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런데빌런'과 '나는 나비' 가사 비교해 보니....

대중문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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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명확한 사실 한 가지는, 그동안 떠돌던 나가수 관련 스포일러가 ‘맞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슬픈 사실이었습니다.)


그 스포일러에 포함된 내용역시 많았지만, 무엇보다 윤도현의 런데빌런이 가장 충격적이었는데요. 이유인즉슨, 스포일러를 놓고 보면, 바로 다음 주 방영될 탈락자가 바로 YB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중간점과가 예고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윤도현의 런데빌런은 개인적으로 괜찮은 무대라고 생각했습니다. 무대 위에서 즐기고 싶다는 YB의 바람이 그대로 녹아났고, 어느 무대와 마찬가지로 ‘흥’이 넘쳐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대가가 ‘탈락’이라면 얘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이번 미션 수행곡은, 지난 1차 경연(자신이 부르고 싶은 남의 노래) 때와는 달리 네티즌의 추천곡으로 정해졌기 때문인데요. 각 연령대별로 구성된 청중평가단의 잣대를 통해 봤을 때, ‘런데빌런’은 곡 선정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윤도현 스스로도 ‘런데빌런’을 연습함에 있어 “가사가 외워지지 않아 힘들었다”고 밝혔는데요. 음악에 있어 가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요소입니다. 아무리 신나거나 슬픈 멜로디도 그와 어울리지 않는 가사를 만나지 못하면, 듣는 이로 하여금 신나거나 슬픈 감정을 100% 이끌어 내지 못합니다. 이른바 음악의 ‘메시지’는 제대로 된 가사를 만나서야 제대로 된 폭발력을 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윤도현 밴드를 탈락으로 이끌지도 모를 ‘런데빌런’과 YB밴드의 정규앨범 7집 타이틀곡 ‘나는 나비’의 가사를 비교 분석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신나는 무대를 만들어 놓고도 탈락이라는 멍에를 쓴다면, 그것은 분명 청중평가단의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한 ‘런데빌런’의 가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입니다. (나아가 그것은 ‘아이돌 음악’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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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런데빌런’의 노래 초반부 가사입니다.

 

똑바로 해 넌 정말 Bad boy 사랑보단 호기심뿐
그 동안 난 너 땜에 깜빡 속아서 넘어간거야
넌 재미없어 매너 없어 넌 Devil Devil 넌 넌
네 핸드폰 수많은 남잔 한 글자만 바꾼 여자
내 코까지 역겨운 Perfume 누구 건지 설명해봐
넌 나 몰래 누굴 만나는 끔찍한 그 버릇 못 고쳤니
뛰어 봐도 손바닥 안인걸




최근, 아이돌 노래의 가사를 보면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표현들이 많이 등장하곤 하는데요. ‘런데빌런’의 가사에서도 ‘역겹다’, ‘끔찍하다’등과 같은 단어들이 등장합니다.


또한 ‘bad boy', 'devil', 'perfume' 과 같은 의미없는 영어표현도 이어집니다. 굳이 의미를 따지지 않더라도, 최근에는 노래가사의 운율을 맞추기 위해 영어단어를 쓰곤 하는데, ‘런데빌런’의 경우에는 그것도 아닙니다. 윤도현이 왜 가사를 외우기 어려웠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 대목입니다.


다음은 ‘나는 나비’의 초반부 가사입니다.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앞길도 보이지 않아

나는 아주 작은 애벌레 살이 터져 허물벗어

한번 두번 다시

나는 상처 많은 번데기

추운 겨울이 다가와

힘겨울지도 몰라

봄바람이 불어오면

이젠 나의 꿈을 찾아


 

‘나는 나비’의 가사 전체를 보면, 마치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등장하는 한편의 ‘시’를 보는 느낌인데요. 그 주제의식은 비록 평범할지라도(고통과 방황을 인내하고 희망과 꿈을 찾아간다는 내용) 가사를 풀어나가는 흐름은 무척이나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절제의 미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분명,  앞선 ‘런데빌런’에 비해 단어들이 차분하고 상징적입니다. ‘번데기’, ‘추운 겨울’, ‘봄 바람’ 등은 그 단어마다 뜻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는 ‘런데빌런’ 가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부분입니다. ‘네 핸드폰’, '역겨운 ferfume' 등은 발음되는 그 뿐, 그 속에서 어떤 의미도 찾기 어렵습니다.


이어서 두 노래의 핵심부분 가사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You better run run run run run

더는 못 봐 걷어차 줄래

You better run run run run run

날 붙잡아도 관심 꺼둘래 Hey

더 멋진 내가 되는 날 갚아주겠어 잊지 마

You better run run run run run

딱 걸렸어 약 올렸어 Run Devil Devil Run Run



‘run이라는 단어의 반복이 무엇보다 눈에 띄는데요. 역시나 후크송의 법칙을 따라 발음하기 쉬운 영어단어를 반복적으로 나열했다는 것 밖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날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꺼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꺼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반면, ‘나는 나비’에서는 비로소 희망과 꿈,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나비(나)의 신나는 독백이 이어집니다. 노래 전체에서도 가장 신나는 부분인 만큼 가사 역시 함축적으로 주제의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거미줄을 피해 날아

꽃을 찾아 날아

사마귀를 피해 날아

꽃을 찾아 날아

꽃들의 사랑을 전하는 나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꺼야

 


이어지는 가사 역시 재미있으면서도 뜻이 있고, 또 발음까지 신경 쓴 단어의 구성으로 부르기도 편합니다.


반면, ‘런데빌런’은 후렴구 앞뒤 가사 역시 의미없는 단어의 나열, 그리고 자극적인 표현만 이어질 뿐입니다.

 

얘 나 같은 애 어디도 없어 잔머리 굴려서 실망했어

난 걔네들 보다 더 대단해 너 그렇게 커서 뭐 될래

(까불지 말랬지) 널 사랑해 줄 때 잘 하랬지

 

You better run run run run run

더는 못 봐 걷어차 줄래

You better run run run run run

날 붙잡아도 관심 꺼둘래 H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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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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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가사말만을 비교해서 어떤 노래가 더 좋고 나쁘다라고 얘기하기엔 무리가 많이 따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노래와 음악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돈을 많이 벌자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노래와 음악을 ‘공감’이라는 코드로 평가내리자면, 가사는 분명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고, 가사를 통한 평가 역시 유효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 윤도현,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무대 YB 밴드의 무대를 더 이상 ‘나가수’에서 볼 수 없다면, 그건 아마도 ‘런데빌런’으로 대표되는 아이돌 음악을 단순하게 돈으로 치환하여 만들어낸 음악 제작자, 그리고 그런 음악과 문화가 우리 대중문화의 중심으로까지 오게 내버려 둔 우리 모두의 책임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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