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KBS 연예대상의 저주’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나돌던 때가 있었다. 아무리 잘 나가는 예능인이라 할지라도 KBS에서 연예대상을 수상하고 나면 슬럼프에 빠지거나 구설수 등에 휘말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3년 박준형을 시작으로 2004년 이혁재, 그리고 2006년 김제동과 2007년 탁재훈 등은 연예대상 수상 이후 사고에 휘말리거나 하락세를 걷는 등 ‘저주’의 희생양으로 거론됐다.

2010년 <남자의 자격>으로 KBS 연예대상을 거머쥔 이경규 역시 이 저주를 끊지는 못했다. 대상 수상 이후 <남자의 자격>은 급격히 쇠퇴기를 맞이했고, 급기야 폐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2011년 단체 수상의 영예를 안은 <1박2일> 역시 지난해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그나마 시즌3를 맞이하여 분위기 전환에 성공하고 있는 정도다. 다행인 것은 2012년 대상을 수상한 신동엽과 작년 대상 수상자인 김준호 등이 꾸준한 활약을 펼침으로써 ‘연예대상의 저주’도 이제는 옛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데, KBS를 비켜난 ‘연예대상의 저주’가 이제는 MBC로 옮겨 온 모양새다. 최근 3년간 MBC에서 대상을 수상한 프로그램과 MC가 이듬해 슬럼프에 빠지거나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대상 격에 해당하는 ‘올해의 예능프로그램’상을 수상한 <나는 가수다>는 이듬해 시즌2로 야심차게 돌아왔지만 저조한 시청률에 허덕여야 했고, 2012년 대상 수상자인 박명수 역시 2013년에는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며 ‘휘발성 강한 대상’이라는 지적에 직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를 통해 선보인 노래 ‘I GOT C'가 프라이머리의 표절 논란으로 번지면서 함께 노래를 부른 박명수 또한 이미지에 금이 갔다. <세바퀴>에서마저 하차한 그를 설명하는데 있어 ‘대상의 저주’라는 말은 너무도 제격인 듯 보인다.

문제는 작년 대상을 수상한 <아빠!어디가?>에서 조차 ‘저주’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시즌2는 시작도 안했건만, 섭외 논란이 불거졌고, <아빠!어디가?> 게시판과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시청거부 운동 조짐마저 일고 있다.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앞세워 지난해 최고의 예능으로 자리 잡은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비난과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김진표가 직접 나서 자신의 논란에 대해 ‘해명’하며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사태는 전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김진표의 하차는 없다’라고 못 박은 제작진의 입장이 ‘불통’이라는 지적만 늘어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논란이 되는 출연자를 그대로 안고 가겠다는 것은 시청자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시즌1 섭외 당시 출연을 거부했던 류진의 합류, 그리고 SBS <정글의 법칙>에서 비호감으로 낙인찍힌 안정환의 출연, 끝으로 ‘일베’ 용어 사용과 도덕성 논란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김진표 까지. 제작진의 기대와 달리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하는 멤버들은 시작부터 큰 짐을 지게 된 셈이다. 시즌2의 성공 여부는 막상 뚜껑을 열어봐야 알 테지만, 지금 이런 분위기에서는 뭘 해도 욕을 먹는 그림이 그려질 게 너무도 뻔하다.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논란에 대처하는 제작진의 대처가 너무도 안일했다는 점은 <아빠!어디가?>의 팬으로서 무척이나 안타깝다. 하차 여부를 못 박는 대신, 시청자의 지적과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보다 능동적이고 열린 자세로 대응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번 대처가 대상을 수상한 인기프로그램의 자존심인지, 아니면 제작진의 고집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빠!어디가?> 방영 이후 최대 위기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과연 <아빠!어디가?> 시즌2는 논란을 극복하고 순항할 수 있을까? 아니면 ‘저주’의 또 다른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새로운 가족과 함께 돌아 올 <아빠!어디가?> 시즌2의 행보가 무척이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