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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선비 이준기, 그는 어떻게 사극의 ‘끝판왕’이 되었나?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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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선비 이준기, 그의 사극은 왜 매번 새롭게 보일까?

 

배우에게 어떤 하나의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것은 축복인 동시에 저주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 이미지의 아이콘이 된다는 것은 자신만의 확실한 경쟁력과 캐릭터를 갖추는 일이 되겠지만, 동시에 새로운 역할을 도전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줄곧 액션만 하던 배우가 멜로에 도전하면 어색하게 느껴지고, 또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에게는 비슷한 캐릭터만 제의가 들어오는 것이다. 물론, 그 틀을 깨고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게 되면 ‘팔색조’와 같은 새로운 ‘훈장’이 주어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준기는 참 독특한 위치에 있는 배우인거 같다. 영화 <왕의 남자>를 통해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일지매>, <아랑사또전>, <조선총잡이>에 이어 최근 방영 중인 <밤을 걷는 선비까지>, 마치 사극이라는 장르에 고정화된 배우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서도 멜로면 멜로, 액션이면 액션 등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어느덧 시청자에게 ‘믿고 보는 배우’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그에게 ‘사극의 끝판왕’이란 찬사를 보내는 이유는,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배우 이준기식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는 발성과 호흡이라는 사극 연기의 기본기가 탄탄한 이유도 있겠지만, 과장되지 않은 몸짓과 눈빛, 그리고 사극이라는 하나의 장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그의 매력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겠다.

 

배우에게 있어 외모적인 조건은 캐릭터를 선택하거나 작품을 고르는 데 있어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선한 인상을 가진 배우가 아무리 악을 쓰고 욕을 한다 하더라도 악인 캐릭터에 제대로 녹아들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준기 역시 곱상하고 날카로운 이미지의 얼굴 때문에 어쩌면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발성과 연기력을 통해 이를 극복해 냈고, <왕의 남자> 이후 자신에게 주어진 사극 이미지에 갇히기 보다는 이를 훨씬 더 다양한 캐릭터로 발전시켜나갔다.

 

 

 

 

이는 정통사극 보다는 주로 퓨전사극에 그가 캐스팅되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가 출연했던 사극 속 캐릭터는 대부분 액션의 강도가 높은 캐릭터인데, 그는 불편한 한복을 입고도 이를 어색하지 않게 소화해낸다. 그리고 <밤을 걷는 선비까지>에서는 그의 날카로운 인상을 십분 활용하여 흡혈귀라는 다소 우리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캐릭터까지 ‘맞춤옷’처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만약 그가 사극 캐릭터라는 이미지에 갇혔다면, ‘이준기표 사극’은 뻔하다는 느낌이 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출연했던 사극 드라마 <일지매>, <아랑사또전>, <조선총잡이>, <밤을 걷는 선비까지>를 뜯어보면, 비슷하다는 느낌보다는 새롭다는 이미지가 먼저 다가온다. 그만큼 이준기가 보여주는 모습과 캐릭터가 매번 달라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준기의 연기 행보를 되짚어 볼 때, 앞으로도 그는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퓨전사극에 종종 모습을 비출 것이다. 그럼에도 한복을 입은 이준기의 캐릭터가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다른 작품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저주가 될 수도 있었던 사극 이미지를 오히려 축복으로 바꾸고 매번 발전시켜 나가는 그의 다름 행보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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