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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신 방사능 토크, 예능을 다큐로 만든 제작진의 무리수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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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불안해하는 문제인데 안일하게 생각하시는 것 아닌가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향한 손석희 앵커의 일침은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일본산 수산물 논란의 핵심을 담고 있다. 설령, 정부 발표대로 과학적 기준에 의거해 일본 수입산 수산물이 ‘안전하다’ 할지라도 객관적인 수치가 정서적 불안감을 해결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왜 국민들이 불안해하는지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그 이유를 고심해본다면 무작정 “믿고 따르라”와 같은 태도는 취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일본산 수입 수산물을 둘러싼 국민들의 정서적 불안감은 그 안정성을 100%신뢰할 수 없는 데서 기인한다. 상위 포식자에 의해 방사능이 계속 축적된다거나 혹은 어류의 이동과 원산지 위반에 따른 방사능 오염 수산물의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한 문제는 간단히 설명하거나 혹은 100% 안전을 주장하기에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24일 방영된 SBS <화신-뜨거운 감자(이하 화신)>은 전문가들조차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이 일본산 수입 수산물을 주제로 그것도 라이브로 토론 아닌 토론을 벌였다. 각계의전문가들이 나와 100분 토론을 벌여도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문제를 가십성 주제로, 연예인들의 입을 빌려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당연히 토크는 겉돌 수밖에 없었고, 민감한 사회적 문제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훑고 지나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켰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더 가관이었다. ‘정부 발표를 믿자’는 MC들의 발언을 끝으로 방사능 토크가 종료되는 등 일본산 수입 수산물의 안전성만을 강조하는 정부의 기존 입장만 되풀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화신>은 일본 원전사고 후 생선 소비를 똑같이 하는지, 아니면 적게 먹는지에 대한 게스트들의 생각을 물었다. 정선희와 김지훈은 ‘줄였거나 안 먹는다’ 라는 쪽에 손을 들었고, 임창정은 ‘여전히 즐겨 먹는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문제는 MC들의 반응이었다. 이들은 “방산능은 축적되는거라서 20년, 30년 후에 어떻게 될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김지훈의 진지한 발언을 툭툭 끊으며, 불안감을 보인 김지훈을 극성스런 사람으로 몰아갔다. 게다가 수산물에 불안감을 느껴 소비가 줄면 국내 수산업 종사자들이 피해를 입는다거나 정부에서 안전하다고 발표했다는 주장을 앞세워 김지훈의 발언을 자꾸 제지시켰다.

 

하지만 이날 <화신> 제작진이 시청자를 대상으로 펼친 실시간 투표 결과는 ‘줄였거나 안 먹는다’ 라는 답변이 68%에 달해 여전히 국민들의 불안감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시청자가 김지훈과 같은 생각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사실 방사능을 감기에 비유한 임창정의 황당한 발언이나, 기존 정부 입장만 되풀이 한 MC들의 안일한 태도는 그리 크게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방사능 전문가도 아닐뿐더러, 평소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정부 발표를 믿고 자신의 취향대로 소비를 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조금 더 조심스런 태도를 취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생방송으로 진행된 예능토크쇼에서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방사능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는 점이다. 본인들이 알고 있는 상식선에서 그리고 언론 등을 통해 들었던 기본 지식만을 가지고 토론 아닌 토론을 벌이다 보니 다수가 소수를 밀어 붙이는 상황이 연출되고, 예능이 아닌 다큐가 되어버린 것이다. 때문에 방사능이라는 뜨거운 이슈에 의존해 토크쇼를 꾸리려 했던 제작진의 무리수와 무능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방송 후 <화신>이 일본산 수산물을 옹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 역시나 방사능과 같은 민감한 주제를 너무 가볍게, 그리고 편향된 태도에서 다루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이 출연하는 토론프로그램에서 조차 찬반 인원수를 맞춰 중립성을 유지하는 마당에 웃음을 전달해야 할 예능프로그램에서 MC와 출연자가 하나가 돼 다른 의견을 펼치는 게스트를 압박하는 모양새는 분명 적절한 태도는 아니었다.

 

회심의 카드로 꺼내든 ‘생방송’이 기대보다 못한 시청률과 반응을 이끌어 내는 가운데, 이제는 예능마저 다큐로 만들어 버리는 제작진의 무리수까지. 정녕 <화신>은 어디로 가고 있단 말인가? 가수는 노래 제목 따라 간다고 하던데…. 이러다가 <화신>도 프로그램의 이름을 따라 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 주부터 ‘뜨거운 감자’라는 부제를 달았던데, 정말로 유지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폐지하기도 난감한 ‘뜨거운 감자’가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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