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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100분토론, 마냥 웃기지만은 않았던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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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토론을 가장한 ‘티격태격의 확장판’이었다. 주제도 황당했고, 토론의 형식과 내용은 더더욱 어이가 없었다. 19일 <무한도전> 멤버들은 노홍철의 미국진출을 놓고 찬반 토론을 벌였다. 지난주 방송에서 싸이를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한 노홍철이 미국 진출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고, 급기야 <무한도전>보다 미국이 더 좋다고 멤버들의 뒤통수를 때리자 제작진이 판을 만들어준 것이다.

 

유재석이 사회자로 나선 이날 100분의 주제는 ‘노홍철의 미국 진출, 이대로 괜찮은가?’였다. 찬성측 패널로는 노홍철, 박명수, 하하가 참여했고, 정준하, 반대측 패널로는 정준하, 정형돈, 길이 나섰다. 토론은 논리보다 감정이 앞섰고, <무도> 특유의 물어뜯기와 삼천포 토크가 방송을 지배했다.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질리 만무했고, 어차피 재미와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한 토론이었던 만큼 멤버들은 굳이 자신들의 ‘황사 지식(불면 날아갈 정도로 얕은 지식)’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어떤 의미로는 정말 치열한 토론이 진행됐다.

 

 

 

 

결국 이날 100분 토론 끝에 남은 것은 노홍철의 미국 진출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를 듣기 위해 전화연결을 한 존박과 이준 매니저뿐이었다. 시청자는 멤버들의 쓸데없는 고집 덕분에 존박의 성이 박이고, 이름이 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빈이는 수지를 좋아한다’라는 2행시로 일약 <무도>가 발굴한 또 하나의 예능 기대주로 떠오른 이준 매니저 서빈수씨는 단연코 이날 <무도>의 ‘히어로’였다.

 

하지만 별다른 내용 없이 꾸며진 이날 토론을 자세히 뜯어보면 마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다. 노홍철의 미국진출을 둘러싸고, 찬성측과 반대측이 내세운 논리를 살펴보면 그 안에는 제2, 제3의 싸이를 꿈꾸며 해외진출을 준비하는 많은 한류 콘텐츠 제작사가 유념해야 할 부분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반대측이 내세운 가장 논리다운 논리는 바로 ‘언어장벽’이었다. 제대로 된 영어문장 하나 구사하지 못하는 노홍철의 해외 진출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었다. 사실, 싸이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영어실력을 손꼽는다. 유튜브의 폭발적 조회수로 인해 ‘강제 해외진출’에 성공했지만, 만약 그에게 현지인과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의 유창한 영어실력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그 인기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해외활동을 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라는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싸이의 뮤직비디오에 잠깐 출연하여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노홍철이 해외에 진출하여 반짝 인기를 구가한다 하더라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가방을 싸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될 거라는 논리다.

 

 

 

 

반면, 찬성 측에서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노홍철의 캐릭터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노홍철의 몸짓과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웃음코드를 전달해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존박 역시 “지금 캐릭터만 유지한다면 언어는 노홍철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찬성 측 주장에 힘을 보탰다. 사실, 싸이 이전만 하더라도 해외진출을 염두하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한류 문화 제작사들은 ‘현지화’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한국적인 것은 그저 한국적인 것’ 일 뿐이라며, 해외 정서와 문화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논리였다. 나름 설득력 있는 주장이었고, 지금도 일리있는 전략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 아님을 싸이가 보여줬고, 자신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부분에서,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면 그게 곧 세계회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싸이를 통해 목격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해외 진출에 있어 언어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지만, 그에 앞서는 것이 바로 차별화된 콘텐츠, 경쟁력있는 캐릭터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노홍철의 해외 진출이 마냥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이날 <무한도전> 멤버들의 100분 토론은 해외 진출에 있어 중요한 것은 바로 ‘언어’와 ‘차별화된 콘텐츠’라는 점으로 압축된다. 이 두 가지 경쟁력 가운데 어디에 더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찬성과 반대로 갈렸고, 비록 정답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사회자인 유재석의 멘트는 두고두고 되새겨봄직 하다.

 

 

 

“시청자 여러분, 해외진출이 가능하든 혹은 가능하지 않든,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에게 웃음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능인은 예능인답게 웃음을 만들어 내는게 1차적인 목적인 것처럼, 가수는 더 좋은 노래를 부르고, 연기자는 더 좋은 여기를 선보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언제가 될지 모르는 해외진출에 앞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제2의 싸이, 제3의 싸이를 논하기 전에, 과연 얼마나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 이날 <무한도전> 100분 토론이 전하고자 했던 진짜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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