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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엄기준 자살 암시하는 결정적 복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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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연쇄 살인범 최민식은 정말이지 인간다움을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살인마’ 그 자체였다. 그런 그에게도 인간다움이 느껴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바로 마지막 씬에 이르러서였다.


이병헌에게 잡힌 최민식은 줄 하나만 잡아 당기면 목이 잘리는 위험천만한 처지에 놓였고, 이병헌은 그 줄을 문에 걸어둔채 최민식의 가족을 불렀다. 문고리 너머에서 가족의 목소리를 들은 최민식은 자신의 죽음을 가족에게 보이기 싫어 처절하게 울부짖었는데, 오열하는 최민식의 연기는 살인마에게도 아직 인간의 감정이 남아있음을 아주 잘 표현해줬다.


그러고보면, 사람을 악마로 만드는 것도 또 악마를 사람으로 되돌리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다름아닌 ‘가족’이라는 개념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SBS <유령>에서 조현민(엄기준 분)이 악마가 된 이유도 역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가 그를 파멸의 길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악마가 된 조현민은 다시 인간으로 되돌아 올 수 없는걸까? 그는 끝내 ‘0’과 ‘1’이라는 두가지 숫자, 즉 디지털 세상 뒤에 숨어 있는 ‘유령’으로 남고 마는 걸까?

 

 

 


결론은 ‘아니다’인데, 그 이유를 살펴보기 전에 우선 올림픽 기간 동안 한 주를 쉬고 다시 찾아온 <유령> 19회를 간략히 짚어보자.


이날 방송은 법정을 배경으로 하여 박기영(소지섭 분)과 조현민의 물고 물리는 두뇌싸움이 빛을 발했다. 이미 서로의 정체를 알고 있는 만큼, 소지섭과 엄기준은 꺼낼 수 있는 모든 패를 선보이며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 애를 썼다.

 

 

 


소지섭은 남상원 대표를 살해한 진범은 세강그룹 조현민 회장이라고 밝히며, 그날 자신은 위장수사를 위해 조현민과 함께 있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청 내 스파이, 신경수 국장의 약점을 손에 쥔 사이버수사팀은 신경수 국장으로부터 가짜 수사기록을 사인하게 함으로써 소지섭 증언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조현민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김우현(소집섭)의 말이 사실이려면, 김우현이 진짜 김우현이어야 한다며 유전자 감식을 의뢰한 것이다. 만약 유전자 감식을 실시할 경우 사람들이 알고 있는 김우현은 박기영으로 밝혀져, 그가 증언한 내용이 모두 거짓 증언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 유강미(이연희 분) 형사는 신효정(이솜 분)이 가지고 있던 또 다른 휴대전화 속 동영상을 가지고 와 박기영을 위기에서 구한다. 그 휴대 전화 속에는 남상원 대표가 죽던 날 밤 조현민이 함께 있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기록돼 있었다.

 

 

 


덧붙여 이날 제작진이 서비스로 보여준 마지막회 예고편을 보면, 조현민은 남상원 대표 살해 용의자로 체포되지만 결국 증거가 없어 풀려나는 모습이었다. 진짜 범인을 잡았지만, 결국 또 눈앞에서 풀어줄 수 밖에 없는 소지섭에게 엄기준은 다음과 같은 한마디를 남긴다.


나 자신을 처벌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야”


그런데 마지막회 예고편에서는 엄기준이 소지섭으로부터 건네받은 무언가를 받아 들고 깜짝 놀라는 모습이 나온다. 그 모습은 마치 <악마를 보았다>에서 최민식이 마지막에 보여준 인간의 감정과 같았는데, 끝내 악마로 변신했던 조현민이 마지막회에서 인간으로 되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해본다.


물론, 해피엔딩일 가능성은 낮다. 기억을 되돌려보면, 조현민이 남상원 대표를 죽인 그날 조현민과 신효정은 함께 약국에 들렀다. 1회에 방영됐던 내용을 떠올려보면, 신효정은 그날 임심테스트기를 사갔다고 한다. 물론 약국 밖 차안에 있던 조현민은 신효정이 임신테스트기를 샀다는 건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죽은 신효정은 사실 임신중이었다고 가정해볼 수 있다.

 

 

 

 

이 사실을 약국에와서 확인한 유강미는 당시 김우현과 통화하며 신효정과 함께 고급차를 타고 온 남자가 신효정을 죽인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이 때는 세계지도가 그려진 시계를 찬 남자에만 시선이 집중되었을 뿐, 신효정의 임신에 대한 가능성, 그리고 그 임신이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에 미칠 영향따윈 생각해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효정을 죽인 진범을 찾는 이야기가 결국 돌고 돌아 마지막회에 와서 밝혀지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지막회에 대한 단서는 바로 첫회 방송에서 찾을 수 있고, 신효정의 임신사실이야말로 마지막회에 이르러 조현민을 인간으로 되돌리는 결정적 복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 죽음과 관련돼 복수를 완성시켜 나가던 조현민은 신효정이 복수 과정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되어 그녀를 죽였고(동영상이 결정적이었겠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살인을 일삼는 악마가 된 것이다. 하지만 예고편에서 조현민은 자신은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그런 그에게 정신적 충격을 안겨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의 아이다. 임신한 상태의 신효정을 죽였다는 것은 즉, 조현민 자신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본인의 아이를 제 손으로 죽였다는 의미다.

 

아마 이 사실을 알게 될 경우 조현민은 악마의 길을 걸어온 이래로 처음 다시 인간의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조현민은 스스로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했다’는 자각을 하게 될 테고, 그가 내뱉은 말처럼 스스로에게 처벌을 내리는 방법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인간으로서 마지막 참회를 하고, 또 자신이 죽인 아이와 신효정에게도 용서를 구하지 않겠냐는게 오늘 방영될 마지막회에 대한 조심스런 예측이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악마의 길로 들어선 남자가 자식의 죽음으로 인해 다시 인간으로 되돌아온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지금껏 <유령>이 지금껏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한다. 디지털 세상 속 ‘유령’으로 떠도는 어떤 사람도 최소한 가족들 앞에서는 한명의 가족 구성원으로서 또 사람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20회라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1회 방영분이 복선으로 작용하는 작가와 감독의 치밀한 계산과 연출력. 혹시 이런 추측이 틀릴지언정 오늘 마지막회 방송을 기쁜 마음으로 보고자 한다. 어디 <유령>이 뒤통수 친게 한두번이어야지 말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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