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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사랑할 때, 죽은 멜로를 살리기 위한 작가의 꼼수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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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필요 없고, 한태상만 행복하면 돼”

 

이는 <남자가 사랑할 때> 관련 기사와 커뮤니티 등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 드라마 시청자의 바람이다. 종영까지 단 2회만을 앞둔 드라마라 하기엔 왠지 모를 생경함이 느껴지는데, 이유는 바로 이 드라마가 멜로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보통 멜로드라마의 결말은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함께 해피엔딩을 맞이하거나, 오해와 갈등으로 얼룩진 커플이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쪽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남자가 사랑할 때> 시청자는 오직 남자 주인공 한태상(송승헌)의 행복만을 바란다. 여자 주인공 미도(신세경)의 행복을 기원하는 이나 두 사람이 사랑을 언급하는 반응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극의 중심이 되어야 할 멜로가 실종된 까닭이다.

 

 

 

 

집 나간 멜로의 가장 큰 책임은 역시나 두 남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급기야 ‘양다리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서미도(신세경 분)에게 있다. 애초 서미도는 한태상과 이재희(연우진 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관계를 유지하며,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해야 할 미도의 감정선이 무너짐에 따라 그녀는 결국 배신자가 되어버렸다. 삼각관계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미도와 재희가 태상의 뒤통수를 친 꼴이 되어버리자 시청자의 마음은 급속도로 돌아섰다. 오로지 멋지고 착하며 자상하기까지 한 한태상을 염려하고 응원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거칠게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제외하고는 딱히 이렇다 할 나쁜 짓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태상은 끊임없이 주변사람들에게 의심을 받고 배신을 당했다. 오직 남자 주인공만 한 없이 처절해지고 한 없이 불쌍해진 것이다. 그럼에도 태상이라는 케릭터가 단순한 연민만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데에는 송승헌의 외모와 연기가 주는 힘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신세경은 설득력을 잃어버린 미도 캐릭터를 살릴 수 있을 만큼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밉상 캐릭터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재희와의 멜로가 아름답게 그려지는 것도 아니다. 이미 재의와 미도는 시청자에게 있어 ‘아웃 오브 안중(관심 밖)’이 돼버리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실종된 멜로를 살리기 위한 작가의 ‘꼼수’

 

멜로는 실종되고, 거기에 더해 출생의 비밀과 창희(김성오 분)의 광기어린 행동들이 이어지면서 드라마는 점점 더 설득력을 잃기 시작하자 제작진과 작가는 무척 당황했다. 남녀 주인공인 태상과 미도를 이대로 헤어진 채 끝내버리자니 남은 2회에서 보여줄 게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결국 작가와 제작진은 태상-미도의 죽어버린 멜로를 다시 살리는 데서 그 실마리를 풀고자 했다. 하지만 한번 깨져버린 멜로라인이, 그것도 여주인공의 배신으로 시작된 이별이 다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용서되기엔 너무 멀리온 듯한 느낌이다. 30일 방영된 18회에서 등장한 몇 가지 설정들이 너무도 작위적으로 느껴진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가령, “그땐 네가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아는 책방집 딸일 뿐이다”라며, 정확히 선을 긋는 태상에게 미도는 “사장님은 나한테 특별한 사람이다. 내가 좋아했고 또 미워했고 나를 도와줬다. 미안하고 서운한 감정이 남아있는데 어떻게 그냥 책방 손님이겠냐”며, 태상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자신의 배신으로 인해 이별해 놓고, 이제와 자신의 감정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으니 태상은 여전히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실소마저 새어나왔다.

 

 

 

게다가 이날 제작진은 미도가 태상과 얽힌 추억을 되새기는 장면을 통해 여전히 미도의 마음 속에 태상이 남자로 남아 있음을 보여줬고, 뜬금없이 재희와 미도가 말다툼하는 장면까지 그려냈다. 다름 아닌 한태민의 존재를 알고도 태상에게 말하지 않는 재희와 어서 빨리 태상에게 동생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는 미도가 입장 차이를 보인 것이다. 두 사람은 이 문제로 심하게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마치 미도와 재희가 헤어지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방송 말미 미도가 몸을 날려 태상을 구해내는 장면에서는 어떻게든 재희와 미도를 이별시키고, 다시 미도와 태상을 연결시킴으로써 죽은 멜로를 살려내고자 하는 작가의 굳은 의지가 묻어났다.

 

이날 미도는 재희를 통해 로이장이 바로 태민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이 비밀을 태상에게 알려주기 위해 직접 공사현장까지 찾아갔다. 태상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오해하며, 그토록 무서워하던 미도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미도는 안전 장비까지 착용한 채 태상을 기다렸지만, 태상은 이야기 할 시간을 내지 못한 채 이에 열중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콘크리트 물이 떨어지려했고, 미도는 몸을 날려 태상을 밀쳐냈다. 다행이 두 사람 모두 무사했다.

 

 

 

 

미도가 태상의 목숨을 구하는 것으로써 두 사람 사이의 멜로 불씨는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태상에 대해 오해했던 미도는 진실을 알게 될 것이고, 재희와의 이별도 어쩌면 정해진 수순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될 거였다면 왜 그렇게 미도를 나쁜 캐릭터로 몰아붙이고, 태상에게 시련을 안겨줬는지 모르겠다. 정녕, 두 사람의 멜로를 다시 살려내는 게 최선인지 묻고 싶다. 태상을 배신할 만큼 절실했던 미도와 재희 사이는 순식간에 벌어지고, 매몰차게 태상을 버렸던 미도의 감정이 다시 태상을 향하는 것은 결국 잃어버린 멜로를 찾기 위한 작가의 꼼수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남자가 사랑할 때>를 즐겨보는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정말 다 필요 없고, 한태상만 행복하면 된다. 그 행복에 미도라는 존재가 꼭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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