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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2회: 21세기 버전 ‘소나기’를 보는 듯 했던 장면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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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살고 있는 동네로 한 소녀가 이사를 옵니다. 소년은 수줍어서 소녀에게 제대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합니다. 소녀에게 ‘바보’ 소리를 들은 소년은 소녀의 부탁으로 언덕너머에 함께 가보기로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소나기가 내려 둘은 움집에서 비를 피했고, 그날 이후 소년은 소녀를 볼 수 없었습니다.

 

며칠 만에 다시 만난 소녀는 많이 헬쓱해진 모습이었습니다. 소녀는 아팠고, 얼마 후 이사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남긴 채 소년을 떠났습니다. 소녀와 다시 만날 약속을 정하지 못한 소년은 소녀를 찾아가 작별 인사를 하려고 했으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소녀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위 이야기는 순수한 산골 소년의 첫사랑 이야기를 그려낸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입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다들 알고 계실 텐데요. 드라마 <보고싶다>에서 여진구와 김소현이 연기하는 정우와 수연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소나기>의 소년과 소녀가 떠오릅니다.

 

8일 방영된 <보고싶다> 2회에서 정우는 수연에게 다시는 모른척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는데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당하고 마을 사람에게 ‘살인자의 딸’이라는 손가락질을 당해도 수연은 정우가 있어 행복합니다. 정우 역시 돈밖에 모르는 아버지와 새엄마 밑에서 늘 혼자서 외로움과 싸워왔지만, 수연을 만나면서 비로소 복잡한 가족관계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있어 <소나기> 속 소년에게 찾아온 소녀이자, 소녀가 만난 소년이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추억을 만든 소년과 소녀가 결국 소녀의 죽음 앞에서 이별을 경험해야 했듯, 이제야 ‘친구’의 소중함과 ‘사랑’을 깨달은 정우와 수연 역시 헤어짐을 피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정우네 집의 복잡한 가족사와 정우 할아버지가 남긴 비자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힘싸움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정우를 노리는 의문이 사나이가 등장한데 이어, 정우가 납치되는 장면과 정우를 위해 수연이 희생하는 장면을 암시하는 예고편에 비춰볼때, 이들의 행복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닥칠 가혹한 운명과 시련은 차차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순간 정우와 수연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왕따를 당하는 수연을 위해 정우는 기꺼이 같이 수연과 함께 따돌림을 당해줍니다. 그런 정우가 걱정돼서 수연은 학교에서만은 모른척하자고 하지만, 그런 수연에게 정우는 말합니다.

 

치~친구 있는 왕따도 있냐?

 

 

부끄러워 소녀에게 말한마디 못했던 소년이 소녀를 업고 개울가를 건넜듯, 수연이 ‘살인자의 딸’이란 이야기를 듣고 수연을 모른척 했던 정우는 이제 언제 어디서든 수연의 이름을 부르고 또 수연을 향해 웃어줍니다.

 

비오는 움막에서 소년과 소녀가 특별한 시간을 가졌듯, 이날 <보고싶다>는 정우와 수연이 함께 추억을 만드는 아름다운 장면이 많이 연출되었는데요. 친구들이 쓰레기를 버려도 개의치 않고 함께 쭈쭈바를 먹는 모습과, 손이 닿지 않는 가로등 전구를 고치기 위해 서로에게 몸을 기대는 장면은 정말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습니다. 21세기판 소나기가 만들어진다면 바로 정우와 수연이 소년 소녀의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들이 함께 있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흐뭇한 미소를 안겨주었습니다.

 

 

 

늘 아픈 기억만 안고 살아온 수연은 발에 큰 상처가 있는데요. 그 상처를 볼때마다 어릴적 아버지에게 매를 맞던 기억이 떠올라 수연은 상처난 발을 가장 부끄러워 합니다. 그런 수연에게 정우는 말했습니다. 아픈 기억은 잊고, 좋은 기억을 이제부터 만들어 가자”라고.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두 사람의 첫 키스가 이뤄지기도 했는데요. 버스 안에서 잠든 수연의 몸이 휘청거리는 순간 말을 건네던 정우의 입술과 맞닿은 것입니다. 물론 수연은 입술이 맞닿은 사실을 모르지만, 이후 정우는 수연의 얼굴만 보면 심장이 뛰고 현기증이 일어납니다. 첫 키스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서로를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정우와 수연. 그리고 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청자. 아마도 어른을 위한 동화가 있다면 바로 정우와 수연이 그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자극적이고 원초적인 사랑이야기가 브라운관을 지배하는 가운데, 수연에게 머리핀 대신 빨래집개를 선물하는 정우의 행동은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순수남’의 모습이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정우가 준 빨래집개를 머리에 꽂고 환한 미소를 건내는 수연 역시 마찬가지고요. 모처럼 찾아온 두 아역배우의 깨끗하고 순수한 사랑이야기는 <보고싶다>라는 드라마의 퀄리티를 높여주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극과 극은 통하기 마련입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곧 가장 불행한 시간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죠. 정우와 수연은 <소나기> 속 소년과 소녀처럼 이제 이별한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헤어진 두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 서로를 그리워 하겠지요. 그리고 매일같이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보고싶다”라고.

 

앞으로 다가올 시련 앞에서 정우와 수연의 운명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1,2회 만큼은 여진구와 김소현의 호연이 빚어낸 매우 순수하고 동화같은 사랑이야기 덕에 <보고싶다>를 매우 몰입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정우와 수연을 보고 있자면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을 때 느껴지던 그리움과 마음 한켠의 여운이 되살아 납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본격적으로 성인연기자가 등장하기 전 이들이 빚어내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더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만 생겨납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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