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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공주, 예비 작가가 꼭 시청해야 할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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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좋은 기사와 나쁜 기사를 구분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얼마만큼 취재에 공을 들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발로 뛰며 꼼꼼히 ‘팩트’를 확인한 기사와 그렇지 않은 기사는 단순한 질과 양 뿐만 아니라 독자의 이해를 돕는 부분과 설득하는 과정 등 여러 면에서 차이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기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취재력’을 꼽기도 한다.

 

그런데, 올 한해 방영된 드라마를 살펴보면, 이 ‘취재력’이란 것이 단순히 기자에게만 해당되는 덕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작가야 말로 어쩌면 ‘취재력’이 가장 뒷받침되어야 하는 직업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개인적으로 올 한해 최고의 드라마라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경우에도 만 2년간 서울에 있는 지원들을 모두 다니며 각종 재판을 방청한 박혜련 작가의 취재가 무엇보다 돋보인 작품이었다. 이 드라마를 위해 박 작가는 서울중앙법원,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수원지방법원, 경기도변협부회장 등 여러 법조계 인물들을 취재하였고 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안변의 사건파일', '표창원교수의 범죄심리'등의 강좌를 이수하며 드라마의 에피소드를 구상하였다고 한다. 발로 뛰며 취재를 하고, 에피소드 구상을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하며 준비한 덕에 드라마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너의 목소리가 들려>처럼 작가의 취재력이 빛나는 드라마가 있는 반면,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안한채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드라마도 있다. 최근 암세포 대사와 성소수자 표현에 있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오로라 공주>가 대표적이다.

 

 

 

임성한 작가 특유의 기이한(?) 스토리 전개야 그녀만의 작법이니 이해한다 치더라도, 드라마 작가가 기본적인 사실 확인이나 취재 없이 이야기를 전개시켜 논란에 불을 지피는 것은 한번 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임성한 작가는 회당 수천만원의 고료를 받는 스타작가이며, 출연 배우의 하차를 결정지을 만큼의 힘을 갖고 있는 권력형작가다. 그런 그녀가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최소한의 책임감도 갖지 않고 문제가 될 만한 대사와 상황을 만들어 낸다면, 이는 그저 작가 개인의 역량이라 치부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녀가 드라마 속 암 환자를 등장시키기 위해 실제 암 환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등의 취재과정을 거쳤더라면, 암세포도 생명이니 죽이지 않을 것 이란 대사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혹은 동성애자 캐릭터를 위해 그녀가 성소수자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현실을 이해했더라면, 하루 아침에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로 변모하는 몰상식한 상황을 그려낼 수 있었을까? 여자가 예뻐 보인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로 성정체성이 바뀔 수 있다면, 지금처럼 많은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으로 괴로움을 안고 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드라마가 상상력에 밑바탕을 둔 장르이고, 작가의 최고 특권은 무한한 상상력이라고 해도 이런 식의 도를 넘은 대사와 설정은 그저 작가만의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시선으로 밖에는 비춰지지 않는다. 자신의 상상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철저한 고증과 취재, 그리고 설득력 있는 캐릭터 창조가 뒷받침 될 때에 그 상상력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단언컨대, <오로라 공주>의 임성한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조언을 받는 식의 취재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런 취재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의 대사와 설정을 그려냈다면, 그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성소수자가 되었든 혹은 다른 사회적 약자가 되었든, 드라마 작가가 모두 그들의 편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특히, 가치 판단의 영역에 있는 문제의 경우에는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거 자체가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의 내면을 그리는 드라마 작가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견지해야 되는 것 아닐까? 사람에 대한 취재, 그리고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문제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바로 그런 시선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논란이 많은 <오로라 공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드라마는 작가에게 취재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예비 작가라면 한번쯤 꼭 시청해야 할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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