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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한국사 특강, 아이돌 섭외한 진짜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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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이하 무도)>의 아이돌 활용법은 역시나 달랐다. 예능에 아이돌이 출연하면 하나의 공식처럼 이어지던 노래 홍보, 개인기, 폭로성 토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자리했다. 아이돌 출연 소식에 우려와 실망의 목소리를 쏟아내던 팬들의 반응도 어느덧 환호와 찬사로 바뀌었다. “정부보다 무한도전이 낫다”는 한 시청자의 소감은 이날 <무도>가 선보인 ‘한국사 특집’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보여줬다.

 

1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은 B1A4, 포미닛, 걸스데이, 샤이니, 인피니트, 시크릿, B.A.P, 지나, 오렌지캬라멜, 틴탑 등 내로라하는 아이돌 10팀이 참여해 <무도> 멤버들과 함께 한국사를 주제한 ‘거꾸로 골든벨’을 펼쳤다. 하지만 <무도> 멤버들을 비롯해 아이돌 그룹의 역사 지식은 기대 이하였다. 독립운동 단체인 ‘신민회’를 맞춘 이는 한명도 없었고, 세종대왕, 퇴계이황, 신사임당, 율곡 이이의 출생순서를 묻는 문제에도 대부분의 아이돌이 오답을 적어 냈다.

 

 

 

 

사실 아이돌 멤버가 퀴즈프로그램에서 민망한 오답을 적어내거나 백치미를 뽐내는 모습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게다가 퀴즈 주제가 역사였다. 역사 과목이 선택 과목으로 지정된 이후 제대로 된 역사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아이돌 멤버가 줄줄이 오답을 적어내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무도>는 평범한 예능이 아니었다. 부족한 역사 자식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번 기회를 통해 역사를 제대로 배워보자며 한 발 더 나아갔다. <무도> 멤버들은 자신들의 부족한 역사 지식을 한탄하며 각자 역사를 공부하기로 뜻을 모았고, 배운 내용을 다시 아이돌 멤버에게 전달하기로 결심했다. 이날 방송의 백미 ‘역사 TV 특강’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무한도전> 한국사 특강, 아이돌을 게스트로 초대한 진짜 이유

 

사실, 이날 <무도>가 한국사 특집을 마련한 이유는 바로 얼마 전 한 언론사에서 발표한 충격적인 설문조사 때문이었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중 일부가 3·1절을 “삼쩜일일”이라고 읽거나, 위안부를 “독립운동 하던 곳”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심지어 야스쿠니신사에 대해 물었을 땐 ‘신사’라는 단어 때문에 ‘젠틀맨’이라고 답한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근현대사에 대한 상식적인 질문에 대다수의 청소년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이 결과를 두고 네티즌들은 “청소년들이 무식하다”, “한심하다”며 비분강개조의 개탄을 쏟아냈는데, 사실 학생들만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제대로 역사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역사 과목이 선택과목으로 지정된 후 아예 역사를 배우지 않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2011년부터 시행된 ‘집중이수제’에 따라 특정 과목을 일정기간에 몰아서 배우다 수박 겉핡기 식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시험을 위해 역사를 배우다 보니, 주입식 교육이 이뤄질 수밖에 없고, 학생들 입장에서 역사는 지루하고 어려운 과목으로 인식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무도>에서 한국사 특집을 마련함에 있어 다수의 아이돌을 섭외한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 지식이 부족한 아이돌에게 역사를 가르치자는 취지도 있지만, 그 너머에는 바로 아이돌의 팬들, 지금의 중·고등학생에게 ‘역사란 꼭 배워야 하고, 또 얼마든지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란 사실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돌 멤버가 주목받는 특집이 아님에도 불구, 무려 10팀이나 되는 아이돌 그룹을 섭외한 이유 역시 더 많은 청소년들이 <무도>를 통해 역사에 관심을 갖도록 하자는 제작진의 의도라고 해석 할 수 있다.

 

 

 

 

멤버들 역시 의기투합해서 아이돌에게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소명을 가지고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모습으로 역사를 공부했고, 아이돌에게 역사를 재미있게 강의하기 위해 고민했다. 늘 농담을 던지는 박명수조차 “(아이돌에게) 왜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지부터 말해줘야 한다. 한국민이라는 긍지와 자긍심을 먼저 알려줘야 한다. 그거 없이 역사 교육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TV 특강 1교시는 ‘인물’을 주제로 유재석, 하하, 길이 강사로 나섰다. 이들은 흥미 유발을 위해 역사 속 인물 분장을 마다하지 않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아이돌 멤버를 강의 속으로 끌어들였다. 강의자로 나선 멤버들조차 역사 지식에 부족함이 있는 만큼 중간 중간 실수는 있었지만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멤버들의 노력은 시청자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었다. 필기까지 해가며 진지한 눈빛으로 역사 강의를 듣는 아이돌의 모습은 대견함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왔고, 이런 식으로 역사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무한도전>의 연출력에 깜짝 놀랐다.

 

 

 

 

아마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언니·오빠들이 나오면 본방사수를 마다하지 않는 어린 청소년들도 이날 <무도>를 통해 몰랐던 역사 지식을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역사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수업이 지루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웃긴 7명의 남자가 역사를 가르친다면 과연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무도 멤버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나온 한 스타강사의 말 속에 바로 <무도>의 한국사 특집 기획 의도가 담겨 있었다.

 

 

 

물은 담는 그릇에 따라 그 모양이 변하는 법이다. 역사 공부 역시 그 형태가 암기식 교육이냐 혹은 다큐냐, 아니면 예능이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역사라는 물을 예능이라는 그릇에 담은 <무한도전>. 아이돌을 섭외한 <무도>의 기막힌 노림수는 어느덧 “역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사실, 그리고 얼마든지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는 사실”를 던져주며 그렇게 웃음 그 이상을 남겼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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