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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22회 : 드라마적 감성을 포기한 드라마, 끝까지 현실적인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그러고 보면 MBC <골든타임>은 번번이 시청자의 기대를 저버리곤 했습니다. 지난 11회에서 형사와 유괴범이 동시에 응급실에 실려 온 에피소드의 경우, 최인혁 교수와 이민우는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보였는데요. 유괴범보다 형사를 먼저 수술시켜야 한다는 이민우와 달리 최인혁 교수는 객관적으로 더 위중한 유괴범을 먼저 수술대에 올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유괴범은 살았고, 형사는 죽었습니다.

 

어차피 드라마니까 유괴범을 살린 뒤 위급한 상황에 놓인 형사까지 수술을 통해 살리더라도 이야기 전개에 무리가 없지만 <골든타임>은 그런 드라마적 감성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모든 생명은 똑같은 무게와 가치를 가진다는, 의사로서의 마음가짐을 설명하기 위해 이 드라마는 굳이 시청자의 기대를 저버리면서까지 가슴 먹먹한 장면을 연출하곤 합니다.

 

박원국 환자를 소재로 한 에피소드는 또 어떤가요. 현실에서 철가방 천사로 알려진 故김우수씨는 사망했지만, 드라마는 박원국 환자를 결국 살려냅니다. 하지만 온전히 살려내지는 않습니다.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극단의 상황을 만들어 ‘모든게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시청자에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나지막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종영까지 불과 1회가 남은 어제 방송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골든타임>은 끝까지 지나치게 현실적이 묘사로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는데요. 오히려 저는 그런 <골든타임>의 ‘기대를 저버리는 연출’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시청자의 뒤통수를 때리는 드라마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종영을 향해 달려가는 마당에 해피엔딩을 연출해도 뭐라 할 사람 없건만, 지금껏 해온 대로 끝까지 현실적이었던 이날 <골든타임>속 몇가지 장면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지난 21회에서 황과장의 후배가 교통사고로 심하게 다쳐 세중병원의 응급실로 실려왔는데요. 환자 상태가 심상치 않아 다들 우와좌앙 하는 사이 이민우는 다른 과장들의 자존심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맙니다. 바로 “최인혁 교수님 부를까요?”하고 내뱉은 것이지요.

 

하지만 이민우의 눈치 없는 발언으로 인해 그는 레지던트 선배들에게 한바탕 꾸지람을 듣게 되고, 결국 환자는 한 번의 어레스트(심정지) 위기를 겪은 뒤 수술실로 올라가게 됩니다. 흉부외과와 외과에서 누가 수술을 주도할 것이냐를 두고 시간을 잡아 먹는 사이 환자의 고관절이 탈구 되었다는 새로운 부상이 밝혀지고, 그야말로 수술실은 난장판이 됩니다.

 

 

 

 

이때 시청자는 자연스레 최인혁 교수를 떠올리게 됩니다. 다들 어디서부터 수술을 해야 하는지 망설일 때, 최인혁 교수가 구세주처럼 등장하여 멋지게 수술을 성공하는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이죠. 사실 기존 드라마의 문법에 따르면 위기의 상황에서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골든타임>은 이날 수술 장면에 끝내 최인혁 교수를 등장시키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최인혁 교수 없이 다른 과장들이 진두지휘아래 수술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죠.

 

황 과장의 지인인 만큼 각 과에서 매우 협조적으로 수술에 응했고, 또 무려 3명의 과장이 수술에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그 환자가 황 과장의 지인이 아니라 그냥 교통사고를 당해 실려온 평범한 환자였다면 어땠을까요? 그때도 과장들은 자신들의 자존심을 내세워 최인혁 교수를 부르지 않았을까요? 아니, 애초부터 3명의 과장들이 모두 함께 수술실에 들어가는 일이 없었을 테지요.

 

 

 

이날 <골든타임>이 포기한 드라마적 감성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금껏 <골든타임>이라는 드라마가 달려온 이유는 바로 외상센터 건립을 통한 응급의료 환자를 빠르게 케어하는 모습을 그리기 위해서였는데요. 비록 헬기 지원 사업에서는 탈락했지만, 이날 세중병원은 부산 소방방제청과 MOU 체결을 통해 헬기 출동에 나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인혁 교수가 그토록 바라왔던 꿈. 바로 헬기를 타고 현장에 나가 응급 환자가 시간 때문에 죽게 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 어쩌면 <골든타임>은 최인혁 교수가 헬기를 타고 환자를 치료하는 가는 그 감동적인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지금껏 존재해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 드라마, 뻔한 감동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이날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는 콜을 받은 외상팀은 헬기를 타고 현장에 출동하기로 하였는데요. 헬기가 좁아 2명만 지원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결국 최인혁 교수와 이민우 인턴이 나서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헬기를 타고 가는데 행정절차가 만만치 않네요. 신분증을 복사해서 펙스로 보내고, 하염없이 기다리지만 헬기는 도착할 생각을 안합니다.

 

 

 

헬기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헬기는 시간을 지체하여 도착하고, 심지어 사고 현장에 도착해서는 마땅히 착륙할 공간이 없어 4km나 떨어진 초등학교 운동장에 착륙을 시도합니다. 결국 환자는 119 엠블런스를 통해 이송돼옵니다.

 

초초한 표정으로 헬기를 기다리는 최인혁 교수의 표정과 하늘을 나는 와중에 “대체 언제 도착하냐”고 소리 지르는 모습은 다시 한 번 “헬기가 끝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잘 알려졌다 시피, 드라마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 9월 23일 MBC '시사매거진 2580' 팀은 '골든타임은 없다' 편을 통해 우리나라의 처절한 외상외과의 현실을 꼬집었는데요. 전남대병원 외상외과 박찬용 교수는 “병원 바로 앞에서 다치지 않는 한, 병원에 다다르는 데만 해도 60분 이내 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정도”라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골든타임은 의미가 없다”고 현실을 바라봤습니다.

 

최인혁의 실제 모델로 잘 알려진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의 현실 인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교수는 “한국은 첨단기술을 드러내는 데만 집중화가 되는 것 같다"며 "(중증외상 환자들이) 일본이나 영국, 하다못해 대만에서 사고가 났다면 다시 사회로 복귀하실 분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돌아가시고 만다"며, 우리나라 외상외과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중증외상센터를 지원하겠다던 정부의 약속도 애초 제시한 800억이 아닌 80억으로 예산을 축소시켰기에 사업 추진조차 불투명한 상태에 놓였는데요. 드라마나 현실이나 외상환자를 케어 하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처음으로 헬기를 타고 가서 응급처치를 한 뒤 병원으로 데리고 오게 될 이 환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무사히 수술을 받고 살아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골든타임>이 보여준 ‘시청자를 배신하는 연출’이라면 불가능 할 것 같은데, 그래도 오늘이 종영이니 조금의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요?

 

이미 드라마적 감성은 포기한지 오래니까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골든타임>이 보여준 현실의 쓴 맛은 충분히 알았으니, 부디 시즌 2를 위한 열린 결말로 남겨두면 어떨까요? 이대로 <골든타임>의 모든 주인공들을 떠나보내기가 너무도 아쉽습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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