전라북도 김제의 한 농촌마을을 찾았다. ‘전원일기’ 특집으로 꾸며진 이날 방송에서 멤버들은 신덕마을 할머니들과 함께 일대일로 짝을 이뤘고, 하루 동안 할머니들의 아들, 손자가 되어 일손을 돕는 미션을 수행했다.

 

 

 

 

소재만 놓고 보자면 평범한 ‘농촌 특집’으로 그칠 수도 있었던 방송이다. 이미 많은 예능과 드라마에서 농촌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만큼, 호기심이 동하는 특집은 아니었다. 게다가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1박2일>이 아니던가. 결국 논밭에서 복불복을 하다가 야외취침 하고 돌아올 게 뻔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 평생 농촌에서 땀 흘려 자식을 키워낸 여섯 분의 할머니가 카메라에 들어오는 순간, <1박2일>은 그동안 자신들이 추구해온 예능의 문법을 완전히 포기했다. 이날 방송에는 자극적인 복불복도, 그리고 조인성과 같은 화려한 게스트도 없었지만, 그 웃음의 진폭과 감동의 여운은 어느 특집보다 크고 오래갔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날 방송이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예능의 시선으로 농촌을 바라본 것이 아닌, 그저 덤덤하게 할머니들의 호흡을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자칫 밋밋하거나 지루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멤버들과 제작진은 욕심내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는 여러 장면을 연출해냈다.

 

반찬이 하나도 없다고 걱정하면서도, 호박이며 가지며 여러 가지 농산물을 꺼내 정이 듬뿍 담긴 밥상을 마련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에서는 농촌 사람들 특유의 넉넉한 정이 느껴졌고, 하루 종일 카메라를 메고 촬영하는 감독들의 어깨를 걱정하는 세심함도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긴 마찬가지. 마치 친자식을 대하는 우리네 부모님의 따뜻한 마음씨가 전해지는 듯 해 시종일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다.

 

 

 

 

여섯 명의 멤버들은 조금씩 투정을 부리긴 했어도, 이날 주어진 농사일 돕기 미션을 아주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할머니에게 잠깐 쉬고 계시라며 혼자 논에 나가 피를 뽑던 데프콘부터 고장 난 노래방 기계를 고쳐 할머니에게 기쁨을 안겨드린 김준호, 농촌에서 함께한 소중한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고자 기꺼이 행사장에서 노래를 부르던 김주혁, 그리고 차태현, 김종민, 정준영까지. 이날의 멤버들은 모두 머리가 아닌 가슴이 시키는 대로 미션에 임했고, 결과적으로 할머니들에게는 소중한 추억과 시간을 그리고 시청자에겐 마음 따뜻한 웃음과 재미를 선사해줬다.

 

 

 

 

사실, 많은 프로그램에서 농촌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나영석과 이서진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삼시세끼>도 강원도 정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SBS <모던파머> 역시 귀농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아빠! 어디가?> 역시 매주 아빠와 아이들이 농촌으로 여행을 떠난다. 과거 <청춘불패>는 아이돌 여성멤버들이 농촌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뤘고, <무한도전>이나 <남자의 자격>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1년에 한 두 번 씩은 꼭 농촌을 찾아 그곳에서의 적응기나 에피소드를 한회 분량 이상으로 그려내곤 했다.

 

농촌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예능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농촌이라는 ‘공간’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허름한 집을 강조하거나 도시보다 열악한 환경에 출연진이 적응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내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날 <1박2일>은 농촌의 ‘공간’이 아닌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 집중했다. 할머니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까닭이다.

 

 

 

우리가 농촌을 바라보며 불편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그들에게는 일상이며 또 삶의 터전이다. 굳이 그것들을 들추며 “힘들다”고 투정 부리거나 예능의 소재로 활용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대신, <1박2일>은 고수십년 고추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키우고 이제는 다시 고추농사를 통해 손자․손녀들의 용돈을 주는 게 바로 농촌에 살고 있는 할머니들의 현실을 담아낸다.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따라 가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히다가도 이어진 한가락 노래 소리에 춤을 추는 할머니들의 모습에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으며, 또 어찌 눈물을 훔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딸에게 걸려온 전화 한통, 그리고 자식들이 보내 준 택배 하나에도 함박웃음을 짓던 할머니들의 모습. 우리는 분명 과거보다 더 풍요롭고 발전된 삶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그 편한 삶에 취해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1박2일> 전원일기 특집이 쏟아지는 찬사가 오늘 저녁 부모님께 안부 전화라도 드리는 그런 실천으로 이어지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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