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힘’이 무섭다. 8일 방영된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가 9.8%(닐슨 코리아 기준)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 3주째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에 비해 0.2% 상승한 결과며, 같은 날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의 기록한 5.5%보다 무려 4.4% 높은 수치다. 이쯤 되면 ‘월요예능의 왕좌’라 불러도 손색없을 것 같다.

이처럼 <안녕하세요>가 승승장구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사연 신청자들의 크고 작은 고민에 방청객은 물론 시청자가 ‘내 일’처럼 공감하며 프로그램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민을 안고 어렵게 방송국을 찾은 각양각색의 출연자에게 MC와 제작진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도 한몫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방송을 지켜보다 보면 출연자들의 고민과 내 삶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고, 나아가 나보다 더한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때로는 용기와 희망을 얻기도 한다. <힐링캠프>가 내세운 ‘치유’의 가치가 오히려 <안녕하세요>에서 더 빛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 방송 시청 도중 짜증이 나거나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건 바로 고민 신청자 주변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의 고집이나 독선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 때문에 누군가가 상처를 안고 살아가거나 말 못할 고민을 안고 끙끙대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떳떳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방청객은 물론 시청자를 분노하게 만든다. 대개는 이들 지인들도 고민 신청자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훈훈한 마무리를 연출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몇몇 참가자들은 “그게 무슨 고민이냐”는 투로 갈등의 골을 좁히지 못해 오히려 고민 신청자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곤 한다. 그럴 때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답답함을 넘어 짜증이 밀려오는 것이다.

8일 방송에서 비춰진 한 사연 신청자의 남편 역시 이에 해당한다. 거제도에서 올라온 한 주부는 ‘총각 행세를 하는 남편 때문에 고민’이라며, 이날 방송에서 자신이 힘들어 하는 이유를 밝혔다. 바로 결혼을 한 유부남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모르는 여성들과 계속 채팅을 시도하거나 밤늦게 클럽에 즉석만남을 하는 등 위태위태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아들에게 “아빠라고 하지말고 삼촌이라 불러”라고 시키는 등 이 남편의 ‘총각 행세’는 도가 지나쳐 보였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 출연한 남편은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떳떳한 태도를 보였다. 즉석만남을 통해 만난 여자들과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시거나, 채팅을 통해 만난 여자를 아내에게 소개시켜 줬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바람은 피지 않았다는 것이 남편이 내세우는 근거였다. 다른 여성과 스킨십을 하지 않는 이상 그것은 바람이 아니므로, 아내의 고민에 동감할 수 없다는 남편의 발언에 방청객은 물론 이를 지켜보던 MC들은 경악했다.

급기야 방송은 느닷없이 ‘바람의 기준’에 대한 열띤 토론으로 이어졌고, 이를 지켜보던 정찬우가 통쾌한 한마디를 날렸다.

“바람의 기준은 스킨십 여부가 아니라, 아내가 속상해하면 그게 바람이다”며, 장내를 순식간에 정리했다. 정찬우가 제시한 명쾌한 기준에 남편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고, 다른 MC들 역시 이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남편 말대로 그가 다른 여성과 스킨십을 하지 않은 이상 그를 법적으로  비난할 만한 근거는 없다. 하지만, 남편의 철없는 행동으로 인해 아내가 눈물을 흘릴 정도로 상처를 안고 살아왔다면, 그건 누가 뭐래도 남편이 잘못한 것이다. 그는 바람의 기준을 논하기 전에 부부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의, 그리고 평생의 반려자인 아내를 존중하는 방법을 먼저 배워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이날 출연한 이들 부부처럼 아마도 많은 부부가 상대방의 외도 혹은 외도 가능성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라도 이날 남편처럼 스킨십만 진행하지 않으면 바람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이날 정찬우의 발언을 되새겨봤으면 좋겠다.

“상대방이 속상해하면 그건 이미 최소한의 선을 넘은 것"이라는....

앞으로도 <안녕하세요>가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고민과 주제를 앞세워 안방극장에 ‘힐링’의 기운을 많이 불어넣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