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굿닥터 결말'에 해당되는 글 1건

  1. 굿닥터 종영: 의학드라마의 아웃도어 PPL, 해피엔딩 속 옥에 티

굿닥터 종영: 의학드라마의 아웃도어 PPL, 해피엔딩 속 옥에 티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반응형

 

요즘 드라마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드라마의 장르가 무엇이든, 혹은 주인공의 직업이 무엇이든, 꼭 등산하는 장면이 나온다는 것이다. 문제는 절대 무작정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발부터 바지, 점퍼, 그리고 배낭까지. 풀세트로 차려입은 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극중 등장인물인지 아니면 아웃도어 광고모델인지 헷갈릴 정도다. 맞다. 앞서 언급한 요즘 드라마의 공통점, 바로 아웃도어 PPL이다.

 

디자이너를 직업으로 하는 캐릭터의 경우에는 백이면 백 아웃도어 회사에 근무하고, 지인에게 무엇인가 선물해야 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하면, 꼭 아웃도어 제품이 화면의 중심을 차지한다. “아웃도어 PPL이 드라마를 점령했다”는 지적이 결코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물론, 트렌드를 반영하는 드라마의 특성상, 그 시점에 가장 잘 나가는 제품이 간접광고 상품으로 등장하는 것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유명 커피숍이나 새로 출시된 휴대폰 역시 드라마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극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배치된 PPL과 오로지 PPL을 위해 에피소드를 끼워 넣는 ‘주객전도’ 현상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스토리의 맥을 끊는 것도 모자라, 가끔은 제작진이 시청자를 위해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아닌 광고주를 위해 드라마를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8일 방영된 KBS 2TV 월화드라마 <굿닥터> 마지막회에 등장한 아웃도어 PPL역시 마찬가지다. 의학드라마 속에 아웃도어 PPL을 넣는다는 발상자체도 의아하긴 하지만, 기왕 넣기로 결정했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어떨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굿닥터>가 그동안 ‘힐링 드라마’로 평가받으며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날 마지막 회에 등장한 뜬금없는 아웃도어 PPL은 해피엔딩이라는 결말의 의미를 퇴색시킨 ‘옥에 티’가 아닐까 싶다.

 

 

 

 

이날 차윤서(문채원)는 박시온(주원)과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했지만 두 사람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으로 인해 ‘속 앓이’를 해야 했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 복잡한 심경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개연성 없이 갑자기 문채원이 빨간 아웃도어 의상을 입고 산을 오르는 장면에서는 작가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독은 PPL을 꼭 넣어야 한다고 압박을 주고, 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의학드라마에서 마땅히 아웃도어 제품을 드러낼 방법이 없으니, 일단 주인공을 그냥 산으로 보내 버린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등산복을 입은 문채원의 모습이 그리 어색하지 않고, 한편의 아웃도어 광고를 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는 점이랄까...? (사실, 문채원은 이날 방송에 등장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실제 광고모델이기도 하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드라마의 캐릭터가 아닌 광고 모델로 느껴진 것이 정말로 자연스러운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감독과 작가 입장에서는 광고주와의 약속을 지킨 셈(?)이니, 이 노골적인 PPL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내가 드라마를 보는 건지 아니면 중간광고를 보는 건지 종잡을 수 없었던 시청자 입장에서는 정말로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던 장면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문제는, 유명 스타들과 인기 드라마에 PPL로 노출된 아웃도어 제품은 광고·마케팅에 투자된 비용만큼 제품의 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광고 효과가 높은 드라마 속 PPL도 좋지만,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야 말로 마케팅의 기본이 아닐까?

 

이제는 그냥 눈감아주기에도 어려운 수준에 이른 드라마 속 아웃도어 PPL. 형사(스캔들 속 깁재원)도 아웃도어를 입고, 도망자(투윅스 속 이준기)도 아웃도어를 착용하며, 심지어 의사(굿닥터 속 문채원)도 아웃도어를 입어야 하는 현실. 아무리 캠핑이 대세고, 아웃도어가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했다고 하더라도, 이쯤이면 해도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공감하셨다면 구독과 추천을 눌러주세요^^ 글쓴이에게 커다란 힘이 됩니다.^^

아래 손가락 버튼을 꾸욱~^^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